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철 푸르고 무성한 촉남죽해에서 많이 생산되는 모죽과 잡죽을 이용, 수천년 동안 중국 공예 역사를 발전시켜 대나무 공예 1번지가 되고 있는 강안현의 하씨 죽공예 유한회사를 찾았다.
"강안현은 부존자원인 대나무를 이용해 대나무 공예 솜씨가 뛰어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였으며 자손대대로 대나무 조각 및 공예의 전수과정을 통해 독특한 지방문화를 형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세계 30여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중국의 으뜸이라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竹人 허화일씨를 기다리는 동안 녹차를 권한 허씨의 딸이 전한 말이다.
촉남죽해내 주요 관광지에서 팔던 대나무 공예품과는 달리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고품격의 조각품들이 전시된 죽예헌에서 20여분의 기다림 끝에 만난 허화일씨는 평생을 대나무와 함께 해온 것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 마다 배어있는 땀과 노력에 대한 자긍심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그동안 허씨가 쌓아온 업적을 보면 허씨의 말이 虛言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허씨가 설계 제작한 '남죽 종합 이용' 제품이 1984년 국가 경공업부 백화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우수 설계 2등상을 획득하였고 여러 차례 국가급·성시급의 대상을 받았으며 '중국 대나무 문화절 전시회' 금상, '제1회 중국 대나무 공예 정품전시회' 대상을 받는 등 중국 죽공예 대사 11명중 한 사람답게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대나무 공예는 물론 서예·수석에도 조예가 깊은 허 씨는 두 딸들과 함께 대나무 공예에 매진하고 있는데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작품들을 보면 왕희지 필체를 필사해서 죽간으로 만들어 인테리어용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품의 경우 중국돈으로 1만5000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에 팔려 나가고 있다.
또한 촉남죽해에서만 생산되는 마디 사이가 긴 대나무를 활용해 팬더곰을 수놓아 제작한 자태죽편은 과연 이것을 인간이 만들었나 했을 정도로 정교하며 섬세하고 팬더곰이 마치 뛰어 나올 것처럼 입체감이 뛰어나 見物生心의 충동을 억누르느라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허씨의 작품 세계는 명인서화를 대나무로 조각한 죽간과 대나무 뿌리, 걸게, 대나무 포장, 대나무 벽화 등 공예품과 대나무 가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북경 '중경호텔', 북경 창평 '황촉대호텔', 심양 '쌍천 별장', 산동제남 '노전촌', 심수 '금수중화거리' 등 그가 창설한 대형 대나무 부조벽화는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으며 상해증권회사의 '상해증권건물' 모형, 대련 진렬관 '용봉정상'의 대나무 젓가락 조각, 사천성의 대형 대나무 조각 벽화 '촉혼' 등 대나무 공예제품은 누구도 따라 갈 수 없는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평생을 대나무와 해온 탓인지 굳은살이 배인 허씨의 따뜻한 배웅을 받으며 대나무를 이용해 합판을 주로 생산하는 강안 가력죽업유한회사를 찾았다.
리진 공장장은 "우리 회사는 죽재 가공 및 이용에 관한 6가지 이상의 특허 및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다" 며 "대나무 목재를 이용한 포장 합판, 건축 모형판, 운송함 밑판, 군용품 포장함, 기계설비 포장함, 기차 자동차함, 콘테이너용 합판을 생산하고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그는 또 "이러한 생산제품들은 2003년 중국 대나무생산협회로부터 금상을 받을 정도로 죽(竹)산업은 회사의 핵심 산업으로써 전망이 아주 밝다. 또 '연간생산 20,000㎥인 새로운 죽교합판' 항목은 국가급회불계획(전략 육성 지원) 계획에 선정됐습니다"
"특히 합판을 두껍게 만드는 시설은 중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고강도이고 열에 변형이 없고 내수성·절연성·불연성이 뛰어난데다 해충에 강해 아프리카에 주로 수출되고 있다"고 회사 소개에 열을 올리던 그는 "최근 자금난으로 수개월째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음 목적지인 강안 등죽대외무역유한회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했다.
죽순 통조림인 '청수죽순' 제품이 '소비자가 좋아하는 상품'으로 인정받아 대만, 일본, 한국에 판매됐지만 자금난에 봉착해 문을 닫은 지 오래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수소문 끝에 어렵게 만난 회사 관계자는 "품질제일, 사용자 최고의 원칙에 따라 일관적으로 계약을 중하게 여기고 신용을 지키는 것을 사훈으로 삼아 제품을 생산해 사회 각계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정부 지원이 미미해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됐다"는 말에서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로 변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실패담을 목격하게 됐다.
대나무와 어우러져 의빈시민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대표적인 휴양지인 야외온천으로 가는 도중 중국에서 싼샤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댐이 될 중국 서부 쓰촨·윈난성의 시뤄두 수력발전소현장을 통과하게 됐다.
"모두 503억4000만위안(약 6조544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시뤄두 발전소의 착공으로 양쯔강 상류 진사강 유역에는 길이 200㎞, 평균 폭 700m, 최저 수심 600m의 거대한 인공호수가 생겨납니다"
"1994년에 시작한 중국 싼샤(三峽: 삼협)댐 건설은 그야말로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공사다. 댐의 완공을 예정보다 아홉 달이나 앞당긴 것도 중국 언론에서 찬사를 받고 있으며 26기의 발전시설 설치도 계획보다 1년 빠른 2008년에 완료될 것이라고 합니다"
건설현장 폭파로 인해 30여분동안 통행이 제한되어 현장 관리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경천지동 할 굉음과 함께 끝없이 이어지는 폭파현장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게 됐다.
폭파 진동이 사라져갈 무렵 도착한 야외 온천탕에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여자들과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피로를 풀고 있었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온천욕을 즐기고 있으며 노천탕과 노천탕사이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있어 차폐효과와 함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곳 야외온천도 댐 건설로 인해 수몰되어 인근 산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피로를 온천욕으로 털어 내고 차산죽해가 있는 중경으로 이동, 청나라 거리를 재현한 곳을 찾았다.
때 마침 공휴일을 맞아 수많은 인파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거리 초입에서 만난 노인이 대나무로 만든 악기를 연주하며 손님들을 호객하고 있다.
도로 양쪽에 늘어선 수많은 상가중에서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대나무 신제품을 주로 팔고 있는 점포에는 대나무 숯을 이용해 만든 묵주와 대나무숯으로 염색한 양말, 손수건 등 섬유류, 대숯으로 만든 모빌과 소형 팬시용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대나무 숯의 효능이 적힌 플래카드가 점포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대나무의 효능에 눈을 뜬 중국인들이 상술을 발휘하고 있어 빠른 시일안에 이곳에서 만난 제품들을 국내에서 볼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온몸을 감싼다.(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하였습니다) /한명석, 정종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