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것보다 유리온실이 더 자신의 자리 같다는 그녀, 이점숙씨(44 월산면 화방리).
이씨는 월산면 화훼원예의 선구자로 불릴 정도로 20년을 뛰어넘는 세월을 '꽃'과 함께 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도 그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작업복차림으로 6000평 대지의 꽃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83년 결혼과 동시에 월산면 화방리에 둥지를 튼 이씨는 벼농사가 전부이던 시절 아무도 나서지 못했던 '화훼원예'를 위해 넓은 들녘에 꽃씨를 뿌렸다. "관상용인 화훼가 승산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등에 엎고 시작했습니다. 처음 재배했던 작물이 아마 제 기억엔 카네이션이었죠! 그땐 판로가 지금처럼 조직적이지 못해 납품했던 물건도 재고가 되면 생산자가 손해보는 일이 많았습니다. 또한 2002년도에 있었던 화재는 저를 절망 속으로 데려가는 듯 했습니다" 이씨는 그때의 어려움이 사뭇 아쉬운 듯 보라색장미 '쿨워터'에 시선을 멈췄다.
본격적인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고 판로개척에 나섰던 86년부터 현재의 양액재배(solution culture)를 통한 대량생산시스템 구축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이씨는 현재 6000평 유리온실에 프로타, 마루시아, 쿨워터 등 총 15품종의 화훼를 재배하고 있다. "양액재배라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수확시기를 맞출 수 있고 단기간에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어요. 작업환경 또한 토양재배에 비해 좋으며 환경의 영향을 훨씬 덜 받기 때문에 농사짓기 힘든 곳에서도 유리온실시설만 갖추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수출 중단으로 현재는 내수(內需)의존성이 크지만 올해부터 일본수출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는 이씨는 "관상용 작물은 체감경기가 다른 농산품에 비해 크고 로얄티 문제로 품종 선택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점이 큰 어려움 이지만 그래도 현재 연 조소득이 평당 10∼12만원으로 농사꾼으로선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씨가 재배하고 있는 15가지 품종 중에서 보라색장미(쿨워터)는 수확량이 다른 품종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시장가격이 좋아 소득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화훼작물의 특성상 행사가 많은 5월이나 졸업·입학시즌에 가능한 수확시기를 조절하는 지혜로운 마케팅 전략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씨는 "자체품종개발과 규모확장을 통한 대량생산이 가장 큰 목표"라고 경영인다운 면모를 보였다.
여성 농업인으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씨는 지금의 농촌현실을 감안할 때 "수확하면 어떻게든 팔리겠지 하는 목적 없는 주먹구구식 농사는 이제 버려야 할 때"라며 "한 우물만 파면 성공한다는 생각보다는 한 우물만 파되 그 우물에 대한 연구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곧 성공의 열쇠"라는 믿음을 갖게한다.
또한 이씨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고품질 농작물의 생산과 시장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전략이 곧 시대흐름에 맞는 농업경영"이라고 자신의 농업철학을 밝혔다. 이씨는 현재 생산된 작물을 전량 경부고속버스터미널 화훼시장에 1주일에 3번(일,화,목) 납품하고 있으며 그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 유리온실의 시설확충을 검토중에 있다.
든든한 외조자인 한정식(48)씨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는 가정주부로 잠자는 시간을 빼곤 유리온실에 있는 시간이 더 많지만 어느 것 하나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이씨는 사회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새마을부녀회 월산면 회장으로 활동중이며 매년 수 차례씩 불우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월산면의 '아줌마 농군'으로 이름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