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을 몸에 받으면서 이제 가을의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기 위해 하나 둘씩 몸단장을 해 가고 있는 모습들이 참으로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와 더불어 가을은 우리에게 또 다른 매력을 주는데 그것은 풍성함이며, 풍요로움이다.
우리가 이 가을을 노래 할 때, 단순히 들판의 추수만을 이야기함이 아니라 마음의 양식까지를 포함한 것임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이 둘의 조화로움이 잘 어우러질 때, 우리는 행복을 노래할 수 있으리라.
독서를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여야 할 것은 책을 단순한 지식 획득의 대상으로만 보려하지 말고 그 책을 읽으면서 가슴으로 느끼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수학문제나 영어 단어 하나 외우듯이 단순한 공식이나 지식을 얻기 위해 독서를 한다면 이미 그 독서는 실패한 독서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독서는 눈과 머리로만 하려고 해서는 안되고 마음으로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 책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고, 그 책의 인물이 되어 그 책 속으로 들어가서 사는 연습도 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책을 가슴으로 느끼게 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생텍쥐페리가 지은 "어린 왕자"(비룡소출판)라는 책은 어린이의 눈으로 어른의 세계를 그려낸 책이다. 주인공 어린 왕자는 이별 저별을 다니면서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 별들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어린 왕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가 만난 어른들이 보는 시각과 관심은 대립적 상황으로 전개된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하면서 그 별에서의 이야기를 매듭짓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활짝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는 진정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어른들은 그 관계를 물질적 관계와 이해타산에 의한 관계를 원하고 그 상황을 설정해 간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은 마음으로 관계를 맺어가길 원하고 있다.
어린 왕자가 사는 별에는 장미 나무가 있고 또 어렸을 적에는 장미 나무와 비슷하지만 뽑아주지 않으면 온 별을 뒤덮어 결국 별을 못쓰게 하는 못된 바오밥나무가 있다. 이야기의 서두에 나오는 이 바오밥나무는 결국 이 책이 끝날 때까지 어린 왕자가 여행하는 각 별에서 만난 사람들을 상징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어린 왕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긴 것은 그의 별에 있는 장미였다. 그런데 별들에서 만난 이들은 이 장미에 대하여 별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많은 꽃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그 꽃이 그들의 삶에 별 이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그 꽃에 자신의 사랑을 담아 두었기에 결국에 가서는 뱀에게 물려 죽는 어려움이 다가오지만 이 꽃을 향해 나왔다.
그가 만난 사람들 중에 첫 번째 별에서는 왕을 만나는데 다른 사람의 의견은 별로 신경쓰지 않고 무조건 명령만 내린다. 곧 자기 입장에서만 말하고 행동하는 전형적인 어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별에서는 허영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이 사람은 자신을 좋다고 칭찬하면 사리를 분별하지 못할 정도로 판단력을 상실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 별에서 만난 사람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고리를 끊지 못해 그것에 떠밀려 사는 사람으로서 어린 왕자가 보았을 때,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할 정도로 자아를 상실하고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네 번째 별에서 만난 사람은 사업가인데 이 사람은 오직 돈만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돈을 소유하려고만 했지 그것으로 서로에게 유익을 주려하지 않는다. 이 사람의 삶의 목적은 오직 돈뿐이었다. 다섯 번째 별에서 만난 사람은 날마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었다. 그는 불을 밝힘으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어서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발전성은 없지만 이 사람이 있기에 그 사회가 환한 빛을 보게 될 수 있게 된다. 여섯 번째 별에서 만난 사람은 책 쓰는 사람인데 지리학자이다. 오직 자신이 쓴 지리학 책이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지구에 온 어린 왕자는 지구에 자기별에 있는 장미와 똑 같은 꽃들을 보게 되지만 어린 왕자에게는 자신의 별에 있는 그 장미만이 소중한 꽃이었다. 이는 여우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가장 중요한 것을 그 꽃이 담아두었기 때문이다.
어린 왕자는 많은 별들을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그 사람들을 보고 "어른들은 정말 이상해"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 어린 왕자가 나를 만나면 나에게도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아니면 바오밥나무라고 하지는 않을까? 가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