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치바는 마약, 폭력, 빈민 문제 등 여러 면에서 브라질 최고의 관광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오)와 비교된다. 리오편에서 썼지만 리오는 아름다운 도시환경과 천연적으로 뛰어난 자연풍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꾸리치바는 리오에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꾸리치바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도시에 드는 반면 리오는 브라질에서도 실패한 도시 축에 든다. 브라질 시민들은 ‘행정의 연속성’을 꾸리치바의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현지 가이드에 의하면 꾸리치바의 전, 현직 시장들은 시민들의 찬사와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반면 리오의 전직 시장들에게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전직 세무공무원 출신인 리오의 한 시장은 선출된 지 3년 만에 집을 세 채로 불렸고 더욱이 재임 중에 예산을 모두 쓰겠다며 공공연하게 밝히면서 리오 시내를 온통 파헤쳐 놓았다. 그리고 후임 시장들도 비슷했다. 이에 비해 꾸리치바가 국제적인 명소가 되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사람은 ‘자이메 레르네르’ 시장이다.
자신이 뛰어난 건축가이기도한 레이네르 시장은 앞을 보는 도시건설과 인간적인 면모, 특히 가난한 서민들을 위한 사회적 보조정책 개발 등을 추진력 있게 펼쳐 현 꾸리치바의 기본을 닦았다. 처음에는 레르네르 시장의 정책을 잘 이해하지 못한 시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처음에는 반대했던 꾸리치바 시민들도 레이네르 시장의 치밀하고 추진력 있는 도시정책이 꾸리치바를 멋지게 변화시켜 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는 레이네르 시장의 도시정책이 꾸리치바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레이네르 시장의 도시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시장으로 뽑았다.
그래서 꾸리치바 후임 민선 시장들은 레르네르 시장의 도시정책을 그대로 계승했고 더 발전시켜 나아갔다. 레이네르 시장의 도시정책은 이와 같이 행정의 연속성을 가지고 현재까지 이어져 가고 있다. 이처럼 꿈같은 훌륭한 도시가 탄생하게 된 뒤에는 안목 높은 훌륭한 꾸리치바 시민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점들은 우리나라 민선자치시대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것 같다. 물론 꿈의 도시 꾸리치바에도 난제는 있다. 브라질 대도시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파벨라’ 라고 불리는 빈민촌이 최고의 골칫거리이다. 리오편에서도 언급했지만 브라질 대도시의 파벨라는 완전히 치외법권 지역으로 악명이 높다. 마약과 범죄가 창궐해도 경찰이 진입하지 못하는 곳이다.
현재 꾸리치바 시당국은 이들 파벨라의 빈민을 위한 각종시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낡은 버스를 개조해 시당국이 능동적으로 빈민가를 찾아다니며 취업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든가, 재활용 쓰레기를 가져오면 식품 등과 교환해주는 녹색교환 프로그램, 버스·상하수도 요금 등에 적용되는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요금제도 등 꾸리치바시의 노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한사람의 뛰어난 행정가와 그와 호흡을 맞춘 공무원들이 개발해낸 수많은 창조적인 정책들 하나 하나가 우리에게는 연구대상이다. 반드시 자연환경이 뛰어나고 역사유적들이 많아야만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는 보편적인 상식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계기가 됐다.
담양 또한 기기묘묘한 자연풍광이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유적지가 없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아기자기하고 뛰어난 자연풍경은 가지고 있다. 여기에다 꾸리치바와 같은 훌륭한 정책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국제적으로 명성 높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생태도시 담양'도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2. 남미 최대의 도시 상파울루
표고 800m의 고원에 자리하고 있는 남미 최대의 도시인 상파울루는 다른 도시에 비해 명소나 유적은 적은 편이지만 여러 인종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문화가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브라질 마지막 기착지인 상파울루의 첫인상은 우리나라 대도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고층 빌딩 숲과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보아 왔던 대도시 풍경 그대로였다. 단지 거리에 수없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만이 형형색색 가지가지였다. 브라질에 와서 보니 그동안 내 의식에 황인, 백인, 흑인 세 가지로만 구분되었던 인종색깔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흑인도 연탄만큼 시꺼먼 색깔부터 보기 좋은 갈색까지 다양했고 백인도 붉어 보이는 사람, 정말 밀가루같이 하얀 사람 등등 여러 종류였다.
우리 일행은 상파울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500년 이상 된 거대한 메트로폴리티나 대성당과 브라질이 포르투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립선언을 한 이피랑가 공원을 잠깐 들리고 상파울루의 유명한 노천시장에 들렸다. 그 노천시장은 상당히 큰 규모로 토산물, 수공예품, 의복, 그림, 돌 세공품, 가죽제품 등을 거래하고 있었다. 다른 노천시장에서는 카페트, 은제품, 크리스탈 등 골동품 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또 다른 곳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중고품만을 파는 곳도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그 노천시장에서 즐거운 모습으로 흥정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여행의 막바지에서 가족과 동료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여러 군데 노천시장을 흥미롭게 돌아다녔다. 나는 브라질 산 천연소가죽으로 만든 손가방, 예쁜 브라질 산 원석으로 만든 술잔 등이 생각보다 아주 저렴해서 여러 개 구입했다.
우리 일행은 상파울루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쉬움을 뒤로 귀국길에 올랐다. 브라질과 우리나라 사이에 아직 직항로가 없는 관계로 또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서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오는 장장 하루 반이란 시간을 비행기와 공항에서만 보냈다. 돌아오는 비행기속에서는 여행을 간다는 설레임은 사라지고 긴 여행 동안의 피곤함과 여행의 끝남에 대한 아쉬움이 겹쳐 배로 더 힘들고 지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