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리치바가 꿈의 도시로 불리어지게 된 이유는 전 세계 모든 도시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도시교통문제, 쓰레기, 환경보존문제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나서부터이다. 특히 완벽한 대중교통시스템,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버스시스템의 확립에 있다. 이곳의 버스는 한 마디로 ‘땅위의 지하철’이다. 꾸리치바에는 지하철이 없다. 대신 빨간색의 대형굴절버스가 각 노선별로 쉴 새 없이 승객을 실어 나른다. 3칸으로 짧은 기차마냥 이어진 굴절버스는 어떤 노선이든 5분 이상 기다리지 않을 정도로 배차간격이 짧다. 지하철에 해당하는 이 굴절버스는 주요 간선도로를 완전히 커버 하고 있다. 우리 일행들 눈에 흥미롭게 보였던 것은 ‘뚜보’ 라고 불리는 굴절버스 정류장이다. 굴절버스를 타려면 지름 3M 길이 10M 의 원통형으로 생긴 뚜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버스가 뚜! 보에 도착하면 굴절버스의 5개의 문이 동시에 열리면서 발판이 뛰어나와 뚜보에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이 편리하게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래서 승하차 시간이 무척 짧다.
꾸리치바의 버스요금징수제도 또한 특이하다. 우리나라처럼 버스회사별로 수입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대중교통운영주식회사’가 따로 있어 일괄적으로 요금을 징수하고 승객수가 아닌 주행실적에 따라 배분한다. 그래서 난폭운전 등 부작용이 거의 없다. 꾸리치바에서는 이처럼 버스가 대중교통의 절대적 수단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 꾸리치바의 도로망은 철저히 버스위주로 되어있다. 간선도로의 경우 편도 4차로 구성돼 1차로는 버스전용, 2차로는 뚜보가 설치된 버스정류장, 나머지 3,4차로는 승용차등 일반차량이다.
특이한 것은 도심지역 도로는 거의가 일방통행이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머무르고 꾸리치바 여러 곳을 돌아다녔지만 교통체증은 단 한번도 없었다. 한쪽으로만 차가 다니는 일방통행이라 처음 꾸리치바를 찾는 우리 일행들에게는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그야말로 물 흐르듯이 차량통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하철 역할을 대신하는 굴절버스와 '뚜보‘라고 불리는 원통형! 정류장으로 이루어지는 직통버스시스템에 들어간 비용은 지하철 건설비의 8 0분의 1 수준이다. 우리 담양지역은 소도시라 꾸리치바의 교통체계를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지하철 건설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 우리지역 인근 대도시인 광주광역시는 꾸리치바를 모델로 삼아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리치바의 도시계획에 대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서민들을 위한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세심한 정책들이 많이 보였다. 꾸리치바는 우리나라나 세계적인 대도시와 다르게 밖에서 보면 전체 도시의 모습이 3각형을 이룬다. 꾸리치바의 상징인 가장 높은 탑에 올라가 도시 전경을 보니 사실이었다. 삼각형의 모습이 확연하게 우리 일행 눈에도 들어 왔다. 즉 도심지 쪽에 고층아파트 등 빌딩을 높게 짓도록 하고 외곽으로 벗어날수록 저층의 건물을 짓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직장이 있는 도심지 가까운 곳에서 주거를 해서 출퇴근을 편하게 해서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대도시들이 밤이면 텅 비고, 도시주변의 고층 아파트가 밀집된 신도시로 퇴근하느라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또 시 중심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과 함께 시 외곽지역 주민들! 도 가능하면 도심지역으로 진입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영위 할 수 있도록 교육, 수도, 주택, 전기 등 각종업무를 담당하는 작은 시청이라고 불리는 행정체제를 굴절버스와 일반버스를 무료로 환승할 수 있는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설치 해놓았다. 그래서 변두리 꾸리치바 시민들이 시간과 경비를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다. 또 꾸리치바는 보행자의 천국이다. 그 흔한 지하도와 육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자동차보다는 사람위주로 도시계획을 세운 까닭이다.
꾸리치바에는 특히 호수가 있는 공원이 많다. 브라질에서도 이름난 대형공원은 물론 크고 작은 공원이 주거지역 곳곳에 자리 잡아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우리 일행이 큰 호수가가 있는 공원을 방문 했을 때도 한쪽에서는 축구의 나라답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구를 하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거의 반라의 많은 시민들이 조깅 등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브라질 다른 지역사람들에 비해 더 활기차 보였다. 꾸리치바 시당국은 폐광지역으로 도시의 흉물스러운 공간이었던 곳을 오페라 극장으로 변모시켜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이 건물은 230톤의 철강을 이용해 80명의 기술자가 60일 만에 완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오페라 극장은 벽체를 투명한 유리 돔으로 만들어 주변의 나무와 작은 호수등과 접하게 되어 마치 숲속의 무대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폐광을 꾸리치바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관광명소로 만든 시당국의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우리 일행은 ‘지혜의 등대’ 라고 불리는 서민들을 위한 지역도서관을 들렸다. 대개 변두리 하류계층이 살고 있는 초등학교 옆에 세워진 지혜의 등대에는 보통 5000권의 이상의 책 과 컴퓨터, 비상전화 등이 설치되어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도서관의 출입문이 두개여서 한개는 초등학교 교문과 연결되어있고 또 하나는 길거리를 향해있어 학생들과 주민들이 누구나 손쉽게 출입할 수 있도록 했다. 지혜의 등대 맨 꼭대기에는 망루가 있어 주변을 환하게 밝혀준다. 또 밤 9시부터는 경찰관이 근무를 해서 ‘치안의 등대’ 역할도 한다. 이러한 도서관이 꾸리치바시에만 8군데가 있다고 했다.
꾸리치바의 이와같은 도시행정에 대한 책은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와 있다. 앞에서 밝혔지만 나도 꾸리치바를 전혀 모르던 행정대학원 시절 책으로 처음 꾸리치바를 접했다. 한권의 책으로도 나올만큼 많은 내용을 이틀간의 여행으로 다 볼 수는 없었다. 또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데 이 짧은 지면에 다 쓸 수가 없어 아쉽다.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꾸리치바가 이처럼 국제적 명소가 되기까지는 ‘자이메 레르네르’ 라는 걸출한 시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이야기는 지면상 다음호에 브라질 마지막 기착지인 쌍팔로우시 편과 함께 이어 쓰기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