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시원지이자 상류지역인 담양은 지형상 평야가 많은 대전·수북·봉산·고서면 등 서부지역은 우도풍물, 용·무정·금성·대덕면 등 산지가 많은 동북부지역은 좌도풍물이 성행하고 발전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런 연유로 담양은 우도굿과 좌도굿이 공존하면서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갖게 됐으며 또 좌·우도굿의 특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요소들을 갖춘 풍물굿이 발전해왔다. 풍물굿, 소위 농악을 하는 사람으로 예로부터 담양에는 이름난 상쇠가 많았고 일정한 전승계보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담양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문화적 여건과 토양속에 오랜 세월동안 깊이 스며들어 이러한 민속문화가 발전하고 꽃피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담양에 전승된 풍물굿 중 예로부터 유명한 것으로는 무정면 영천리 죽산 풍물패가 대표적이며 용면 분통리 풍물, 금성면 석현리 무림동 풍물, 수북면 주평리 풍물, 봉산면 와우리 풍물 등이 있다. 이름난 상쇠로는 동북부 지역에 무정면 영천리 정사동 옹 계보로 송고요-최복주-공병만-정사동, 대덕면 비차리 김의배 옹 계보로 김옥배-이순선-김의배, 금성면 대곡리 윤초섭 옹 계보로 윤태양-윤병연-정수철-윤초섭, 금성면 석현리 황태순 옹 계보로 최길동-장행철-황태순, 서부지역에 수북면 주평리 임종구 옹 계보로 박재학-임방식-심상문-배상기-국부용-임종구 등이다. 이들 상쇠중 현재 생존인물은 영천리 정사동 옹, 주평리 임종구 옹 2명이며 특히 상쇠 정사동 옹은 죽산매구굿으로 유명하고 상쇠 박재학은 활동당시 그 기량이 너무 뛰어나 제비같다는 평을 받아 그에게 배우는 사람이 많았다고 전해진다. 또 무정 오봉리 출신 상쇠 최복주는 송고요의 군법굿을 배워 굿모리에 특출하였는데 광주에까지 이름이 나 타지역 굿판에 자주 초청됐다고 한다. 이외에도 강쟁리 출신 상쇠 배상기는 굿을 하는 자태가 빼어나 인기가 많았고 수북 남산리 출신 상쇠 국부용은 쇠가락이 아주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현재 담양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풍물굿중 향토문화사적으로 가장 뛰어난 무정 영천리 죽산매구굿과 봉산면 와우리 풍물굿의 거장 설장구 김동언 명인을 소개한다.
* 영천리 죽산매구굿
죽산마을에서 전승되는 매구는 마을의 마당밟이와 걸궁 등에서 주로 연행되었으며 예부터 이름난 상쇠들이 많이 배출돼 주변지역에 자주 팔려갈 만큼 명성을 날렸다. 상쇠 정사동 옹은 죽산매구가 군사훈련에 사용되는 군법에서 유래됐다고 전하는데 그와 관련된 문굿과 진풀이가 지금도 전승되고 있다. 죽산 매구굿의 상쇠 계보는 송고요-최복주-공병만-정사동으로 이어진다. 쇠·장고·북·징·소고 등을 치는 앞치배와 뒷치배로 구성되며 '農者天下之大本'이라 씌여진 농기와 '令' 자가 씌여진 영기, 그리고 나팔수와 태평소 등이 추가된다. 굿을 치는 인원은 적게는 20-30명, 많게는 50-70명이 참가했다.
이 죽산매구굿은 옛 모습을 재현하려는 노력이 이어져 몇 년전 복원됐으며 2002년 남도문화제에 출연, 우수상을 수상했고 정사동 옹은 개인상을 수상해 담양 죽산매구의 전통과 독자성을 인정받았다. 죽산 매구굿의 가장 큰 특징은 마을굿과 걸립굿 두가지 전통을 모두 잘 계승하고 있는데 이는 타 지역에 흔치않은 일이다. 또 좌·우도굿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어 매구가락과 구성, 춤과 진법에 이르기까지 좌·우도의 특성들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죽산매구에는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문굿'이 있어 향후 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죽산매구중 독특한 부분은 마당밟이로 이는 가장 전형적이고 완벽한 모습을 갖고있는 동시에 전남지역 마당밟이와는 상당히 다른 면모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죽산매구에는 혼소박 장단이 많이 발견되는데 이는 다른 지방에서는 거의 맥이 끊긴 것으로 죽산매구만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담양의 죽산매구굿은 아주 중요한 민속사료로 대대로 보존·전승해야할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설장구 김동언 名人(1942∼)
설장구 김동언 명인(전남도지정 우도농악 기능보유자 제17호)은 봉산면 와우리에서 태어났다. 어릴때부터 농악에 관심이 깊어 초등학교 졸업후에는 정월대보름부터 음력 2월 초하루까지 농악을 칠 때에 여복을 입고 춤을 추고 따라다니는 무동 역할을 했다. 당시 봉산면 양지·와우·황금리 등의 마을에서는 굿을 치고 경연대회 같은 판을 자주 벌이곤 했는데 김동언은 이런 굿판에서 다양한 농악을 접하게 되었으며 그의 스승이 된 설장고잽이 정진만씨도 이런 굿판에서 만났다. 어린나이에 풍물에 입문한 김동언은 정진만·이동래·채막동·임재식·김종회·김오채 선생등에게서 설장구를 사사하면서 보다 특색있고 화려한 우도농악 설장구를 익혔고 이후 다양한 연주활동을 통해서 명성을 얻어 현재 담양의 우도농악의 진수인 설장구를 계승,발전시켰다. 장구뿐아니라 쇠도 잘 다루었던 그는 제자들을 육성하는 일에도 진력하고 있으며 근래에도 각종 지역축제와 국악공연에 초빙되어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담양의 판소리
예로부터 우리고장 담양에는 수많은 판소리 명인, 명창들이 배출되어 文鄕·義鄕과 함께 '藝鄕'으로 이름나 있다.
적벽가의 주덕기(조선 순조-철종)를 비롯 심청가·춘향가의 이날치(헌종-고종), 가야금·대금의 한덕만, 심청가의 한성태(1890-1931), 창작판소리 열사가·해방가의 박동실(1897-1968), 홍보가의 임옥돌(1902-1947), 대금의 원장현(1950-)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명성이 높았던 명인,명창만 20여명이 넘는다.
특히 서편제의 거장 이날치 선생을 비롯 창작판소리의 대부 박동실 선생은 호남과 전국을 무대로 활동했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해 그 이름을 세상에 떨쳤는데 이날치는 김채만을, 박동실은 한승호·김소희·한애순·김녹주·김채옥 등 유명한 명창들을 제자로 키워냈다.
또한 주덕기-주상환 부자, 한덕만-한성태 부자, 박장원-박동실·박영실 부자 등 가계 대물림으로 판소리를 전수한 사례도 많은데 특히 박씨 가계의 민속악 전승은 물론 한씨 가계의 맥은 거문고의 명인 한갑득, 판소리 인간문화재 한승호로 이어져 전승되고 있어 담양판소리의 큰 자랑거리가 아닐수 없다.
이렇듯 담양은 당대 판소리 전승의 중심지로서뿐아니라 이날치-박동실로 이어지는 서편제 전승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으며 전통의 계승과 함께 새로운 판소리의 흐름을 이끌었다. 특히 박동실은 전통 판소리 뿐아니라 창작판소리를 작곡하고 이를 교육함으로써 담양이 창작판소리의 산실 역할을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최근의 인물들인 성금연·원장현 등이 각기 가야금과 대금산조에서 새로운 유파를 형성하여 전승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예향 담양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고장의 문화적 전통을 새롭게 주목하고 담양만이 가진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의 보존·전승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담양이 배출한 수많은 명창들중에서 이날치, 박동실 선생을 소개한다.
* 서편제의 巨匠 이날치(1820-1892)
이날치는 창평 해곡리 얼그실 출신으로 무정과 수북에서 살다가 광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스승인 박유전과 함께 판소리 서편제의 쌍벽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대 서편제의 독보적 존재로 이름을 떨쳤다. 그의 소리 범위나 득음의 경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신화적인 존재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가내는 안경소리나 나팔소리는 완전히 실물 소리와 같았고 또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로 새들이 날아들 정도로 완벽한 소리를 냈을뿐아니라 그의 반드림 소리는 성음 처리기 극히 복잡해 누구도 전수하지 못했다고 한다. 심청가·춘향가를 비롯한 이날치의 소리는 김채만·박동실을 거쳐 한애순·정순임 등에게 이어졌으며 특히 그가 서편소리의 중심인물이었던 탓에 담양은 이날치판 '심청가'의 핵심 전승지역이 되었다.
수북면 대방리(성암국제수련원 입구)에 이날치를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졌다.
* 창작판소리의 대부 박동실(1897-1968)
박동실은 담양읍 객사리 출신으로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명창으로 손꼽힌다. 그는 이날치-김채만으로 이어지는 서편제를 오늘에 전승한 서편소리의 명창이자 그로부터 창작 판소리가 비롯됐다 할만큼 창작판소리의 대부로 통한다.
'열사가' '해방가' 등 창작판소리를 작곡, 해방후 널리 전파시키면서 명창으로 우뚝섰으나 분단상황에서 월북해 그동안 역사적인 조명을 받지 못하던중 얼마전부터 그의 예술성과 위상, 명창으로서의 면모가 제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북한에서의 명성이 오히려 괄목할만한데 1957년 김일성으로부터 환갑상과 공훈배우 칭호를 받을 정도로 대접을 받았고 부친 박장원도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을뿐아니라 외조부 배희근, 동생 박영실도 소리꾼으로 유명했다. 또 박동실의 딸 박수길과 박숙자도 소리를 익혀 재능있는 소리꾼으로 활동할 만큼 그의 가계엔 명인 명창이 많이 배출됐다. 둘째딸 박숙자에게서 출생한 외손자 김정호는 지난 85년 34세 나이로 요절했는데 '이름모를 소녀' '하얀나비' 등 히트곡을 남긴 유명 가수였다. 현재 박동실의 제자인 김채옥 할머니(담양읍 만성리)가 담양의 마지막 소리꾼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담양읍 객사리에 박동실이 소리 공부를 했던 우송당(又松堂)이 남아있고 남면 지실마을에는 그가 제자들을 가르쳤던 초당, 가사문학관에 기념비가 있다.
(이상으로 "아름다운 내고향 담양을 사랑하자" = (1)'담양의 얼 찾기' 편을 마치고 다음호 부터는 (2) '담양가꾸기' 편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