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한 회도 거르지 않고 1431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8일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시장경제의 발전과 법치주의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우리 지역 주민들의 교양 쌓기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랍니다.(편집자주)
"공정한 심판이 페어플레이 보장"
"지난 12월 3일은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5백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합의서를 체결한지 8년째 되는 날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로 일컬어지던 IMF 사태는 우리 경제와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고통 속에 밀어 넣었다.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졌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노숙자가 길거리에 넘쳐났고, 적지 않은 이들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나는 이 사건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12월 8일 강연의 주제를 '시장경제의 발전과 법치주의의 역할'로 삼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우리가 시장경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IMF 사태를 맞게 됐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진적인 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 단계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법치주의의 확립"이라고 역설했다.
"근대적 의미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것은 50여 년에 불과하다. 그나마 민주화 이전까지는 겉모습만 시장경제였을 뿐이지 실제로는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계획경제와 다름이 없었다. 정부는 각종 물자의 가격을 통제했고, 주요한 자원의 배분을 직접 담당했으며, 심지어 채권 동결과 같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결정도 주저하지 않았다.
나아가 주력산업의 결정과 주요산업의 지리적 배치를 정부가 결정했고, 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조차 정부의 몫이 되었다. 노사문제가 대두되자 철저하게 자본의 편에 서서 노동을 탄압함으로써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마저 포기했다."
그
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천 장관은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치주의가 작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이 독과점기업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거나 카르텔 등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따라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독과점을 규제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를 엄중하게 집행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은 1890년 제정된 셔먼법(Sherman Act)을 기본으로 1947년 독점금지법(Antitrust Act)을 제정했다. 1997년에는 미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그들이 기업 활동을 옥죄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는 보지 않는다. 도리어 그것이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
둘째,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금융전문가 마이클 밀켄에 대한 미 사법 당국의 결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7년 미 연방검찰은 정크본드 시장의 대명사로 불리던 밀켄의 불법적인 내부자거래 등에 대한 혐의를 잡고 수사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대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수사에 대한 반대 의견도 거세졌다. 하지만 미 연방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그를 기소했고, 연방법원은 평생 금융기관에 근무할 수 없다는 조건과 함께 밀켄에게 징역 10년, 벌금 6억 달러라는 무거운 선고를 내렸다. 이를 통해 미국은 1990년대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경제 활성화를 위한 신뢰의 토대를 쌓을 수 있었다."
"셋째, 시장 참여자들의 게임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운동경기에서 공정하게 심판을 봐야 페어플레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것과 같다. 시장 참여자들이 법 집행의 공평함을 확신하지 못할 경우 각종 반칙이 시장에 난무하게 될 것이고, 결국 시장은 기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되어온 우리의 후진적 노사관계도 지난 수 십년 동안 정부와 사법 당국이 공정한 관리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불신을 자초했기 때문에 생겼다. 공정한 심판은 기계적이고 산술적인 균형을 취하지 않는 법이다. 강자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공정한 경쟁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천 장관이 이끌고 있는 법무부는 '국민이 편안한 선진 법치국가 건설'을 법무행정의 장기적 비전과 목표로 삼고 있다. 천 장관은 이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3가지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권의 엄정하고 적정한 행사를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철저히 보호되는 안전한(Safe) 사회,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가 구현되는 공정한(Just) 사회,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한(Clean)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반칙을 통해 특권을 향유하는 거대권력의 횡포에 대해 강력한 검찰권을 행사함으로써 법은 만인 앞에 공평하며 정의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아울러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인 부정과 부패를 철저히 추방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질서를 확립할 것이다." /정지환 기자
천정배 장관의 이력서
▲ 서울대 법학과 졸업
▲ 서울대 법학 석사
▲ 민변 창립회원, 상임간사, 국제인권위원장
▲ 제18회 사법시험 합격
▲ 제15, 16, 17대 국회의원
▲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원내수석부총무
▲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 정무특보, 대통령후보직속 정치개혁추진위원회 총괄간사
▲ 열린우리당 총선기획위원장, 클린선거위원장
▲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 국회운영위원회 위원장
▲ 한일의원연맹 고문
▲ 한영친선의원협회 회장
상훈: 백봉기념사업회 백봉신사상(깨끗하고 청렴한 국회의원), 한국언론인연합회 올해의 정치인상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