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년째 마을이장을 맡고있는 남면 구산2구 여성 이장 이정희씨(56)를 만나보았다. 나이 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생기있고 활력 넘치는 모습에서 마을과 지역의 일에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인지 가늠이 되는 우먼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먼곳까지 뭐하러 오셨소. 집도 누추하고 사는것도 그만저만 허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인디 뭔 도움이 될란가 모르겄소"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불구, 다소 쑥스러운 듯 취재차 찾아온 기자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어색해 하는 모습에서 겸손과 친절이 묻어났다.
남면 구산2리는 우리 담양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鄕村으로 군청에서 가자면 승용차로 40분, 버스로는 차편이 수월치 않아 한나절 이상이 걸리는 화순군 동복면 경계의 아주 먼 마을이다. 20여호의 가구에 50여명의 주민이 오순도순 생활하고 있지만 인근에 화순 금호온천이 자리하고 있어 외지인들의 출입이 잦은 관계로 마을에도 '국보966옛날두부' 등 꽤 음식맛 좋은 식당들이 여러곳 성업중이다. 이들 음식점은 토착 주민들이 아니어서 마을일에 썩 협조적이진 않지만 그런대로 별 잡음없이 잘 어울려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정희씨가 여성의 몸으로 이장을 맡게된 것은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이 세상을 등진 이후. 1997년까지 6년가량 마을 이장으로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온 남편이 어느날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마을민들이 너나없이 그녀를 이장으로 떠밀어 지금껏 8년가까이 이장 일을 보고 있다. 처음엔 노인들이 대부분인 마을에서 여자로써 남자들이 해야할 마을 일이 많아 힘들고 고생스런 일도 많았지만 노인들이 너무도 자신을 좋아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바람에 지금은 보람으로 알고 이장 일을 보고 있다
"마을 노인들을 만나면 언니같고 어머니 같고 오빠같고 아버지 같은 마음이 들고, 이 분들도 나를 친딸이나 동생처럼 격의없이 친밀하게 대해주니 정말 좋고, 게다가 마음에 있는 속말도 다 터놓고 말하고 서로 의지가 되어주니 정말 이장 맡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듭디다."
아주 힘들고 이장 못할 정도로 큰 어려움은 아직까지 없었지만 여자 이장으로 마을과 면사무소, 군청, 게다가 외지에서 들어온 음식점들의 관계를 원만하게 화합하고 이끌어 가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는 이정희 이장에게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마을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이다.
담양교통에서 운행하는 벽지 노선버스가 다니지만 마을에서 담양읍이나 군청에 일 보러 나가려면 꼬박 한나절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시골버스다 보니 갈아타는 것도 그렇고 이곳저곳 수십군데의 마을을 돌고돌아 읍내로 들어가다보니 어떤때는 읍내에 일보고 돌아오는데 하루가 다 가버릴 만큼 버스 타기가 불편해 마을민들은 아예 광주로 일 보러 나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한다.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는 국도 때문에 항상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방지턱과 횡단보도 설치도 급선무. 면사무소와 군청에 여러차례 건의한데다 얼마전 마을을 찾아준 군수에게 직접 도움을 요청한 일이라 조만간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높다.
이장을 맡아 온 8년동안 마을 안길포장을 비롯해 다랑이 논 경지정리, 모정건립, 간이상수도 개선 등 많은 일을 해왔지만 가장 보람있었던 것은 먹는 물을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간이상수원을 개발한 일이라고 한다. 먹는 물이 좋지않아 행정에 여러차례 다리품을 팔고 건의, 하소연까지 해 결국 맑은 물을 마을에 공급할 수 있게된 일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있는 일.
"인근 화순군 마을은 똑같이 벽지 마을인데도 화순군에서 도로정비에서 부터 꽃길가꾸기, 마을환경 개선사업에 특별한 관심과 배려를 하는 것을 보면 자존심도 많이 상한다"는 이정희 이장은 "거리상 멀어 오지·벽지 마을이 아니라 행정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정말 깡촌이 되는 것 같다"면서 거리도 멀고 외롭게 떨어진 우리 마을같은 곳에 군이 더욱 많은 관심과 애정을 줄 것을 당부했다.
남면바르게살기협의회원, 남면주민자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장성해 도회지로 모두 떠난 자녀들, 일찍 사별한 남편으로 인해 향촌에서 홀로 2마지기 남짓 밭농사를 지으며 넉넉지 못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자녀들이 보내오는 생활비로 검소한 삶을 살면서 마을 화합과 발전을 위해 헌신·봉사하는 이장 소임까지 성실하게 해내고 있는 이정희 이장을 마을민 모두 마을에 없어서는 안될 '보배중의 寶盃'로 소중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어 그녀의 하루하루는 즐겁고 보람있을뿐 이라고 한다. /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