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1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442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3월 2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대통령 선거가 백화점 쇼핑과 닮은 이유"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마음의 지도'를 연구해온 사람이다. 그러한 도발적 연구의 성과는 얼마 전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이라는 단행본을 통해 우리 앞에 제시되기도 했다.
"한국인은 모두 자신만의 '마음의 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 마음의 지도에 투영된 대통령(후보)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이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실제로 새 대통령의 취임은 '역성혁명'처럼 과장되게 다뤄졌지만 임기가 끝난 대통령은 '폐위된 왕'처럼 함부로 취급돼 왔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대통령에 대해 주관적 평가를 내리곤 하는데, 그것은 크게 '이상적인 대통령'과 '이상적이지 못한 대통령'으로 나뉜다. 그것을 기준으로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느끼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따라서 대통령의 이미지는 그것을 그려낸 각 사람의 정치적 성향과 태도를 구분하는 척도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상적인 대통령'의 이미지는 곧바로 우상화된 어떤 지도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가장 이상적인 리더로 떠올리는 세종대왕, 이순신, 장보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하는데, 그들의 공통점은 현실의 인물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에 '이상적이지 않은 대통령'의 이미지는 현실에 존재하는 대통령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다.
"연구 결과 2005년 현재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크게 3가지 유형의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집단1-(개혁)선비형' △'집단2-(안정)관리형' △'집단3-(합리)CEO형'이 바로 그것인데, 이 3가지 유형별로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 인물과 이미지는 각각 다음과 같다. △집단1-조광조, 정도전, 김구(교과서, 모범, 서생, 본받을만한, 부담스러운) △집단2-고건, 황희(국무총리형, 능력, 정승, 맡은 일 잘 해결, 행정가) △집단3-진대제, 문국현, 손학규(여성성, 지자체장, 2% 부족, 민주적, 합리적 보수). 그런데 이 3가지 유형은 언제든지 각각 '정치꾼형' '도박사형' '이벤트형' 등 부정적 이미지로 표변할 수 있는 양면성을 가진다."
이 3가지 유형의 집단은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황 교수가 설명한 몇 가지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집단1-비교적 진보적 성향이 강하며(56%) 스스로를 전혀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음, 열린우리당 지지(67%),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은 박근혜 대표(67%), 절반 가량이 '공동체적 개방형' 라이프 스타일을 보임 △집단2-70%가 스스로를 '보수'라 응답, 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성향(70%) △집단3-중도의 이념 성향, 나름대로 자신을 합리적이라 생각함. 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반대 성향(64%).
"재미있는 것은 집단2와 집단3으로 분류되는 유형의 사람들로부터는 고건, 손학규, 이명박 후보를 싫어한다는 응답을 거의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들은 유시민 장관에 대한 높은 안티 성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예컨대 고건 후보의 이미지에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두 얼굴이 동시에 존재한다. 고 후보를 좋아하는 집단은 그를 '안정 관리자'로 보겠지만 반대쪽에 있는 사람은 '욕망의 구 정치인'으로 본다. 고 후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가지는 이미지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고건이라는 개인의 이미지가 아닌, 그가 했던 과거의 역할과 위치, 속했던 조직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전환된 것일 뿐이다."
황 교수는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은 마치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이 전시된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앞으로 일어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라기보다 '이럴 것 같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정치에서 '장미 빛 희망'을 원하지만, 나는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서 우리 모두가 균형을 잃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이상적인 정치가의 이미지 구축→이상적인 정치가의 선택→다시 현실 정치에 대한 실망이라는 허무한 반복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한편 앞으로 3월 한 달 동안 진행될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일정, 주제, 강사는 각각 다음과 같다. △3월 9일: 일자리 창출 어떻게 할 것인가(송위섭 사람입국일자리위원회 위원장) △3월 16일: 참여정부 경제정책 들여다보기-성공한 노무현 정부, 실패한 노무현 정부(이장규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대표) △3월 23일: 봉사하는 리더십과 숭실대학교의 미래창조(이효계 숭실대 총장) △IT시대의 반도체 역할 및 발전방향(권오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전화문의 02-2203-3500) /정지환 기자
황상민 교수의 이력서
▲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 미 하버드대 심리학 석사
▲ 미 하버드대 심리학 박사
▲ 미 하버드대 사이언스센터 연구원
▲ 서울대 학생생활연구소 특별연구원
▲ 세종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매체센터 연구소장
▲ 한국심리학회 편집위원회, 학술위원회 운영위원
▲ 한국발달심리학회 학회지 편집장
▲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소장
저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 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 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