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시장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농산물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안전하고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이상남씨는 월산면에서 딸기·멜론 시설 하우스 1500평과 수도작에 주력하면서 복합영농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친환경농업으로 안전성과 상품성 높은 농산물을 생산, 연간 6000여만원의 순소득을 올리는 알짜배기 농사꾼으로 유명하다.
이씨의 시설하우스는 마치 잘 정돈된 안방·거실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청결하다.
하우스 안에 들어가면 바닥에서 휴지 조각 하나 찾기 힘들 정도. 마치 잘 정돈된 군대 내무반을 보는 것처럼 필요한 것은 꼭 그 자리에 있고 농자재는 종류별로 가지런히 정돈돼 있어 여느 하우스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또한 '디지털농업' 같은 농업 관련 서적은 손닿기 쉬운 곳에 잘 정돈돼 있으며 이씨의 농업에 대한 탐구열과 학구열이 페이지 곳곳에 묻어있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성실한 농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씨가 하우스 청결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출근해 자신들이 일하는 작업 환경을 정비하고 사용하는 장비들을 애지중지 하듯이 농업이 직업인 농민으로서 당연히 하우스가 직장이며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농사경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는 이씨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또 이씨는 "하우스가 청결치 못하면 병원균을 옮기는 쥐가 더 들끓어 병해 발생의 원인이 된다" 며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작물도 줄이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하우스 주변 환경위생에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공부에 王道가 없듯이 농사에도 王道가 없다'고 여기며 물 대줄 때 물 대주고 거름 칠 때 거름주고, 정식 할 때 정식하고, 농약 할 때 농약을 하는 등 적기영농을 펼친 주인의 발자국 소리와 사랑의 손길을 받은 농작물은 농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에 상응한 결과를 반드시 되돌려 준다고 굳게 믿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이같은 이씨의 믿음은 모든 농업인에게 통용되고 있는 진리다. 본연의 업무인 농사를 게을리하고 사회활동이나 문화 활동에 치중하고 있는 농업인의 소출은 같은 면적을 재배하고 있는 다른 농업인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의 복합영농은 친환경농산물 생산에도 도움을 주고 있는데, 자가생산한 볏짚을 활용해 충분한 퇴비를 만들어 토양을 가꾸고 화학비료 사용을 최소화한다.
위생유지와 적온관리로 병해를 예방해 농약 방제 횟수를 줄이고 양질의 퇴비를 공급해 상품성을 높임으로 이씨가 생산한 농산물은 도매시장이나 공판장에서도 호평을 받는다.
이씨는 주작목인 딸기를 재배한 뒤에는 멜론을 후작으로 재배함으로써 연작장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오고 있다.
또 딸기 병해충은 꽃피기 전에 최대한 방제하기 때문에 수확까지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딸기 꽃이 피면 벌을 방사해 수분을 시키는 등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일찍부터 친환경농업이 한국농업의 주류가 될 것으로 생각한 이씨는 생각을 함께하고 있는 농민들과 친농회를 결성, 최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저농약 인증을 받고 유기농으로 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80년대에는 유통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도매시장에서도 농약을 많이 해 색깔 좋고, 크기가 크면 인정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웰빙 바람을 타고 친환경 전문 매장을 개설할 정도로 변화의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다" 며 "치밀한 사전 준비 작업과 지친 땅에 힘을 실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만이 대한민국의 먹거리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는 이씨의 살아있는 눈빛에서 농업 발전의 희망이 움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정종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