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부담 덜어준다더니 말만 그럴듯하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민은 전혀 안중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법을 안 만드는 게 낫겠다."
2008년 7월 시행을 앞두고 현재 국회 내에서 논의가 진행중인 '장기요양보험법(가칭)'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법'은 당초 정부가 "치매·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수발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야심에 찬 취지로 추진한 것으로 흔히 노인수발보험제도(이하 수발보험)라고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앞으로 건강보험료와 노인수발보험료를 함께 납부하게 되며, 수급자가 보험혜택을 받을 시 정부 지원 외에 비용의 2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다만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은 본인 부담 없이 100% 국고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의 수발보험에 대한 국회 심사가 정치적 일정에 쫓긴 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현재 논의되는 방향대로 졸속 처리된다면 취지와는 전혀 동떨어진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8일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비례대표)과 '장기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대표가 이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수발보험이 갖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 혜택을 받게 될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수발보험의 수혜 대상은 최중증의 노인, 즉 거동을 전혀 하지 못해 침상에만 누워 있어야 하는 이들이다. 현재 최중증 노인은 약 8만 5천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7%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수혜 자격이 있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요양비 중 20%로 규정된 본인 부담금 때문에 서민들이 실제로 이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본인 부담금이 높아 실효성 없을 것.
현 의원과 연대회의는 "요양시설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은 20~25만 원이 되고, 여기에 기저귀 등 위생재료비 15만 원을 더하면 최소 5~60만 원의 본인 부담금이 지출된다"며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게 될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차상위계층(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130%)의 본인부담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20%→10%)"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여전하다.
이들은 노인수발보험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지금이나 도입된 후나 서민이 부담해야 하는 액수에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대상 범위 면에서는 오히려 현 제도 하에서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현재 저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는 노인복지사업에 따라 서민들이 이용하는 '실비요양시설'과 '실비전문요양시설'의 월 이용료는 각각 최대 43만7천 원과 70만6천 원이다. 수발보험 도입 후 본인부담 예상금액 5~60만 원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본인부담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20%로 논의되는 법정본인부담률을 10%로 떨어뜨리고 국고지원을 확대하자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발보험 제도를 먼저 도입한 일본의 경우가 예로 제시됐다. 이들은 "일본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10%이지만, 수혜 대상자의 20%가 경제적 부담으로 보험을 실제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시범 실시되고 있는 전국의 8개 지역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이해집단의 의견보다 국민의 복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국회에서 재논의 되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는다면 노동자·농민·서민들의 국민적 저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여의도통신=신수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