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마을 이장을 연상케 하는 이곳 영농법인에는 40대 전후의 젊은 농사꾼들이 모여 오늘도 무농약으로 생산되는 방울토마토, 멜론의 수확량 확대와 소포장 자동화시스템 구축, 대도시 소비자유통 활성화 방안을 놓고 열심히 토론중이다.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친 나즈막한 야산 언저리 아늑한 곳에 '평지리' 라는 마을 이름처럼 평지 한 가운데 6천여평 연동하우스에서는 얼마전 출하를 마친 방울토마토에 이어 무농약 재배 멜론이 가을 소출을 기다리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관내 친환경농산물 생산만큼은 가장 처음이자 최일선에서 선도해 온 영농법인 답게 이곳에서는 여느 농촌마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훌륭한 영농 시설을 갖추고 방울토마토와 멜론, 친환경 청정 굿모닝쌀 등 무농약 농산물과 축산물(죽엽포크)을 생산하고 있다. 이 법인에서 주력상품으로 생산하는 방울토마토와 멜론은 오래전 저농약 단계를 거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무농약 인증을 받은지 3년째. 이곳에서 재배 생산되는 농산물은 농협 양재물류센터와 한국유기농협회 등을 통해 영농법인 '이장' 브랜드로 전량 계약 출하될 만큼 이제는 품질과 가격에서 친환경농산물로 인정받고 있다. 무농약 재배 첫해에는 인식 부족과 수확량 감소 등으로 별 재미를 못보았고 참여농가들의 인식부족으로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3년차인 올해는 과거 일반농업을 하던 당시에 비해 수확량도 비슷한 수준에 올랐고 가격에서는 40% 가까이 높은 소득을 올렸다. 친환경 무농약 농산물 생산을 고집해 왔던 것이 마침내 수확량이나 소득면에서 궤도에 올라선 것. 여기까지 오기에는 주위 외면과 시련도 많았다. 관내 최초로 친환경농업지구로 선정돼 '코뿔소 영농법인'으로 출범할 당시 뜻을 함께하며 참여했던 20여 농가가 1년도 못돼 대부분 포기하고 젊고 패기있는 40대 전후의 몇농가만이 유기농의 꿈을 저버리지 않고 영농법인 '이장'으로 법인을 바꾸고 끝까지 버티온 것이 3년째. 이제는 떨어져 나갔던 농가들도 다시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신념을 갖고 밀어부친 자신들의 방식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이 다시 무농약·유기농업에 참여할 것을 믿어 요새는 마음이 기쁘다.
법인 김동중 대표는"담양은 시설원예에서 전국 최고,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높은 품질 수준에 올라있고 지역별 농산물 브랜드도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도 이를 활성화 시키고 육성하는 행정의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며"특히 친환경농업을 강조하면서 이것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면서도 실상 이를 선도하는 농가나 법인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파악과 육성방안, 지원대책 없이 뒷북만 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미래의 농업과 농촌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유기농 선도농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사실 40대 젊은 농업인들이 주축인 영농법인 '이장'은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친환경농업 실천 정예요원들이다. 이들의 명함에는 방울토마토와 멜론, 쌀, 쇠고기, 돼지고기 등이 깔끔하고 신선하게 디자인 돼 퍽 인상적이며 뒷면에는 친환경농축산물, 무농약, 친환경유통관리사 등이 표기돼 이 법인이 지향하는 사업의 내용과 의지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다. 뿌린대로 거두며 거짓말을 하지않는 '흙'에서 희망을 찾게됐다는 이 법인 유통책임자인 이동환 씨는"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방울토마토와 멜론을 차별화 생산하기 위해 수년동안 죽초액과 미생물, 양송이 버섯퇴비, 유기질퇴비, 유기농 친환경제재를 쓰면서 흙살리기에 노력했고 무농약 농산물 생산에 주력해왔다"며"타 영농법인 대부분이 3㎏, 5㎏ 포장단위 사용이 일반적인 것을 탈피, 도시 소비자들이나 대형 유통업체에서 선호하는 750g 소포장 중심 판매를 시도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아 요새는 출하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밝혔다.
결국 영농법인 '이장' 이 대도시 소비자들에게 어필되고 성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은 이처럼 시장의 변화와 친환경농산물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생산단계에서 적극 수용한 것과 소비자가 원하는 포장, 그리고 젊은 영농인들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김동중 대표는"현재 100% 무농약 농산물 생산에서 한단계 더 끌어올려 유기농 생산과 병행해 나갈 생각이다"며"지금 상황에서는 생산한 농산물을 소포장 선별 수작업 하는데 따른 어려움이 가장 커 자동화 설비가 절실하지만 2억원 가까이 드는 비용 때문에 쉽지가 않다"면서"적절한 시기에 행정적 지원이 가능하다면 자동화 설비를 갖출 생각이지만 무엇보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선도하는 농가와 영농법인에 대한 행정의 깨어있는 마인드와 육성방안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