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선도자로부터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입니다. 여기에 천혜의 자연환경과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힘든 농사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덕면 시목마을의 젊은 농군 김국중씨(39).
그는 우리나라 단감 중 최고 명품을 생산하는 조직으로 이름난 '대덕시목작목반'에서도 손꼽는 일꾼이다. 큰 농사는 아니지만 농작물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하는 성실함으로 10여년의 오래지 않은 농사경력 속에서도 제대로 자리잡은 농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농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현실 속에서도 그는 흙과 벗하면서 희망의 농촌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인 영농인의 길로 들어선 때는 지난해 6월경. 직장 생활도 과감히 접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흙에 뼈를 묻을 각오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수도작 3000여평, 단감밭 3000평이 전부였지만 자신이 있었다.
전국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대덕 시목 단감이라는 상품 브랜드는 물론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나상채씨 등 선진 농업지도자들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친환경 농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들이 최근 웰빙 바람을 타고 인정받음으로써 그 믿음을 더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농사에 대한 도전 정신은 수도작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마을 분위기에서 과감히 탈피, 지난해 시도한 멜론 농사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소비자들과 중간 유통상 대다수가 바라는 대과위주의 생산에서 벗어나 멜론만이 가진 그 고유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도록 물 관리에 신경을 써 과육이 쉽게 물러지는 단점은 물론 습기 과다로 인한 병해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농약 사용을 대폭 줄이는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전국 생산자 모임 단체를 통한 전국 유통망을 이용,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판로를 모색한 것도 멜론 농사를 통해 얻은 소중한 결과이다.
또한 지난해 왕우렁이 농법을 통한 고품질 쌀 생산 단지로 지정, 대덕 청정미 생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을 계기로 월동에 따른 환경 피해 우려가 있는 왕우렁이 농법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쌀겨를 이용한 환경농법을 접목시키기 위해 고령의 농민들을 이해시키고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일이 쉽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배고픈 시대를 살아온 노인들의 오래된 고정관념을 깨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충이 달라 들면 농약사에 가서 농약 사다가 논에 뿌리면 될 것을 친환경농업 실천의 과도기라 여기고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고 농사는 게으르면 못 짓는다"고 꾸짖는 것도 묵묵히 감내하고 있다.
애가 타기는 김씨도 마찬가지. 5년에 걸쳐 친환경 인증을 받기까지 잔류 농약 검사 비용은 물론 지친 땅심을 북돋아주기 위한 노력과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며 회원중에 단 한 명이라도 욕심을 부리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힘들 때마다 그를 잡아준 것은 농사에 대한 믿음이다. “정직함이죠. 지금 흘린 땀이 반드시 결실로 돌아올 거라는….”믿음을 가지고 있는 김씨의 지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남다르다. 틈이 날 때마다 나뭇가지 등을 모아 농장 곳곳에 야적한 후 부숙시켜 그 다음 해에 둠뿍 뿌려주는 것이다.
여기에 마을 인근 솔밭과 대나무 밭에서 채취한 미생물을 발효시킨 것에 천연 녹즙, 쌀겨와 최근 도입한 액비 제조기를 통해 건강한 땅을 살찌우기 위한 작업들을 차근차근 해내고 있다.
"농사 비법이 따로 있습니까?" 반문하는 김씨는 "인간이 대자연의 일부분이듯이 자연의 순리에 역행하지 않고 자연에서 채취한 농자재를 자연에 되돌려 주는 것이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지름길이자 정도를 걷는 것이며 소비자들로부터 재구매를 통한 신뢰를 쌓아 살기 좋은 농촌을 반들 수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또한 시목마을이 녹색 농촌 체험마을로 지정돼 도시민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데 도시민을 초청, 음식을 대접하고 선물을 주는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직접 보고 느끼며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물놀이 공간 등 도·농이 하나라는 일체감 조성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할 일이 많습니다. 농사 전문가가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다른 작물도 해볼 생각입니다. 수입 개방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죠. 정말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봅니다." / 정종대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