“농사는 단기간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닙니다. 한탕주의나 기회주의는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한우 130두를 사육하는 아버지이자 수도작 1000평을 일구는 일등 농군으로 과감하게 자신의 소신을 들녘에 뿌리고 있는 김명식씨(50, 담양읍 삼다리)의 주장.
“땅을 일구고 씨앗을 얻기를 기다리느니 그 씨앗을 찾아 일어서서 뛰겠다”는 그의 말에서 급변하는 시대흐름에 발맞춰 농업분야 또한 뚜렷한 ‘변화의 중심’에 서야 하고 그 변화는 먼저 농업인의 의식개혁임을 느끼게 한다.
‘씨앗’이란 무엇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들녘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내일의 비전을 기대하는 농민들의 ‘희망’이다.
그 희망을 실천하기 위해 74년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땅을 일생의 벗으로 삼은 김씨는 한우 1마리와 대지 1000평으로 부농의 꿈을 준비했다.
“초창기 가난과 자금난 속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결코 후회한 적 없었다”는 김씨는 “지금은 농업은 부업, 축산업은 주업”이라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축산업과 농업은 의미상 다를 뿐이지 두 가지 다 농촌의 삶의 터전이요 수입원이다”고 농업관을 밝혔다.
“친환경분야 원예작물의 육성으로 축산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많이 위축되고 있고 원예작물의 무분별한 투자가 생산량 증가에 따른 시세 폭락을 낳고 있다”고 현 농정을 진단하고 있는 김씨는 불과 70～80년대만 해도 축산업분야만큼은 담양이 선진지여서 타 지역 양축농가들의 견학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영암과 장흥지역은 한우 300두 이상 농가가 20가구가 되는데 반해 과거 선진지였던 담양이 이제는 100두가 넘는 농가가 약 15가구라는 사실에서 크게 뒤처져 있는 통계가 김씨의 주장을 입증한다.
이는 불과 90년대까지만 해도 한 마을에서 2～3마리 정도 한우를 키우는 농가가 비일비재 했으나 한우 생산성과 농가에서 부담하는 시설부담의 편차가 너무 커 정부의 지원 없이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
“相生, 환경의 중요성은 의식 있는 농업인 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존과 농업인의 수입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환경보존의 가치 또한 의미 있는 것”이라는 김씨는 ‘축산분뇨’에 대한 의견으로 말을 이었다.
전국의 축산농가가 공통적으로 겪는 축산분뇨 처리문제가 담양이라고 예외는 아니며 현재 가장 큰 고민거리인 ‘축산분뇨의 자원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해도 과장됨이 없다.
쌀 수입 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반대운동, 충분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농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듯이 지난 해 군의 발효퇴비 소비량은 22만포(20kg)에 육박하지만 이 퇴비가 모두 타 지역에서 매입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쌀 생산량이 충분한데 수입하는 것과 관내에서 축산농가와 일반농가가 상생을 이루지 못한 지금의 현실과 무엇이 다릅니까?” 김씨의 질문에 일순 당혹스러웠지만 뒤이어 말하는 “농가수입을 근간으로 한 환경정책과 어느 특정분야가 아닌 농업인의 유대감으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현재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농민들의 ‘소중한 씨앗’이다”고 말하는 대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도로가에 근접한 마을은 외다, 동쪽편의 마을은 동다, 서쪽은 서다로 구성된 삼다(三茶)마을은 현재 그 어느 때 보다 분주하다.
“마을 주민들의 노력으로 행정적 지원을 유도 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녹색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회’를 구성, 김씨가 추진위원장의 중책을 맡아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군 한우협회장의 책임도 김씨의 몫이다.
“앉아서 어떤 지원을 바라는 소극적 자세보다 일어서서 직접 뛰겠다”는 그의 인생철학을 확인케 한다.
“농업이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각자 맡은 분야에서의 협력, 그것이 상생의 길이고 곧 농촌의 희망”이라고 재삼 강조하는 김씨는 부인 이순자(46)씨와의 사이에 1남 1녀의 가정을 꾸리고 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며 마시는 걸쭉한 막걸리만큼이나 정겨운 김씨의 모습에서 밝은 농촌의 미래가 펼쳐지기를 고대해 본다. /김필식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