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살아야 농사꾼도 사는것이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도 싶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사실을 지나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탁의성(50 대전면 응용리) 대전방울회 회장.
97년도 정부지원으로 뜻을 같이한 8명의 농군이 모여 500평 비닐하우스 각 2동씩 총 8000평 규모의 시설원예를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을 해온 대전방울회는 그 이름에서 쉽게 알수 있듯 주력 재배작물이 '방울토마토'임을 짐작케 한다.
"방울토마토로 시작했습니다.그때만 해도 방울토마토는 그 수요가 다른 작물에 비해 큰 편이어서 수입률이 높은 작물이었습니다"
탁회장은 현재 가지 500평과 방울토마토 1500평을 재배하고 있으며 가지는 전량 일본에 수출하고 있고 방울토마토는 내수(內需)의존성이 커 특히 올해는 긴 경기불황으로 수요가 급감해 작년보다는 시세가 좋지 못한 편이다. "어떤 작물이 소득이 좋다하면 너도 나도 재배에 뛰어들어 결국엔 생산량이 수요를 넘어 가격저하가 뒤따르게 됩니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농가부채만 부채질 하는 꼴이 되는거죠. 그래서 방울회가 만들어졌고 7년여의 시간동안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할수 있었습니다" 탁 회장은 초기 '방울회'결성의 계기를 설명하면서 농가소득향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으로 말을 이었다. "뭉쳐야 합니다. 개인의 소득향상이 아닌 회원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요"
"지금은 평당 조수입이 월 10만원선을 넘어야 소득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지만 올해는 7만원 정도에 그쳐 어려움이 많다"는 탁회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농자재 가격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대량생산이나 경영같은 거창한 단어들은 제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전 그저 흙이 좋고 내 가족들의 먹거리를 기른다는 생각으로 농사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이런 탁 회장의 생각은 요즘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는 속칭 '먹을 것으로 장난질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교훈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 하다.
"단일품종은 시세가 안정적이지 못해 위험이 따른다"는 탁회장은 "과도하게 시설을 늘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파악하고 해낼수 있을 만큼의 면적을 선택해 농군다운 근면함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현재는 방울회 회원 모두가 원예작물로는 비교적 수요가 많은 방울토마토 위주로 재배하고 있으나 조금씩 작목을 전환해 관엽이나 화훼같은 다양한 분야에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초기 연작 피해를 줄이려는 의도로 다양한 원예작물을 시도하던 중에 자리잡게 된 '가지'는 일본수출의 판로를 찾아 현재는 규모확충을 모색할 정도로 복덩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친환경농업분야 또한 그 중요성을 어느 전문가 못지 않게 인지하고 있는 탁회장은 "금비와 농약으로 피폐해진 땅을 살리는 길이 곧 농업생존의 열쇠"라며 "저농약 농산물이니 하며 으쓱해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무지한 농사꾼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탁회장은 현재 볏짚과 쌀겨등을 사용해 지속적인 토양관리를 하고 있으며 유기농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살기위해 들어오는 농촌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탁회장은 "농사를 지으면서 같이 고민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현재 농촌에 터를 잡고 흙과 살고 있는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인 여이순(42)씨와의 사이에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어 흔히 말하는 이백점짜리 가장이기도 한 탁회장은 "심어놓고 어떻게든 자라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할 믿음"이라며 "땅은 거짓말을 안한다는 말은 맞지만 근면함이 선행되지 않으면 땅도 거짓말을 잘한다"고 의미있는 조크를 남겼다. /김필식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