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은 담양에서 청소년 시절의 아름다운 꿈과 이상을 키우고 낙향해 머무를 때마다 독서와 학문, 풍류와 작시 등으로 숱한 추억을 남겼다. 그는 송강정 생활에서도 작시의 재치를 발휘하여 美人系 가사의 으뜸으로 꼽는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제작했다. 숙종때의 김만중이 관동별곡과 함께 두 미인곡을 두고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편이다’고 극찬한 것은 그의 문학적 우수성을 기린데서 연유한다.(사진= 송강정)
담양의 가사문학은 원효계곡을 중심으로 한 樓亭園林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깊은 緣을 맺고 있다. 전편 계산풍류에서 보았듯이 조선중기 16세기부터 각종 士禍로 인해 벼슬의 뜻을 버리고 落南한 선비와 은퇴한 선비, 세상을 피해 은거를 하던 선비들이 무등산에서 흘러내린 원효계곡을 중심으로 누정과 원림을 조성하고 학문을 가르치고 詩와 歌辭를 지으며 세월을 보냈다.
당시 이 지역의 대표적 시인은 면앙정 송순, 석천 임억령과 송강 정철, 그리고 제봉 고경명 등이며 이곳에서 나타난 최초의 歌辭는 조선중기 王孫의 한사람인 이서라는 사람이 귀양을 와서 살면서 왕실과 나라 그리고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의 안녕을 기구하는 ‘낙지가’를 지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면앙정, 송강 등으로 이어지면서 담양지역내에서만 18편의 歌辭가 탄생되면서 가사문학이 가장 활발히 꽃피웠던 곳으로 인정받게 되어 이곳을 가사문화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들 歌辭의 대부분은 亭子를 중심으로 한 경관을 노래한 것에서 기원한다는 점에서 가사문학의 발달은 누정원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호에서는 원효계곡을 중심으로 가사문학을 활발히 꽃피웠던 누정과 원림을 찾아 그 공간에 스며있는 선비들의 체취를 느껴보고자 한다.
8. 담양의 누정과 선비들
1) 연비어약(鳶飛魚躍)의 세계 환벽당
'만산이 두른 곳에 시내 한줄기 흐르는 곳/ 취하여 난간에 기대니 학이 내려다 보이네/ 벼슬아치와 산림거사는 원래 분수가 있나니/ 눈앞의 술잔도 가벼이 여기지 말지어다/ 해질녘 모랫가에 작은 배가 비꼈는데/ 연잎같은 일산이 물 밑까지 비춰주네/ 쇠노한 늙은 이몸 세상 구할 힘이 없어/ 비끼부는 바람과 가는 비 속에서 편안히 지낸다네.'
‘푸른 대숲이 주위를 둘러싼 집’이라는 광주광역시 북구 충효동에 있는 정자인데 이 정자의 주인은 김윤제였다. 나주 목사 등의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에 돌아와 본채 뒤에 별당으로 지은 이 정자는 송강 정철과 서하 김성원이 공부했던 학습 공간이었으며, 석천 임억령, 면앙정 송순 등이 찾아와 시문을 창작했던 문학의 산실이었다.
일찍이 ‘일동삼물(一洞三物)’ 곧 한 고을에 있는 세 곳의 명승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유서 깊은 정자를 찾았던 늙고 쇠약한 선비 임억령, 그의 심회가 잘 드러난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우선 환벽당이 자리한 주변의 경치가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빙 둘러 산이 있고, 그 가운데를 흐르는 맑은 시내가 있는 평화로운 곳이 연상되지 않는가? 환벽당에 올라가 내려다 보는 앞 시내, 이른바 滄溪, 푸른 시내인데 그곳에서 놀고 있는 해오라기 떼들의 평화로운 먹이 사냥, 그리고 술이 건하게 취해 자신의 처지에 만족해하고 있는 욕심 없는 선비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벼슬아치와 산림거사는 다 분수가 따로 있다는 이른바 陳亮이 西銘說에서 말했던 경지 “소리개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에서 뛰논다(연비어약 鳶飛魚躍)”의 세계 곧 도가 잘 행해져 만물이 각각 제 자리를 얻음과 같은 知足의 상태를 편안하게 드러내 보였다.
푸른 시내 모랫가 한귀퉁이에 하루 종일 매어있는 작은 배 한 척, 그 안에서 어부는 해 지기를 기다리면서 일산을 펴놓고 고기 대신 한가롭게 시간을 낚고 있다. 시의 끝에 이르러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드러내었는데 공자가 논어 <술이>편에서 “심하도다. 나의 쇠함이여!” 오래 되었구나 내가 다시는 꿈속에서 주공을 뵙지 못하였다(심의 오소야 구의 오불부 몽견주공 甚矣吾衰也久矣吾不不夢見周公)“의 말이 생각난다. 평생 동안 道를 행하기 위해 애썼던 공자, 그는 언제나 周公의 도를 선망하고 그것의 실천을 소망해 왔는데 어느덧 몸이 늙고 의지가 쇠약해져서 도를 행하지 못하게 되자 이렇게 탄식했다.
62세 되던 해 담양부사로 부임하여(1557) 2년 뒤에 그만 두고 고향인 해남에 갔다가 다시 성산에 돌아온 임억령, 그는 사실 을사사화에 동생 임백령이 가담한 뒤부터 벼슬살이에 관심이 없어졌는데, 그는 본래의 성격상 정치와는 잘 어울리지 아니한 소심하고 낭만적이며 방외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위의 시는 석천 성격의 일단을 잘 드러내 주고 있으면서도 산수간에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나름의 의경으로 형상화 해냈다. 나이 들면 욕심이 더 하고 집착이 강해진다고들 한다. 사람이 집착을 떨쳐내지 못하면 화가 이른다 하여 불가에서도 苦集滅道의 四諦 중의 하나로 集을 들고 있다. 이 집은 苦의 원인이 되는 혈육, 재산, 지위 등과 같은 번뇌의 모임을 이르는데 인간이 이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2) 처사의 꿈 소쇄원
소쇄원은 조선조 중종때의 선비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처사로서 은둔생활을 하며 이룬 한국의 대표적인 원림이다. 양산보는 이곳에서 송순 임억령 오겸 김인후 기대승 등 당대의 명사들과 시적 인연을 가졌는데 그 이후에도 양자징과 양자정, 양천운 등 후손들이 대를 이어 원림을 소중하게 관리해 옴으로써 시단과 원림의 명소가 되었다.
울창한 竹林과 해묵은 소나무, 그리고 매화나무, 복숭아나무 등 여러 수목이 어우러진 경내에는 담을 뚫고 흐르는 맑은 물이 바위 위에 넘쳐 폭포를 이루어 水量이 많을 때는 水景과 石景의 극치를 볼 수 있다.
담벽에 박혀있는 애양단, 오곡문, 소쇄처사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廬)라고 슨 석판과 목판 글씨는 항시 오는 손님을 반기고 옛 사연을 가득 담은 제월당과 광풍각이 의젓이 서있다. 양처사와 다정한 사이였던 김인후가 이곳의 빼어난 승경을 골라 읊은 ‘소쇄원 48영’과 1755년에 목판으로 새긴 ‘소쇄원도’는 원림의 내력과 구성공간을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남면 지곡리에 위치한 소쇄원은 1980년도에 한국명원의 특색을 잘 간직한 내원을사적 제304호로 지정하여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다.
소쇄원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신묘하게 이루어진 원림이다. 자연 원림으로 보면 모두가 조물주의 능수능란한 솜씨가 아닌 것이 없고 인공 원림으로 보면 造園의 열 가지 백 가지가 사람의 애정과 정성, 그리고 뛰어난 조경 안목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의 솜씨와 인간의 조원예술을 깊이있게 터득하여 이를 시적 묘사로 형상화 한 것이 하서 김인후의 ‘소쇄원 48영’이다. 이 48영을 읽고나면 소쇄원의 아름다운 48가지 풍광이 분명히 보이고 그 경관 하나하나는 시인의 마음을 짜놓은 詩요, 신들린 화가의 붓으로 그려놓은 동양화다. 시와 그림속에 들어가 곳곳의 경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보면 원림의 손짓 발짓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한걸음 한걸음이 묘경이요, 절경이요, 선경임을 느낄 수 있다.
소쇄원은 '정원'이 주는 일반적인 의미에 따라 오해하기 쉬운 단순한 은둔처이거나 음풍농월의 장소가 아니다. 또한 지금 사람들이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민간정원'으로 그 의미를 가두어 한정할 수도 없다. 그곳은 개혁의 이상을 좇아 한 시대를 풍미한, 죽음에까지 이른 스승의 길에 함께 한, 한 청년의 좌절과 고뇌를 묻은 곳이요, 이루지 못한 이상의 실현을 위하여 修身하며 세상을 밝힐 인재를 구하고 기른 아카데미였다. 양산보는 글을 세상에 남기지 않았다. 義를 구하지 않는 세상에 날개를 펴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강론하고 토론할 때는 침식을 잊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건축적인 면에서도 소쇄원은 빼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본의 庭園'이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가둔 인공적 美를 추구한다면 소쇄원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곳에 튀지 않게 자리하며 자연미를 추구하는 우리 전통의 園林이라 할 수 있다.
瀟灑園의 瀟는 ‘물 맑고 깊을 소'이고 灑는 '깨끗할 쇄'의 뜻을 갖는다. 풀어 쓰면 '물 맑고 시원하며 깨끗한 원림'이라는 뜻이다.
소쇄원의 대표적인 구조물로는 광풍각, 제월당, 대봉대, 오곡문 등이 있다. 양산보가 광풍각과 제월당의 이름을 붙인 것은 송나라 때 명필인 황정견이 주무숙이라는 사람의 인물됨을 이야기할 때 '가슴에 품은 뜻의 맑고 맑음이 마치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과도 같고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빛과도 같다'고 한 데서 따온 이름이며, 오곡문은 조선 선비들의 이상향이자 주자(주희)가 학문을 닦았던 중국 복건성 무이산 계곡의 무이구곡 중 제5곡에서 따온 것이다.
대봉대는 스승 조광조와 같은 시대를 구원할 봉황이 나타나 주기를 희구하는 그의 간절한 염원이 서린 명칭이다. 현존하는 제월당, 광풍각, 오곡문의 글씨는 우암 송시열이 썼다.
3) 속세를 털어버린 식영정
식영정은 전남 담양군 남면 지곡리 소재한 누정이다. 식영이란 말은 ‘그림자를 쉬게 함’ 또는 ‘그림자를 끊음’이란 의미인데 “장자”의 ‘제물편’에 나오는 말이다. 명종 15년(1560)에 서하당 김성원은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위의 정자를 지었는데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있는 송강정 그리고 광주시 북구 충효동에 소재한 환벽당과 더불어 전라남도 지방기념물 제1호이다.
‘식영정’은 성산가단이 이우러진 모태인 바, 이곳에서는 석천 임억령을 중심으로 서하 김성원,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이 詩文을 주고받았는데 이들을 식영정 四仙이라고 불렀다. 이에 연유하여 ‘식영정’을 달리 四仙亭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을 출입한 인물로는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 옥봉 백광훈, 구봉 송익필 등 모두 당대 명사들이었다.
임억령은 담양부사를 그만두고(1559년 64세) 고향인 해남으로 되돌아간 뒤, 강진, 담양 그리고 해남을 오가며 지내다가, 1560년에 담양 성산에 우거, 식영정이 건립되자 그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시문을 제작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
임억령은 전남 해남 출생으로 자는 大樹요 호는 石川으로 선산인(善山人)이다. 외삼촌 박곤과 눌재 박상, 숙부 임우리의 문하로 중종 11년(1516)에 진사, 1525년에 문과에 급제한 뒤로 여러 관직을 거쳤다. 명종 즉위 해인 1545년 乙巳士禍에 동생 百齡이 소윤 윤원형파에 가담하여 대윤 윤임파 일당에게 화를 입히려 하자, 벼슬을 버리고 해남과 담양의 성산을 오가며 여생을 보냈다.
금산 군수로 재직 중에 동생의 사화 가담 소식을 듣고는 “잘 있거라 한강수야 고요히 흘러 물결일랑 일으키지 말지어다”의 시를 남겨 유명해졌다. 송강, 제봉, 서하, 면앙정 등과 성산가단을 열었으며, 성산동 관련 한시문 500여 편을 제작하였다. 퇴계와 시에 대해 논한 일화가 유명한데 “희임대수견방논시(喜林大樹見訪論詩)”에 잘 나타나 있다. 애국애민정신이 반영된 서사시 “송대장군가(宋大將軍歌)”는 서사한시의 백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의 천연적 음률관은 시의 제작에 오롯이 반영되어 평담자율(平淡自律)의 서정적 시세계 구축을 가능케 했다.
‘석천집(서울대 규장각 소장)’, 석천시집(고려대 만송문고 소장)‘ 등에 한시 3000여 수가 전한다. 석천의 문하에서 제봉 고경명, 서하 김성원, 송강 정철 등이 배출돼 조선 중기 한시단을 살찌웠으며 옥봉 백광훈, 고봉 기대승, 청련 이후백 등은 석천의 인물됨을 흠모했던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율곡 이이 같은 학자는 ’차임석천억령운(次林石川億齡韻)‘의 시에서 석천의 인물됨에 탄복하여 ’평생 꿇지 않았던 이 무릎을 오늘 그대 앞에서 꿇는다‘고 하면서 추앙한 마음을 극진히 드러내 보였다.
어쨌든 석천이 식영정을 두고 읊은 이십 수의 시는 면앙정을 두고 읊어진 시들과 달리 식영정 近景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으로서 분위기, 시상, 소재, 표현방법 등 여러 면에서 ‘성산별곡’의 창작적 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4) 美人曲의 산실 송강정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은 조선시대 중종때 태어나서 주로 선조 때 활동한 학자이자 문인이면서 정치가다. 자는 季涵, 시호는 文淸이며 송강은 호다. 이밖에 본관인 迎日의 옛이름을 따서 臨汀이라고도 하고 蟄庵이라고도 한다.
그는 서울 장의동(지금의 청운동)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맏누이는 인종을 모시는 내명부 숙의가 되었고 막내누이는 宗室인 桂林君 溜에게 출가하여 왕실과 인연이 깊어졌다. 송강연보에 따르면 정철의 나이 10세 때에는 을사사화가 일어나 처참한 家禍를 입었다. 사화에 연루된 자형 계림군은 역모죄로 붙잡혀 처형되고 부친 정유침은 멀리 유배되었고 맏형 鄭滋는 유배도중 심한 매를 맞아 죽고 둘째형 鄭沼는 관계진출에 환멸을 느껴 처가가 있는 순천으로 피신해 은거했다.
집안이 풍비박산 되면서 파란만장한 정철의 인생역정이 시작된다. 경상도 영일로 부처된 아버지를 따라가서 어린시절을 보내다가 16세에야 유배에서 풀린 아버지와 함께 선산이 있는 창평(지금의 담양)으로 낙남했다. 이때부터 담양은 새로운 삶의 연고지가 되어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17세 때에는 창평 해곡리에 거주하는 유강항의 여식과 결혼해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리게 된다. 마을에는 지금도 전라남도문화재로 지정된 臥松堂이 잇고 거기에는 정철이 결혼할 때 머물렀다는 松江新房의 유래가 전해온다.
그는 먼저 배워서 알아야 함을 깨닫고 일찍이 큰 학자인 김인후의 문하에 들었으며 김윤제 기대승 등을 좇아 학문을 익혔다. 한시는 주로 임억령에게서 수학했고 가사는 송순의 영향을 받아 대성했으며 성혼과 이이와는 친교를 두터이 하고 김성원, 고경명 등과는 시적 교유를 긴밀히 하여 흥미진진한 시적 풍류를 누리는 등 당대의 명류들과 인간적 인연을 깊이 쌓았다. 특히 40세나 위 어른인 임억령과 11세 손위인 김성원을 유달리 숭배하면서도 忘年之交로 작시 창수하기도 하여 정철을 포함한 이 네사람을 이른바 식영정 4선이라고도 한다. 주로 식영정이 있는 남면 지곡리의 벌뫼마을에서 작시활동을 하여 식영정詩壇의 주역이 되었다. 이곳 시단활동을 통해서 이뤄진 누정시가 많은데 4선들이 각각 20수씩으로 연작한 ‘식영정 20詠’은 그중 대표적인 누정 題詠이다.
정철은 식영정에서 다수의 작품을 만들었다. 한시뿐만 아니라 시조와 가사체의 누정시를 제작하여 이곳은 송강문학의 대표적 무대가 된다. 국문학상 전원가사의 수작으로 꼽히는 星山別曲도 성산 일대의 빼어난 자연승경과 자신의 풍류를 운치있게 노래한 명작이다.
정철은 27세에 과거 급제하여 관계에 진출한 후 우의정, 좌의정을 역임하는 등 나라의 요직에서 經國濟民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끊임없이 노력했고 주요 외직으로 강원도관찰사, 전라도관찰사 등의 중책을 맡아 위국애민의 큰 뜻을 펴기도 하여 정치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정철의 생애는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당쟁으로 政論의 대치와 갈등이 심했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은 현실참여 의지가 강한 그에게 허다한 먹구름을 끼어 얹었다. 관계에서의 추방과 외딴 곳으로의 유배가 바로 그것이다. 정철은 출사이후 본의 아닌 낙남이 적잖았고 창평으로의 낙향도 네 차례나 이어졌다. 40세 때의 2년간을 비롯해 44세 와 46세, 그리고 50세에 남녘으로 내려와 머문 일은 모두가 정계에서 방축된 불우한 삶이었다. 득의에 찬 환로에서의 발걸음과 너무나 대조적인 낙망과 실의의 역경을 겪어야했던 孤臣의 삶이었다. 그런가하면 56세에는 북녘땅 강계에서 혹독한 귀양살이를 하고 임진왜란을 당한 이듬해에는 노구를 이끌고 사은사로 명나라를 다녀온 공과마저 비판되면서 종말에는 생계마저 어려운 빈곤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생애를 두고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이었다 함은 이러한 삶을 가리키는 것이다.
정철이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 죽록정(지금의 송강정)을 짓고 경영하기 시작한 것은 네 번째 낙향했을 때다. 정자 아래로 죽록천이 흘렀는데 송강이라 이름하였다. 정자 앞으로는 당시 서석산이라 일컫던 무등산이 멀리 보이고 그 산자락에 위치한 남면 지곡리에는 식영정과 우리나라 원림의 으뜸으로 꼽는 양산보의 소쇄원이 자리하고 개울 건너에는 정철이 16세의 나이로 낙남하여 김성원과 같이 학습했던 김윤제의 환벽당이 있다. 당시 송순이 빼어난 산수의 풍광과 여기에 위치한 세 누정의 자연승치를 지적하여 一洞三勝이라 칭송했던 명소다.
정철은 여기에서 청소년 시절의 아름다운 꿈과 이상을 키우고 낙향해 머무를 때마다 독서와 학문, 풍류와 작시 등으로 숱한 추억을 남겼다. 그는 송강정 생활에서도 작시의 재치를 발휘하여 美人系 가사의 으뜸으로 꼽는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제작했다. 숙종 때의 김만중이 관동별곡과 함께 두 미인곡을 두고 ‘우리나라의 참된 문장은 오직 이 세편이다’고 극찬한 것은 그의 문학적 우수성을 기린데서 연유한다.
그밖에 시조와 한시 역시 이 무렵에 이루어진 것이 적지 않다. 대부분이 외로운 孤臣의 처지에서 戀主의 언어로써 품위있게 부른 노래이고 忠君 愛國을 다하는 지극한 마음에서 戀君之情을 격조높게 형상화 하여 문학적 작품성을 기한 명작들이다. 특히 시조와 가사의 제작에 동원된 詩語는 우리 일상생활의 말씨요 평이하게 이해할 수 있는 친근감 있는 한글 표기의 국자로서 국어의 아름다움을 실감나게 하는 표현기법을 마음껏 구사했다는데 주목된다. 이런 점에서 정철은 우리 문학발전에 금자탑을 세웠고 그의 시가문학은 국문학사상 최고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믿는다. 정철이 제작한 시가는 가사 4편을 비롯해 시조는 약 80수, 그리고 한시는 740여수로 알려져 있다.
5) 달관과 관용의 공간 면앙정
면앙정은 담양군 봉산면 마항부락 옆에 위치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정자다. 정자의 가운데는 한 칸짜리 방이 들여져 있고 사방으로 마루가 깔려 있어 정자의 어느 쪽에서나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면앙정은 정자의 주인인 송순(宋純, 1493-1583)의 호이면서 정자의 이름이기도 하거니와 면앙이란 땅을 굽어 백성을 살피고, 하늘을 우러러 임금을 섬긴다는 뜻으로 송순의 면앙정삼언가와 기대승의 면앙정기에 잘 나타나 있다. 곧 “숙이면 땅이요, 우러르면 하늘이라, 그 가운데 정자를 앉혔노라”가 그것이다.
이 정자 아래로는 여계천(餘溪川)이 흘렀는데 일제시대 철도개발로 인해 지금은 물줄기가 정자로부터 100여미터 떨어져 흐른다. 면앙정의 뒷면으로는 시원하게 봉산면의 들녘이 펼쳐져 보이며 멀리 혹은 가까이로 추월산 병풍산 삼인산 등이 바라다 보인다. 면앙정은 담양권의 60여 개에 달했던 누정의 하나로 조선초 전신민의 독수정, 16세기 초반 양산보의 소쇄원에 이어 세 번째로 1533년에 건립됐다.
송순은 32세 때 누정 건립의 뜻을 세우고 같은 마을의 郭氏로부터 땅을 구입한 뒤 10년 만에 중추부사대사헌(中樞府使大司憲)의 직을 그만두고 향리에 내려와 있으면서 정자를 지었다. 송순은 정자를 짓고 “면앙정삼언가”와 시조 한 수를 남겼는데 그 둘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시조는 이러하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 한 칸 지어내니/ 반 칸은 청풍이요 반 칸은 명월이라/ 강산은 드릴 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이로 보건대 초창기 면앙정의 규모는 매우 단촐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 초가지붕을 한 草亭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면앙정은 창건된 지 20년 후인 명종 7년(1553) 송순의 나이 62세 때 중창되는데, 당시 담양부사였던 국재 오겸(菊齋 吳謙)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면앙정의 중창은 곧 면앙정 시단의 일대 변신을 가져왔거니와, 중창을 기념하기 위하여 초대된 여러 문사들로부터 다양하고 많은, 그러면서도 탁월한 시문이 제작됐다. 기대승의 ‘면앙정기’, 임제의 ‘면앙정부’, 임억령의 ‘면앙정 30영’, 김인후의 ‘면앙정 30영’, 박순의 ‘면앙정 30영’, 고경명의 ‘면앙정 30영’, 면앙정 송순 자신의 ‘면앙정가’등이 그것이다.
면앙정은 정유재란(1597) 때 병화를 입어 완전히 소실되고 빈터만 남게 되었으니 송순이 세상을 떠난 지 16년 만의 일이었다. 현재의 면앙정은 효종 5년(1654)에 후손들이 중건한 것으로 350여 년이 넘게 유지해오다 담양군이 올 봄에 해체한 후 원형을 복원했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6호인 면앙정은 시가문학의 산실인바, 면앙정단가 7수와 ‘면앙정가’를 비롯한 국문시가는 물론 ‘면앙정 30영’ 등 한시 및 다양한 형식의 시문이 대량으로 제작되어 호남시단은 물론 조선의 시단을 살찌웠던 문학의 산실이다. 주목되는 것은 고봉 기대승이 ‘면앙정기’를 두 번 지은 사실과 송순이 ‘면앙정 30영’을 짓지 아니한 점이다. 고봉이 무슨 연유로 면앙정기문을 두 번이나 제작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처음에 창건되었을 당시에 한 번, 뒤에 중창되었을 때 한 번 등 도합 두 번 지은 것이 나중 문집에 함께 등재되어 마치 한꺼번에 두 번을 지은 것처럼 여겨진 것이라 추정된다. 이와는 달리 35세나 연상인 스승의 정자에 대한 기문을 부탁 받고 고봉이 조심스럽고 부담이 간 나머지 두 개를 제작한 것이라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한편 면앙정 주인인 송순의 ‘면앙정 30영’ 제영이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임?병 양란 등 병화로 인하여 송순의 시문이 다량 소실된 데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다. ‘면앙집’의 송순 연보에는 정유재란으로 인하여 송순과 제현들의 시문이 다량 소실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송순이 먼저 ‘면앙정 30영’을 짓고, 이어 임억령 등이 그에 화답했을 것이로되 그것이 불에 타 없어져 버렸다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사실 지금으로서는 네 사람의 ‘면앙정 30영’ 중에서 누구의 것이 가장 먼저 지어졌으며, 그것은 어떤 원문에 의한 것이었는지 궁금한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또한 ‘면앙집’에는 심중량의 ‘면앙정기’도 보이는데 이 또한 언제 어떤 연유로 제작된 것인지 분명치 않다. 면앙정을 제재로 해서 창작한 시가에는 앞서 소개한 것들 외에도 면앙정 잡가 두 수 및 여러 편의 한시가 있는데 ‘면앙집’에 따르면 41명의 시인이 51편 210수 이상을 제작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렇듯 면앙정은 시조 가사 한시문 등 다양한 시가문학의 산실로서 특히 가사 면앙정가는 정철의 성산별곡에 많은 영향을 주는 등 강호전원 가사의 전통을 잇는 주옥같은 작품의 자력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금 면앙정 앞뜰 오른편에는 면앙정가비가 서 있으며 정자 안에는 퇴계 이황, 하서 김인후의 시와 고봉 기대승의 ‘면앙정기’, 백호 임제의 ‘면앙정부’ 및 석천 임억령과 제봉 고경명 등의 ‘면앙정 30영’ 및 송순의 ‘면앙정삼언가’ 등이 판각되어 걸려있다.
한편,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면앙정 30영’과 ‘식영정 20영’ 등의 시편들은 모두가 그 정자의 내포적 의미에 맞게 세밀한 구도 속에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면앙정 30영’은 면앙이란 의미에 충실한 가운데 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면앙’ 곧 ‘굽어보고 우러러 볼’ 수 있는 경지, 이는 송순이 지향했던 大道의 경지에 다름아니다.
송순은 평생 ‘대도’의 실현을 최고의 목표로 삼았던 인물로서 그의 ‘면앙’은 ‘대도’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대도의 경지 곧 면앙의 자세로 사물을 대하면 우주 사이의 삼라만상이 죄다 뵈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대도를 깨달은 사람은 자유자재로 시?공을 넘나들 수 있는, 석천 임억령식으로 말하면 조화옹의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그가 하늘에서 굽어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없게 되므로 광주의 어등산, 나주의 금성산, 화순의 옹암산 등 면앙정 원경을 조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면앙정에서 바라보면 그 아래를 흐르는 물이며, 가까이의 어뀌꽃 등이 눈앞에 들어오게 되어 근경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시 태도는 ‘식영정 20영’의 시편이 각기 식영 정신의 실천적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求道的 과정의 절차를 노래한 경우와 같은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면앙정 30영’은 면앙정 주인의 인품과 철학을 반영한 詩題의 선택이 아닐 수 없는바, 같은 시제에 임억령 등 4명의 시인들이 각기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담음으로써 그 형상과 의경 및 흥취가 다르게 실현되었음을 알 수 있겠다.
송순의 자는 守初, 誠之, 호는 면앙정 또는 企村이며 시호는 肅定인데 新平 사람으로 담양군 봉산면(당시로는 추성군 봉산면 상덕리 기촌)에서 아버지 泰와 어머니 순창 趙씨와의 사이에서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송순의 집안은 대대로 충청도 신평, 홍주, 연산 등지에서 살았는데 그의 고조 希景이 전라도 추성(秋成)으로 낙남해 왔다고 전한다. 송희경이 낙남한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그의 아우 龜가 고려의 신하로서 조선에 협조하지 아니한 不服臣이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데에 연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희경은 먼저 전라도 장성의 삼계(당시는 영광)로 낙남해 와 있던 아우 송구의 뒤를 따라 인접한 담양군 봉산면 상덕리에 터를 잡고 살았는데 이후 이 마을은 신평 송씨의 집성촌이 되었다.
자질이 뛰어나 신동으로 불렸던 송순은 지지당 송흠(知止堂 宋欽)의 문하에 들어 수학했다. 송순의 숙항인 지지당은 당시 청백리로서 학문과 인품에서 이름난 큰 선비였는데 그의 가르침은 훗날 송순의 학자적 인품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송순은 21세 때 호남 사림의 태두격으로 정암 조광조와 뜻을 같이하여 기묘명현으로 일컬어진 눌재 박상의 문하에 들었다. 이때 송순은 박상, 박우 형제로부터 인생관과 삶의 철학을 정립시켰다고 한다. 또한 송순은 취은 송세림에게도 수학했는데 패관문학으로 유명한 ‘어민순’의 작자인 취은이 능성(지금의 능주) 현감으로 와 있을 때 그를 찾아가 배웠다고 한다.
이처럼 훌륭한 스승으로부터 친자를 받은 송순은 중종 14년(1519)에 27세로 별시문과에 급제한 후 승문원부정자(承文院副正字)로부터 77세의 의정부우참찬(議政府右參贊, 정2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벼슬을 역임했다. 송순은 50년 세월을 벼슬에 있었는데도 대체로 무난한 환로인생을 살았던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였다.
송순은 91세의 긴 생애를 살았던 만큼 많은 인물과 교유하였는데 정만종, 임억령, 임형수, 나세찬, 이황, 신잠, 윤구, 주세붕, 심수경, 김인후, 성수침, 홍섬 등 실로 당대의 내로라한 인물들과는 거의 대부분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파악된다. 송순이 이와같이 훌륭한 인물들과 교유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성품이 온화했을 뿐만 아니라 항상 大道를 좇는 삶의 철학을 지켰던 데에 연유하다.
인자하고 너그러운 송순이었지만 그의 애민정신에서 발로된 일련의 서사 한시는 강한 저항정신이 표출된 민중지향서의 문학으로 평가된다. ‘문인가곡’, ‘문개가’, ‘탁목탄’, ‘병학’ 등의 서사 한시가 그것인데, 송순은 한시뿐만 아니라 시조를 통해서도 그의 저항의식을 드러내었는바 이런 시조를 통해 드러난다. ‘꽃이 진다하여 새들아 슬퍼마라/ 바람이 흩날리니 꽃의 탓 아니로다/ 가노라 희짓는 봄을 새와 무엇하리요’
인종이 죽고 명종이 즉위한 1545년에 일어난 乙巳士禍는 소윤 윤원형 일파가 대윤 윤임 일파 및 죄 없는 선비들을 죽이거나 몰아낸 사건이었다. 송순은 이 사화로 어진 선비들이 죽어간 것을 못내 참지 못하고 이 시조를 지었는데, 이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을 뻔했다.
송순은 寬容을 삶의 지침으로 삼고 大道의 철학을 실천하면서 살았던 인물로서 그가 두 아들의 이름을 海寬과 海容으로 지어준 데서 ‘관용’ 두 글자를 얼마나 중히 여겼는지 짐작할 만하다. 관용의 삶의 자세와 대도의 철학 실천, 이는 송순의 인물됨과 인생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송순에게는 회방연(回榜宴)이라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송순이 87세로 과거 급제 60회를 맞이하게 되었을 때 면앙정에서는 그것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다. 그 자리에 선조 임금은 꽃과 술을 내렸고, 도백 송인수를 비롯한 많은 축하객들이 줄을 이었다. 질탕한 잔치가 막을 내리고 밤이 되자 송순은 처소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수제자 정철이 “선생을 위하여 직접 가마를 메어드리자”고 제의했다. 정철, 고경명, 임제 등이 일시에 가마를 붙들고 옹위했다. 사람들이 이르기를 “이전에 없었던 일이다”면서 입을 모아 찬탄해 마지않았다. 송순의 인품이 빚어낸 아름다운 일화다.
송순은 학문, 정치, 유학, 문학 등의 여러 면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훌륭한 인물이다. 특히 그의 문학은 600여 수에 이르는 한시문, 30여 수의 시조, 강호 전원가사의 백미인 ‘면앙정가’ 등 실로 국문학사에 길이 빛나는 주옥같은 명편으로 평가된다.
송순의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면앙정을 짓고 ‘면앙정시단’을 운영한 점이다. 면앙정에서 송순은 講學, 詩會 등을 베풀어 호남의 선비와 학자를 배출해냈을 뿐만 아니라, 호남시단이 곧 조선의 시단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기회와 발판의 제공은 물론 역량을 계발하였는바, 그에 대한 평가는 이로부터 출발점을 삼아야 할 것이다.
河西 金麟厚 先生과 筆巖書院
文正公 河西 金麟厚 선생은 중종5년(1510) 장성군 황룡면 맥동리에서 태어났으며 본관은 蔚山, 자는 후지(厚之)이고 호는 河西 또는 담재(湛齋)이며 명종15년(1560) 51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22세에 사마시, 31세에 문과에 급제하여 호당에 들어갔고 세자(인종)시강원설서가 되어 도의에 의한 왕도를 밝혔다. 중종에게 홍문관 차자(箚子)를 올려 경세정치사상을 밝히고 조광조 등 기묘명현의 신원(伸寃)을 결연히 주청했다. 인종이 승하하자 벼슬을 버리고 귀향하여 오직 성리학 연구와 후진양성에만 전념했다.
명종이 교리 등 6회에 걸쳐 벼슬을 내리고 불렀으나 인종에 대한 충절을 지켜 나가지 않았다. 이후 정조대왕은 "오직 하서만이 홀로 도학, 절의, 문장을 다 갖추어 가히 우리나라 사문(斯文)의 종장(宗匠)이라고 극찬하면서 文廟에 배향을 윤허하고 영의정을 추증했다.
필암서원(筆巖書院)은 호남에서 유일하게 문묘(文廟)에 배향된 우리나라 18先正 가운데 한 사람인 문정공 하서 김인후 선생을 주벽으로 제자인 양자징 공을 종향한 호남의 대표적인 서원이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 때도 전라도에서 유일하게 훼철되지 않았으며 1975년 4월 23일 국가사적 제242호로 지정됐다. 장성군 황룡면 필암리에 자리하고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