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행사장이 마련된 근남 수산리 '울진금강속 솔숲'은 지난 해 생명의 숲가꾸기운동본부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곳이다. 경북의 동강으로 불리는 왕피천을 끼고 있어 뛰어난 경관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하는 '울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농업은 이제 곡물생산이라는 단순개념을 넘어 인류존재를 담보하는 생명산업으로서 친환경농업은 인류가 최종적으로 선택해야 할 생명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소규모 농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농업이 가장 발달했고 또 그 전통이 잘 보전되어 있는 울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현장을 미리 가본다.(편집자)
"새 농업 패러다임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7월22일부터 25일간 울진서 … 23개 국가 참가
울진군이 분주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개최하는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불과 40여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는 7월22일부터 8월 15일까지 25일 간 '경북의 동강'으로 불리는 울진 왕피천 둔치에서 '2005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린다. 울진군은 지난 2002년 7월부터 전 행정력을 동원, 울진군의 미래와 전망을 세울 '친환경농업 기반 조성과 녹색생태관광지 조성'을 위해 비지땀을 흘려왔다.
엑스포를 위해 구성된 T/F팀인 '엑스포조직국'은 엑스포의 성공개최를 위해 연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때아닌 이른 더위와 따가운 햇살에 최규환 엑스포조직위 사무총장과 직원들의 얼굴은 까맣게 타 영락없는 농사꾼 모습이다.
김용수 울진군수는 지난 2002년부터 수 년째 '친환경농업합시다'라는 인사말과 권유로 군정을 시작하고 있다. 때문에 안팎의 작고 큰 모든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은 김용수 울진군수를 '친환경농업 군수'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울진군의회(의장 주광진)도 지난 4월부터 전국의 지자체를 돌며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알림이 투어'에 나섰다. 2개조 10명으로 구성된 의회 방문단은 20여일 간 8개 도 28개 시·군의회를 방문하고 2005울진엑스포의 개최의의와 의회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엑스포 조직위는 지난 4월 한 달 간 서울·대구·전남 등 전국 농학계 대학을 찾아다니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통한 도시와 농촌의 공생, 미래생명산업으로서의 친환경농업의 중요성과 함께 한국농업의 미래청사진을 제시하게 될 엑스포 개최의 목적과 배경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군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군민들은 앞다투어 그 동안 천대해온 밭을 갈고 무성한 잡풀을 뽑아 '텃밭가꾸기'에 나섰다. "친환경농업엑스포의 성공은 유기농업의 실천에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소중하게 일궈놓은 농토를 그 동안 후손들이 너무 천대해 왔지요. 우리 생명을 살리는 것이 농업인 것을 이제야 깨달은 셈입니다. 텃밭을 살려 직접 가꾸는 것이 울진을 생명의 고장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직장 생활로 바쁜 일상을 틈새를 쪼개 묵혀놓은 텃밭 세 마지기를 다시 가꾸기 시작했다는 김종국(42, 울진읍)씨의 각오이다.
농가주부모임, 여성단체협의회, 공직자 가족들도 행사장 조성 자원봉사에 나서는 등 '2005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들 자원봉사단 200여명은 엑스포 행사장에서 500평의 면적에 백련, 맥문동 식재와 함께 잡초제거, 화단정리 등의 일을 거뜬히 처리했다. 이제 친환경농업은 6만 울진군민들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친환경농업엑스포는 얼핏 축제처럼 보이나 축제만이 전부가 아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WTO 등 신식민지 무역정책 강화로 국가 간 식량전쟁이 인류사의 신무기로 등장한 지금, 식량주권 확보와 생명농업 정착을 위한 유기농 기반조성은 이제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울진군이 2002년부터 전 행정력을 쏟으며 '2005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를 준비해 온 것은 이같은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조직위원장인 김용수 울진군수는 "오지인 울진의 미래는 청정한 자연환경을 근간으로 한 생명산업인 친환경농업과 에코빌리지 조성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다
울진군이 보유한 자원은 한마디로 자연자원이다. 산림자원과 바다 그리고 농업기반이다. 이 중 산림자원과 바다자원은 울진을 이루는 두 개의 주요자원이다. 여기에 비해 농업기반은 그 구조자체가 열악하다.
왜 울진군은 군을 이루는 세 개의 주요 자원 중 그 기반이 가장 열악한 농업기반에 눈길을 모으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농업은 이제 과거의 곡물생산이라는 단순개념을 넘어 인류존재를 담보하는 생명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업은 인류가 최종으로 선택해야 할 생명산업입니다. 울진은 드나들기가 쉽지 않은 오지인 까닭에 오히려 생태환경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청정지역입니다. 때문에 소규모 농업을 중심으로 인간의 생명을 지켜주는 친환경 농업이 가장 발달했고 또 그 전통이 잘 보전되어 있는 자연환경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엑스포조직위원장 김용수 울진군수의 '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 울진 개최 배경'설명에서도 그 까닭은 잘 녹아있다.
울진군과 울진 사람들은 '살고싶고 살기좋은 울진 건설'을 위해 '친환경농업 메카 조성을 통한 녹색생태관광지 건설'을 전략적 무기로 선택한 셈이다.
"선택과 집중 통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친환경농업 메카 건설'이 울진군의 미래와 전망을 위한 '선택'이라면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는 국내는 물론 세계의 시선과 관심을 울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집중'인 셈이다.
친환경농업엑스포 40여일을 앞둔 현재 울진의 젖줄 왕피천 하류 둔치에 자리잡은 행사장은 손님맞이를 위한 막바지 마무리 작업으로 열기가 가득 뿜어 나온다. 행사장 조성과 각종 전시공간, 생명농업 축제프로그램 마련 등 축제를 위한 인프라 구축은 거의 마무리됐다.
세계농업엑스포의 성공개최를 위해 개막일을 30일 앞 둔 6월 20일 경에는 행사장 전반의 점검을 위한 시물레이션 계획도 마련해 놓았다.
지난달 6일에는 엑스포 기간 동안 펼쳐질 전시관 운영 및 '시·군의 날' 참여를 위한 23개 시·군 관계자 회의를 갖고 각 시·군의 유기농 특산물을 전시할 '부스 추첨'도 마무리했다.
또 자치단체별 친환경농업관련 정책과 농산물, 관광자원을 홍보하게 될 '친환경도시관' 운영방안과 지역의 전통문화·현대예술 공연 진행 논의도 마쳤다. 이제 행사장 주변정리와 마지막 점검만 남은 셈이다.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하여
울진군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엑스포'의 기본 방향은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지속가능한 농업, 살고싶은 농촌 건설'이다.
"현재 우리 농업은 환경부하를 가중시키는 자연환경 악화산업으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투입, 고산출의 생산성 증대 정책은 화학비료와 농약, 농후사료의 과다 사용을 부추겨 토양오염유발, 수질악화 등을 야기 시키는 환경파괴 산업으로 전락해 있는 실정이지요.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실정입니다. 이제 친환경(유기농)농업으로의 전환은 선택을 넘어 일상의 문제로 대두되어 있습니다. 농업생태계의 건전한 유지·보전을 위해 친환경농업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인 셈이지요" 3년째 울진친환경농업엑스포와 기반조성을 위해 현장을 누벼온 최규환 엑스포조직위 사무총장의 말이다.
"친환경농업은 또 하나의 상생을 위한 조건입니다. 친환경농업 정착을 통해 농업의 존재를 재 각인시키고 지속가능한 농촌의 전망을 이끌어내는 견인차로서 친환경농업은 유일한 대안인 셈이지요"
20여만평의 엑스포 행사장은 모두 다섯 개의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행사장 나들목인 제1구역은 '희망의 숲'이다. 행사장의 진입로이며 생명산업인 유기농업 현장으로 진입하는 통로이자 경계인 셈이다.
두 번째 영역인 '지혜의 샘'은 행사의 중심공간으로서 농업의 역사와 미래를 볼 수 있는 주제 전시관·친환경도시관·영상관 등 전시 전문 공간으로 짜여져 있다. 인류사와 함께 시작된 농업의 발달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제3구역은 다양한 퍼포먼스와 공연을 위한 주공연장이며 '약속의 땅'으로 이름지어졌다. 유기농산물만으로 펼쳐지는 먹을거리장터, 친환경 경작지 등 다양한 체험시설과 '흙 체험관' 등 자연과 어우러지는 체험·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세계의 풍물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세계풍물관과 전통문화상품관 등이 마련돼 있다.
제4구역인 '생명의 뜰'은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수산리 솔숲'과 왕피천을 끼고 조성돼 솔향과 때묻지 않은 왕피천의 경관을 듬뿍 맛 볼 수 있다.
마지막 구역인 '풍요의 강'은 왕피천을 활용한 문화적인 볼거리와 체험행사, 천연지형을 활용한 민물고기 잡기 및 시식 등의 체험공간으로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국제친환경농업심포지엄, 선언문 채택 등 다양한 학술행사도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특히 가족단위의 '친환경 캠프장'을 조성, 푸른 동해와 맑은 왕피천이 제공하는 청정 자연의 경이를 맛볼 수 있다.
인류농업사 한 눈에 ... 에코빌리지 전망 제시
울진의 젖줄이자 경북의 동강으로 불리는 왕피천 나들목에 자리잡은 엑스포 행사장으로 들어서면 우선 눈길을 끄는 곳이 주제전시관이다. 연건평 1천여평에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조성된 친환경농업관은 이름 그대로 한국의 농업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한 농업역사관이다. 특히 이곳에 소요되는 모든 에너지는 전시관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시설에서 조달한다.
친환경농업관의 주제는 '인간을 지키는 생명산업으로서의 친환경 농업'이다. 주제전시관은 모두 10개의 존(Zone)으로 구성돼 있다.
1층 전시관에는 현 인류가 직면해 있는 심각한 환경문제와 생산집약적 현대농업으로 파괴된 농촌의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낸 '농업과 환경' 주제관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친환경농업의 특징을 담은 '농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관' 및 친환경농업의 실천방안을 담은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업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2층 전시관은 '유기농업 정착과 일상화를 통해 다시 복원되는 인류의 미래와 생명'을 담은 '에코토피아 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곧 주제전시관의 메시지는 '파괴를 넘은 미래의 전망과 생명이 되살아나는 에코토피아의 세계'이다. 특히 1층 전시관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에 의해 파괴되고 헝클어진 자연환경의 섬뜩한 장면과 맞닥뜨린다. 일종의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파괴의 현장을 넘어 2층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생명과 자연'이 함께 숨쉬는 아름다운 미래와 만나게 된다. 주제전시관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전을 통한 '에코빌리지 조성'만이 농촌을 살리는 유일한 대안임을 인식하도록 강제하는 체험공간인 셈이다.
전시관을 빠져 나오면 3천여평 규모의 '유기농 경작지'를 만난다. 오리와 쌀겨를 이용한 생토미(울진군이 브랜드화한 유기농 쌀) 경작지와 비닐하우스, 노지 재배지, 미생물제조실 등으로 조성돼 있다. 특히 전통농업에서 주요한 몫을 차지했던 '거름자리'가 '분변토장과 퇴비사'라는 이름으로 조성돼 있다.
경작지와 이웃해 '야생화 관찰원'이 조성돼 있다. 이른바 생태체험 학습장인 셈이다. 이 곳에서는 울진 지방에서 자생하는 '꽃범의 꼬리' 등 80여종의 야생화와 조우한다.
또 이웃하여 '시골농장'이 펼쳐져 있다. 2천여평 규모의 시골농장에는 일반 식탁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엽채류와 과채류, 약용류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조성돼 있다. 시골농장은 곧 일반 농가의 텃밭이나 전작농의 표본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특히 군민들의 참여와 유기농업의 교육 기능을 제공키 위한 '주말농장'을 조성해, 친환경농업의 중요성을 제고해주고 있다.
전통농업 산 교육장 ... 친환경농업 문화관
160평 규모의 '친환경농업 문화관'은 농업의 문화사적 측면을 돋보인 문화전시관이다. 전통시대의 농업발달사와 농업관련 고서적, 태음력과 태양력을 절묘하게 접목시킨 자연친화적 농업인식, 전통 농기구 등이 실물과 패널 혹은 동영상과 디오라마로 전시된다. 특히 '누에일대기'와 역사유물에 나타나는 농업, 농경의례 등을 전시, 민속교육의 현장으로 조성했다.
또 어류전시관과 소형 동물원도 조성, 가족단위의 참여 기능을 강화했다. 왕피천 하구 잘 조성된 솔숲 내 30여 헥터 규모의 행사장은 수 백년을 사람손길로 잘 가꿔온 한 마을공동체와 흡사하다.
행사가 시작되는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25일 간 행사장에서는 '유기농과 생명·환경'을 주제로한 국제심포지움 및 컨퍼런스가 쉴 새 없이 열린다. (사)한국유기농업학회(회장 유덕기, 동국대)가 주관하는 '2005유기농업국제컨퍼런스'는 국내·외 유기농 관련 석학, 연구원, NGO대표, 농민 등 800여명이 공식 참석, 한국의 친환경농업 발전방향에 대해 열띤 논쟁을 갖는다.
울진군은 이같은 국제컨퍼런스를 통해 '친환경농업의 정착 및 확산', '유기농산물의 국내·외 유통' 등 울진을 국내 친환경농업 중심지로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행사장 내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유기농 국가의 독특한 특산물이 전시돼, 관람객들 하여금 발길을 멎게 한다.
현재 울진친환경농업엑스포에 공식적으로 참가키로 확정된 국가는 독일, 프랑스 쿠바 등 23개국이다.
세계 유기농문화 한자리에 ... 23개국 풍물과 조우
친환경농업엑스포가 열리는 25일간 관람객들은 23개국의 독특한 유기농업 문화와 만난다.
러시아, 멕시코, 쿠바 등 국제적인 유기농업국가의 독특한 농업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세계풍물관'과 '전통문화상품관'이 그것이다. 특히 퇴비사, 미생물 배양실, 분변토장 등으로 조성된 '쿠바형 유기농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3000여평 규모의 '유기농 시범 경작지'에서는 유기농법의 전 과정을 체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울진친환경농업엑스포의 각종 행사 및 공연의 강점은 '관람객 직접 참여와 체험'이다. 행사의 도입부에 있는 개장식 등을 제외하고는 전 행사기간 내내 '참여중심의 체험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생명·생태환경·문화'를 주제로 한 주제공연과 상설행사가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특히 행사장 내 여섯 곳에 마련된 전통문화체험마당과 주말농장, 왕피천에 마련된 '민물고기잡기체험장' 등지에서 유기농산물을 직접 수확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전통문화체험장은 짚·풀문화, 옹기, 한국의 탈, 길쌈, 도정변천사 등 전통농업문화를 되돌아 보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어, 교육학습장으로서의 기능도 강화했다. 특히 유기농산물 수확 체험장에서는 감자, 고구마, 고추 등 작물을 직접 수확하며 농업의 중요성을 직접 확인하게 된다. 또 행사 기간 내내 공연장에서는 친환경을 주제로 한 마당극이 잇달아 펼쳐지며 '흙 체험관'을 개설, 흙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