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멜론과 토마토 생산을 위해서는 땅 관리가 중요합니다. 땅이 건강해야 당도도 높고 색깔이 선명한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수북면 정중리에서 30여년간 생명산업인 농업을 하고 있는 심재영씨(49)는 딸기, 멜론과 토마토를 돌려짓는 선도농가다.
심씨는 멜론과 수박을 동마다 1주일 정도씩 시차를 두고 정식하는데 이는 수확철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을 뿐더러 농작업 일손을 한꺼번에 들이지 않고 분산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심씨는 정식하기 전에 우분과 볏짚을 넣은 완숙퇴비를 땅에 공급하고 수확이 끝나면 물을 대 토양소독에 나서 땅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 농가와 차별성이 없다. 그러나 심씨의 빅카드는 이제부터다.
4월말까지 일반 토마토를 수확한 포장에 멜론을 정식했는데 정식 직전에 땅에 넣어준 대나무숯이 히든카드.
같은 시기에 정식한 멜론과 대나무숯을 넣은 멜론이 성장 속도부터 차이가 나기 시작하더니 내병성도 강하고 건강하게 자라 비온뒤 쑥쑥 솟아나는 죽순을 연상케 할 정도로 대나무숯이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같은 하우스에 대나무숯을 넣은 멜론은 심씨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반면 대숯을 넣지 않은 곳에서는 바이러스에 걸린 멜론이 말라 죽어가 군데군데 빈자리만이 덩그러니 남아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또한 도랑을 사이에 두고 심은 수박에서도 대나무 숯의 효과는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대나무숯을 사용한 하우스에서는 수박들이 균일하게 성장하고 당도도 높아 상품 가치를 인정받아 수확하기 전부터 중간 도매상들이 달려 올 정도로 풍작을 이룬 반면 대숯을 사용하지 않은 포장에서는 어린아이가 젖 달라고 떼를 쓰듯이 흉작을 맛보아 대숯에 대한 믿음을 배가시켰다.
심씨는 "요즘 들어 '친환경'을 가장한 갖가지 첨가제며 작물에 좋다는 자재들이 수없이 많지만 숯가루를 사용해 작물을 재배했을 때 수분조절 효과가 확실히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다른 농가에도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씨는 "예전에는 인근에서 심재영 하면 농사 잘 짓는 농부로 손꼽혔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농사를 잘 짓은 것이 아니라 그 때는 땅이 젊어 금비와 농약에도 잘 견뎌 기대한 만큼 수확으로 이어졌는데 부려먹기만 하고 쉬게 해주지 않아 땅이 급속도로 노화시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흙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사해온 세월에 대한 속죄양의 심정으로 심씨가 흙에 들이는 공은 감탄이 날 정도로 각별해 부인 이명자씨가 시샘(?)할 정도.
미생물 제재에다 흑설탕, 복합비료, 숯을 한데 넣어 7~10일간 완전히 발효해서 작물에 관주, 지친 흙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한편 엽면 시비를 통해 작물의 성장을 돕고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자신이 직접 만든 퇴비는 물론 폐화석, 수초와 죽초액 등 기능성 물질을 급여해 젊은 흙으로 거듭 날수 있도록 끝없는 사랑을 주고 있다.
심씨는 관행에 의한 주먹구구식 농업에서 탈피,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선진 농업을 구현하기 위해 올해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남대 최고경영자 과정중 시설원예를 공부하는 늦깍이 학도로서 배움의 길을 걷고 있는데 정규 수업은 물론 수강생들끼리 나누는 대화속에서 선진 농업 지식을 곳간에 양곡을 보관하듯이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특히 강당속의 교육에서 벗어나 영농 현장을 찾는 교수들의 바쁜 일정을 더디게 해 눈총을 자초하면서까지 자신이 궁금해하는 것은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집념의 소유자인 심씨에게도 소망은 있다.
농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어려움을 나눈다는 농업 관련 기관에서 농민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재연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농업 기술 보급은 물론 친환경 농업에 대한 지원 확대가 그것.
심씨는 "수북의 경우 정중리 앞 들녘은 모래땅이 대다수이고 뒤쪽은 점토땅으로 지력 차이가 분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수도작만을 고집하는 현재의 농업 구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며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제의 논리가 농업에도 접목돼 많은이들이 찾는 제방변에는 자운영 단지를 조성해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 지력을 향상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수확한 멜론과 토마토 전량을 계통 출하하는 심씨는 "당도가 생명인 멜론과 수박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며 "앞으로도 철저한 물 관리와 햇빛 조절로 규모는 작지만 알찬 농사를 지속할 각오"라고 말했다.
수북경영인회장과 정중작목반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과 책임감이 강한 심씨는 지난해 7월 멜론과 딸기를 저농약 품질 인증을 받아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진리가 올해 농사에서도 발휘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한여름에도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종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