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가구 80여명의 주민이 살고있는 강쟁리 3구는 비록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담양의 유명 음식점들과 학교·교육청이 함께 어우러진 도로변 마을이어서 항상 활기가 넘치고 생기가 도는 동네이다.
마을 앞 국도변이 담양으로 들어오는 초입, 진입로 인데다 유명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자리잡고 있어 항시 차량으로 붐비고 담양여중·담주초교에 교육청까지 마을안에 자리잡고 있어 어떻게 보면 문화·교육적으로 담양에서 가장 혜택받은 마을(?)이 아닐까 싶다. 마을 앞 너른 들녘과 88고속도로, 국도 29호선이 담양을 관통하는 초입에 위치한 강쟁3구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마을뒷산에서 무등산쪽을 바라보는 전망이 아주 일품이다. 아마도 마을의 번성과 발전이 이렇듯 좋은 장소에 터를 잡은데다 주민들의 천성이 선하고 인정이 많은 탓 아닌가 싶다.
작년 초, 이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주민 선출로 여성이장을 맡아 이제 1년 남짓 마을일을 보고있는 임규남 이장(60)을 갈비 굽는 냄새가 코를 진동하는 모 갈비점 바로 뒤 이장댁에서 만나보았다.
평소 관절통으로 고생하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임규남 이장은 조금 불편해 보이는 모습에도 기자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장 맡은지 인자 1년 쫌 더 되아서 뭐 헌일이 있어야제. 애기들 아빠가 앞전에 이장일을 한지라 많이 도와준께 허제 안그러면 남자들도 힘들다는 마을일 허기가 쉽지안제"라며 애써 자신을 낮추는 그녀의 모습에서 비록 도시화된 마을이지만 여느 시골마을 촌로처럼 순박함과 정겨움이 느껴졌다.
별로 한 일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녀가 이장일을 보아온 일년 남짓 동안 여중 앞길을 아스콘으로 재포장 한 것을 비롯 크고작은 마을일과 생활하수, 음식점 오폐수 민원 등을 행정에 건의하고 조치될 수 있도록 아픈 다리를 이끌고 뛰어다니는 등 여느 마을 남성이장 못지않게 적지않은 일을 해내고 있다. 남편 김형훈씨(65)가 이장으로 있던 때에 마을회관을 지을 수 있어서 지금 잘 활용하고 있고, 이제 모정 하나 짓는 것이 큰 소망이라는 임규남 이장은 "옆 마을에 놀러갔는디 뭔 잔치를 헌다면서 동네사람들이 남녀노소 다들 모정에 모여 앉아 정답게들 노는 모양새가 진짜 좋습디다. 우리 마을도 언젠가는 꼭 모정 하나 지어야 겄다 생각했지라. 기자 양반이 쫌 도와주쇼-잉"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사실 강쟁리 3구는 넉넉해 보이는 마을 풍광에 낮은 구릉이 마을을 감싸고 있어 전망 좋은 곳에 모정 하나 지으면 정말 격에 맞을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 마을의 진짜 숙원사업은 마을내 음식점들의 오폐수 처리와 마을 생활하수의 원활한 처리이다. 10여개가 넘는 식당 오폐수가 마을앞 농지로 흘러들어 악취는 물론이고 해마다 농사에 적지않은 피해도 주고있고 생활하수는 제대로 배출이 안돼 오히려 주택으로 역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여러차례 읍사무소와 군청에 해결해 줄 것을 건의도 해 보았지만 아직까지 조치가 안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마을에 유명 음식점들이 많아서 마을 발전에 십시일반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M 식당 등 일부 식당을 빼놓고는 거의 마을일에 협조를 안하는 실정이라고 애써 웃는 그녀는 "몸이 아파 언제까지 이장을 헐지는 잘 모르것지만 3년 임기동안 내가 헐 수 있는 일이라믄 뭐든 열심히 할라고 허요. 그것이 주민들이 나를 이장으로 뽑아준 것이라 생각헌께요.."
고서면 고읍리에서 강쟁리로 시집와 환갑이 되도록 농사꾼의 아내로 살면서 4남매를 별탈없이 잘 키워내고 마을 화합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가 조금 더 일찍 이 마을 이장을 맡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잠시 해보았다. /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