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재가 길어지다 보니 “자네는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해서 해외출장만을 다니냐” 하면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실 오랫동안 담양주간신문에 연재를 하다보니 처음부터 보지 못한 분들은(처음에 연재하면서 밝혔지만)그런 오해를 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계속해서 해외 출장을 다닌 것은 아니고 민선3기 군정 역점시책인 생태도시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담길 ‘군 기본계획과 관리계획’ 수립에 반영키 위해 최형식 군수님과 관계공무원, 용역수행자인 도시계획전문가, 도시계획 자문위원인 두 분 의원님, 그리고 대외정책을 맡고 있는 나까지 포함하여 15명이 담양의 백년대계를 책임진다는 막중한 사명감으로 유럽과 남미의 선진 생태도시 벤치마킹에 나선 것입니다. 2004년 10.4∼10.19일까지 16일 동안 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브라질의 해외선진 생태도시를 탐방했습니다.
귀국후 담양주간신문의 요청에 따라 해외선진생태도시 탐방기를 연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담양주간신문 기사가 넘쳐 연재가 빠지기도 하면서 오랜 기간동안 연재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브라질 관련 2편의 연재가 더 남아있습니다. 제가 다닌 곳 중에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생소한 해외선진 생태도시를 내 나름대로 보고 우리 담양에 벤치마킹 할 수 있는 부분이나 생태도시 차원에서 그 도시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점을 쓰다보니 내용이 조금은 딱딱 하고 지루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박철홍)
1, 리오데자네이루
독일의 마지막 체류지 프랑크부르크는 우리나라 어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었고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곳이기에 그 일정은 생략한다. 우리 일행 중 군수님과 의원님들 그리고 일정이 바쁘신 몇 분은 브라질까지 같이 가지 못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막 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나머지 일행은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가기 쉽지 않은 남미대륙, 그것도 우리나라와는 정반대편에 위치한 브라질로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프랑크부르크에서 브라질 리오까지는 우리나라에서 영국런던까지 오는 시간과 비슷한 약 11시간정도가 소요되었다. 우리나라 소속 항공기를 타고 올 때는 아리따운 승무원 아가씨들의 놀라울 정도의 상냥함과 친절함, 그리고 입에 맞는 기내식 등, 또 기내에서 상영해주는 영화의 언어문제 등 여러 가지 편리했다. 그러나 브라질 소속 항공기속에서는 참으로 지루하고 불편했다. 한국사람 아니 동양 사람은 거의 우리 밖에 없었다. 기내 음식도 맞지 않았다. 그리고 승무원들도 대부분 건장한 남자였다. 어쩌다 보이는 여 승무원도 나이가 지긋한 아줌마처럼 보였다.(우리나라에서는 스튜디어스가 젊은 여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서양에서는 기피 직종이라 함) 우리 일행은 지루함을 잠으로 달래면서 비행기 속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리고 아침 일찍 브라질 리오에 도착했다.
브라질!
브라질을 다녀오기까지는 축구, 펠레, 삼바, 커피, 정열의 카니발, 아마존 강 등 여러 이미지로 나에게 남아있었다. 브라질은 남미 대륙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남미의 최대 대국이며 칠레와 에콰도르를 제외한 남미 모든 국가의 국경과 맞닿아 있다. 영토로는 러시아, 캐나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큰 국가이다. 그 광대한 영토의 절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우림생태지역인 아마존 강과 강의 지류지역으로 덮여 있다. 그 광대한 영토위에 대서양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이하 리오로 지칭)는 인구 450만의 환상의 세계적인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리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목에 보이는 바깥 풍경의 첫인상은 세계적인 휴양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시내 가는 도로근처에까지 들어온 바닷물은 보기에도 시커먼 오염덩어리였다. 도로 옆으로 군데군데 보이는 언덕위에는 짓다만 누추한 벽돌집들이 폐허처럼 보기 흉한 모습으로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왜 거의 모든 집이 짓다만 형태냐고 궁금해서 가이드에 물어보니 리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 빈민들은 하루하루 벌어 살아간단다. 그래서 돈이 생길 때 만 벽돌을 사서 집을 짓곤 해서 집 모양이 저렇다고 했다. 저런 식으로 집을 지어 이층집이 제대로 완성되려면 보통 십년은 걸린단다.
리오에서 그러한 빈민촌은 거의 치외법권지대 여서 대 낯에도 경찰까지 들어가기를 꺼려한다. 가이드는 브라질에서 여행하는 동안 “가장 주의할 것이 좀도둑과 강도들이다. 어제도 두건의 총기 살인사건이 나서 4명이 사망했다. 현재 리오 전체가 비상이 걸려 있으니 절대 혼자서 다니지 말라”고 경고를 하면서 우리 일행에게 겁을 주었다. 그 말까지 듣고 나니 공항 주변의 첫 인상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브라질의 빈부 격차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 한다. 조금 더 가니까 그러한 것이 바로 우리 눈앞에 놀라운 풍경의 현실적인 모습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빈민가인 언덕 위 鍍滑같이 붙어 있는 누추한 집들 옆으로는 호화주택과 고층빌딩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호화주택 앞에는 아까 오염된 검은 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높은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생애 처음 보는 대서양이 우리 일행 눈앞에 활짝 펼쳐졌다. 끝이 안 보이는 널찍한 백사장, 당시는 피서철(브라질은 1∼3월이 피서철이라 함)이 아니어서 많은 인파는 안보였다. 드물지만 초 비키니의 竹竹빵빵의 형형색색의 미녀와 영화에서나 보았던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 멋진 모습들, 군데군데 바다위로 솟아 잇는 기묘한 모습의 산들이 역시 세계 3대 미항답게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초라하고 누추한 빈민가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어쩔 수 없는 냉혹한 사회현실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우리 일행은 해변 가 옆 식당으로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가는 도중 가이드는 브라질에 와서는 보통 몸무게가 3∼4키로는 불어서 나가니 몸매에 신경 쓰는 사람은 먹는 것에 조심하라는 주의를 주었다. 그 말은 브라질에서 첫 번째 들어간 식당에서부터 증명되었다. 상당히 큰 뷔페식당이었는데 수 십 가지 야채를 비롯한 과일 등 먹을 것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 우리 일행은 비행기 기내식이 입에 맞지 않아 거의 하루 동안 아무것도 못 먹어 상당히 배가 고파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상당한 양의 음식을 가져다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그때 쇠꼬챙이에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바베큐를 들고 다니는 웨이터들이 우리 일행에게도 먹어볼 것을 권했다. 우리 일행은 그 바베큐는 따로 돈을 받는 줄 알고 정중히 사양했다. 그랬더니 그 웨이터들은 우리를 보고 이해하기 힘든 얼굴로 고개를 젓고 그리고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섰다.
그때 마침 가이드가 와서 브라질에서는 바베큐가 가장 맛있는데 왜 안 드시냐고 한다. 너무 비쌀 것 같아서 그런다고 했더니 소리내어 웃었다. 걱정말고 먹으란다. 자기가 다 산다고. 우리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종업원을 불렀고 그 바베큐를 먹기 시작했다. 종업원들이 활짝 웃으면 너무 좋아했다. 바비큐는 부위별로 계속 나왔다. 가이드가 조금 부담스러워 할 것 같아 슬쩍 쳐다보았더니 웃으면서 걱정 말고 맘껏 먹으란다. 바베큐에 발라진 소스의 맛이 우리 입맛과 딱 맞았다. 브라질 음식은 대부분 우리음식에 비해 조금 더 짠 편이었지만 우리 입맛과 비슷한 것 같았다.고기육질도 최상이었다. 20가지 정도의 바베큐가 나왔다. 우리는 맛있게 보인 부분만 골라서 배터지게 먹고 나니 가이드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곳에 들어오면 다 공짜란다. 우리는 놀라서 그럼 한 끼 식사비는 얼마정도냐고 물으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8,000원 정도란다. 입이 딱 벌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최고급 호텔에서 최소한 십 만원 이상을 주어야만 먹어볼 수 있는 식사였다. 브라질에서는 소 한마리 값이 우리나라 돈으로 십 만원정도 하고 채소는 그냥 거저 가져가도 될 정도라고 한다. 땅이 워낙 넓고 비옥해서 소는 그냥 방목해놓으면 몇 년 후에는 수 십 배로 불어있단다. 부럽기도 하면서 만약 브라질 농축산물이 그 가격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농촌의 현실로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우리는 식사 후에 거대한 예수 조각상으로 유명한 코르코바도 언덕을 작은 기차를 타고 올랐다. 산꼭대기에 거대한 예수 조각상이 양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현재는 프랑스 에펠탑처럼 리오를 상징한다고 했다. 거기서 보는 리오 시내 전체 풍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리오가 왜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는 줄 알 것 같았다. 그곳에서 내려와 리오에서 자랑하는 보석 박물관을 둘러보고 세계 최고의 해안으로 유명한 코파카바나 해안(팝송 제목으로 사용될 정도로 유명)에 잠시 들렸다.
처음으로 끝이 안 보이는 정말 밀가루 같이 부드러운 흰 백사장 (5키로미터 이상 이어짐)을 걸어보고 대서양물에 처음으로 발을 담가보았다. 초비키니 차림의 8등신 미녀들이 또 우리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브라질의 카니발은 리오가 가장 유명하나 그 당시는 카니발 축제가 열리지 않는 철이라 카니발이 열리는 주무대만 잠깐 들려보았다.
저녁에는 유명한 리오의 야경을 보기 위해 괴상하게 생긴 팡데아수카르 산(리오 도심 한 중앙 해변 가에 엎어진 항아리처럼 불쑥 솟아난 거대한 화강암과 수정으로 이루어진 400미터에 이르는 산)을 아찔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그곳 정상에서 보는 리오 야경은 말로표현하기 힘든 정말 잊을 수 없는 멋진 광경이었다. 오랜만에 연수가 아닌 관광 온 기분으로 리오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