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북면 대흥리 마을 어귀에 왠일인지 사람들이 북적된다. 도로가에 일렬로 들어선 차량들만 보면 "혹시 큰 잔치가 있나?" 생각 될 정도다.
외지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돼지고기를 사기위해 직판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일대는 시장을 방불케 한다.
'돈육 직판장'을 운영하고 있는 장명영씨(38 수북면 대흥리)가 교통대란의 원인 제공자(?).
집과 돈사(豚舍) 그리고 직영판매장까지 한 곳에 갖추고 있는 장씨는 수북면 '돼지아빠'로 통한다.
92년 군 제대후 "한번도 고향을 떠나는 자신을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장씨는 1000마리 가까운 돼지사육으로 부농의 꿈을 이루고 있는 젊은 농군이다.
"오랜 기간 입었던 군복을 벗고 사회에 복귀할 당시만 해도 언론은 물론 농촌 곳곳에서 우루과이라운드 문제로 떠들썩했습니다. 그렇지만 고향에 뼈를 묻고 농군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제 소신을 꺽을 수는 없었죠!"라고 장씨는 회고했다.
장씨는 그 당시 돼지는 비전이 있다고 판단, 퇴직금 900만원으로 돼지 23두를 사고 작은 돈사를 지어 시작해 10년 넘게 돼지사육에만 열정을 쏟아 붇고 있다.
"요즘 세상은 전문가가 대우받는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뭐 별 겁니까?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성과를 현실에 적용시키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전문가가 되는 거죠!"
돼지사육을 해오면서 '차별화 되지 않으면 실패뿐이다'는 진리는 장씨에게 생각과 행동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고 그 첫 실천이 바로 '독특한 사료생산'이다.
자체 제작한 사료배합기로 사료를 생산하고 거기에 황토, 대나무숯, 죽초액을 섞는 획기적인 사료공급을 시도하고 있는 장씨는 '남달라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다.
"전 제가 키운 돼지를 제 이름을 걸고 판매합니다" 지난해 '장명영 대나무 숯 포크'란 브랜드로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는 장씨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나무로 대표되는 고향 이미지를 살리고 양질의 돈육생산을 위하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말한다.
"장사꾼이야 어차피 시세 낮은 물건 싸게 사다 단돈 백원이라도 이윤을 남기기 때문에 결국은 1차 생산자인 농군들이 피해가 많았고 자신 또한 피해의 중심에 선 것이 여러차례라"고 농가수입 저하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를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장씨는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변화를 시도했고 현재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주말이면 도매업자들보다는 돼지고기 맛을 경험한 이들이 직판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풍경은 그의 차별성에 역점을 둔 경영이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장씨는 "양질의 고기를 직접 생산, 판매하게 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어 좋다" 며 "차별화된 제품생산을 위한 노력과 직접 구매자를 찾아 나서는 진취적인 영업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는 생산자인 동시에 영업직원입니다. 팔리지 않은 제품은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니까요!"
이러한 소신아래 장씨는 곳곳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시식회를 갖고 자신의 농장으로 초대하는 등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은 연간 5억원의 매출로 나타나고 있다.
"어느 축산 농가나 공통적인 어려움이겠지만 축사나 돈사를 짓는다 하면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을 축산농가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는 장씨는 축산업에 종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소양이 바로 '환경의식'이라고 말했다.
"축산농가도 환경친화적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실제 실천하는 농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축산 특성상 악취나 폐수 등의 문제를 제로상태로 만들 순 없겠죠! 그러나 분명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습니다"
초기엔 "그저 비용절감 측면에서만 노력했죠! 비용이 줄면 소득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틀렸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해가 거듭 될수록 생산시스템 자체가 발전하는 것처럼 소비자 의식도 크게 변화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장씨는 "요즘은 고기라고 해서 다같은 고기가 아니다"고 강변한다.
'먹고 배부르면 된다'는 사고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는 이야기이고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양질의 돈육생산을 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농가소득 또한 향상 시키기 위해 결국 환경친화적인 사육방법을 택하게 됐다.
장씨를 따라 들어간 축사는 정원을 방불케 하는 주변 풍경하며 일반 돈사와 틀리게 악취가 심하지 않고 퇴비 또한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비축하고 있을 정도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쉽게 감지 할수 있다.
장씨는 "사료자체가 틀려서 냄새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물론 고기 맛은 말할 것도 없구요! 특히 냄새제거를 위해 대나무숯을 망에 담아 축사 천장에 걸었는데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며 " 환경친화적인 농장경영은 비용증가 측면이 아니라 제품의 품질증가와 소득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군에서 권장하고 있는 죽초액과 대나무숯의 기능성은 농업 분야는 물론 저같이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축산분야에도 실질적인 지원이 따랐으면 좋겠다"는 장씨는 "냄새나고 칙칙한 돈사의 이미지를 버리고 담양을 대표하는 자연농원으로 성장할 계획이다"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그의 포부가 허언이 아닌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은 마치 도서관을 보는 듯 엘빈토플러가 쓴 '제3의 물결', '전문 축산서적'에 이르기까지 평소 그의 부단한 노력과 연구가 축적된 사무실에서 엿볼수 있다.
평생의 반려자인 신현아씨와의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는 장씨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대나무와 화초를 돈사 주변에 심는 등 조경활동에 분주하다.
"축산으로 시작했으니 축산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에서 한 분야의 전문인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그의 의지는 또 다른 농촌의 희망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