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면적이 우리나라 약 1.6배 인구는 약 8,300만 명의 세계 5대 선진국에 드는 대국이다.
나에게 독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맥주와 축구다. 그리고 히틀러로 대변되는 악랄하게 느껴지는 독일병정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지지리도 못살았던 6,70년대에 서독으로 돈 벌러 갔던 광부, 간호원들이 생각났다.
어렸을 적 독일과 독일인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그것은 미국 산 할리우드 표 전쟁영화에서 독일군들은 항상 악랄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히틀러로 대변되는 나치 정권은 2차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인류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특히 유태인 말살정책은 그들이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대변되는 독일군의 잔학상은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이번에 가서 본 독일인들은 서구 유럽 어느 국민 못지 않게 친절하고 따스했다. 그리고 영국이나 프랑스인들보다 여러 면에서 훨씬 더 개방적이고 자유스럽게 사는 것처럼 보였다.
한 가지 역사적인 사건으로 그 나라 국민성 전체를 표현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예를 들어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전쟁을 일으키고 유태인을 학살 한 것이지 현재의 독일 국민이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히틀러 나치 정권도 그 당시 독일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가끔은 대중들도 오도된 지도자에 의해 광기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나 그 광기가 거치고 나면 광기에 휩싸인 국민들도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선량한 이웃으로 되돌아온다.
현 독일 정부는 나치정권을 철저히 부정하고 피해를 끼친 주위 여러 나라에 솔직한 사죄와 철저한 반성을 통해 독일은 나치 정권의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그리고 주변국과 과거사 문제로 더 이상 소란을 떨지 않고 선린우호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과거사 문제로 아직도 감정의 찌꺼기를 간직하고 있는 비슷한 처지의 우리나라와 일본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요즈음은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인들의 호감도가 매우 높아졌다고 한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느낀 것인데 외국인들이 보는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본 일본과 너무 다르다. 일본은 이미 선진 유럽인들도 부러워하는 초일류 선진국이 되어 있었다.
조금 이야기 방향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은 경계하고 주시해야겠지만 우리국민들도 과거의 아픈 상처와 일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로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국민들끼리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관계를 정립했으면 한다.
우리 일행이 독일에 첫 발을 디딘 곳은 독일의 환경의 수도라고 불리고 우리와 같이 생태도시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市다. 인구는 20만 명 독일의 유명한 흑림을 끼고(도시의 1/3이상이 숲)있으며 스위스와 프랑스와도 접해 유럽의 남북과 동서를 있는 관문도시이기도 하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총인구 20만명 중 2만5천명이 대학생인 대학도시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프라이부르크를 찾던 날, 낮게 깔린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띤다는 독일 흑림지대를 지나 시내로 들어서니 우리나라 도시들과 비슷한 익숙한 모습이 우리 눈에 들어왔다.
오후 늦게(7시경) 도착해서 호텔로 직행했다. 아침에 둘러보는 프라이부르크는 고풍스런 돌길(바닥을 온통 돌을 박아 포장)과 의외의 볼거리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시내 중심 도시에 운하같이 생긴 작은 수로들이 거미줄처럼 도시여기저기로 흐르고 있었다. 수로는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프라이부르크만의 독특한 것이었다. 수원이 흑림에서 시작되어 도시로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물이 무척 맑고 차다.
중세시대 당시 구 시가지의 건물이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졌는데 불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수로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름철이면 도시 한 복판에 맑은 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물속에 들어가 장난을 치고 나이 많은 어른들은 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를 잊기도 하는 정겨운 모습을 연출한다고 한다. 우리가 갈 때는 초겨울이라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었으나 도심 한 중앙에서의 그러한 모습은 상상만 해도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 일 것이다.
우리 담양도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마을마다 조그마한 도랑이 있었고 상당히 맑은 물이 흐르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아름다운 생태도시를 지향한다면 그러한 실개천도 복구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또 프라이부르크는 자전거 천국이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차량 통행거리 못지 않게 깔려 있었고, 교통 분담구조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이 30%까지 올라가 시민들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도시 중심지는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항상 다양한 모습의 사람과 자전거로 넘쳤다.
사실 프라이부르크도 불과 30년 전인 70년대만 해도 극심한 차량혼잡과 산업사회의 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유럽의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74년 접경지대인 이곳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지역에 3개의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원전반대 시민운동을 계기로 수많은 환경단체들이 생겨났고 이들이 시 정부와 협력으로 프라이부르크를 선진적인 환경정책 전시장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이 정책들은 시민들의 사고방식을 하나하나 바꿔 나갔다.
그리하여 1992년 독일 연방 내 지방자치단체 경연 대회에서 151개의 지자체 가운데 1위의 환경도시로 선정됨으로써 일약 환경수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세계적인 환경도시로써 우리와 같이 선진 환경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 여러 국가에서 방문하고 있다.
이외에도 프라이부르크는 환경청을 만들어 도시의 환경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태양광 발전, 소수력, 열병합 발전을 장려하고 핵 발전이나 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비율을 줄이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환경정책 추진에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도시환경보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시민과 기업의 참여였다. 또 지역산업구조를 환경산업위주로 전환시킴으로써 환경보호와 지역경제를 연계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우리 담양이 벤치마킹하고 반드시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