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금성산성 산신제와 위령제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을 출발한 시각은 새벽 6시이다. 고향 담양에는 비교적 자주 내려가는 편이지만 갈 때마다 초행길처럼 가슴이 설렌다. 사실 산신제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하는 며칠전부터 그런 감정이었다. 마치 어렸을 때 하루하루 소풍날을 기다리는 심정이었다.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라고 하면 반갑다는 말이 있다. 하물며 고향과 그리고 고향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고향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는데 그 기다림과 설렘의 감정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향우들이 반응은 너무 좋아 참가를 예약한 사람이 130여명 되었다. 향우회 사무실에 추가로 접수한 사람이 더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주지 못했다. 그 향우님들에게는 정말 아쉽고 미안한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최종적으로 금성산성 산신제와 위령제에 참가한 인원은 130명으로 세 대 버스에 분승하여 서울을 출발했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봄날, 금성산성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여기저기에는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었다. 행사는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도 크고 참례자도 아주 많았다. 어림잡아 참례자의 숫자는 천여명은 족히 되는 것 같았다. 올해로 15회 째를 맞는 산신제와 위령제는 담양을 대표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앞으로는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음복을 하는 것이 관례이다. 음복이란 제사음식을 고루 나누어 먹으면서 조상의 음덕을 받는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음식 나눠먹기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 점에 있어서 담양산악회는 그야말로 완벽하고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생각한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무려 이틀간이나 음식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회원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그 많은 침례자들에게 음식을 배급해 주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것이 담양사람의 독특한 단결력이요, 담양사람의 풋풋한 인정이라고 생각했다.
향우들의 반응은 대만족이었다. 귀경하는 버스 안에서 어떤 향우는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도 1년이나 남은 내년 산신제 참가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간 듯 어렸을 적 추억들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정말 즐겁고, 뜻 깊고, 고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번잡한 도시의 삶으로 인해 머릿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버린 듯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맘 편하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눈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다. 어쨌든 향우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향에 자주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없던 정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귀경하는 버스 안에서 몇몇 향우들은 고향에 도움을 주기위한 방안을 즉흥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향에 내려오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향우회의 책임을 맡고 있는 나는 향우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뿌듯해 졌다.
이번 행사에 노고가 많으신 담양산악회 정상구 회장님을 비롯한 회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면서 내년에는 더욱 발전하는 행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