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돌아 본 유럽 도시 중 중세적 모습이 가장 고스란히 남아있는 정말 아름답고 아담한 도시였다. 인구는 14만 정도로 독일 넥카강과 라인강이 합류하는 독일의 서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700년 전, 1386년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서 깊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이 설립되면서 하이델베르크는 젊은 대학의 도시로 유명하다. 현재에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약 2만7천명이 대학생이다.
하이델베르크는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옛 고성, 옛 모습 그대로의 중후한 저택, 고풍스러운 돌로 깔아진 길목 등으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청춘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젊은 대학의 도시로서 묘한 조화가 특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우리가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했을 때 유럽 특유의 조금은 우중충한 날씨였다. 그러나 유럽 어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널따란 광장 주위로 몰려 있는 카페에는 그 유명한 독일 맥주를 마시며 열띤 토론에 젊은 청춘들의 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고 산뜻한 길가에 늘어선 상가에는 기념품을 사고 파는 관광객과 현지 상인들의 밝은 모습들이 우중충한 날씨를 깨끗이 씻어 내주었다.
또 고풍스런 돌담길 골목에서는 독일 어느 방송국에서 나와서 중세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었다. 그 주위의 저택과 골목은 있는 그대로 모습이 중세분위기를 풍겨 어떤 무대장치도 필요 없이 길에 말똥만 조금 뿌려놓고 중세복장을 한 연기자들이 촬영 중인 것을 우리 일행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광장에서 언덕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까 반쯤 파손되어 역사적 현실감이 더 느껴지는 커다란 고성이 나왔다. 독일에서도 아주 유명한 하이델베르크 고성이었다. 13세기 최초 건축된 이래 거듭 증축되어 고딕, 바로크, 르네상스, 등의 다양한 양식이 복합되어 있다. 상당히 높은 지역에서 자리한 고성에서 보는 하이델베르크 시가지 전경은 일품이었다.
네카강을 사이에 두고 중세풍의 아름다운 저택들이 화려한 색상으로 푸른 네카강의 물결과 너무 잘 어울려 보였다. 또 네카강에 놓여있는 아름다운 다리가 눈에 띠었다. 2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 다리를 지나면 유명한 철학자들이 많이 살고 배출되어 독일에서도 유명한 '철학자의 길'이라는 곳이 나온다.
하이델베르크 성의 정원은 상당히 넓었다. 성 외곽은 많이 부서졌지만 내부는 상당히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 당시에 어떻게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벽의 두께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날 밖에 날씨는 상당히 추웠었는데 성 내부에 들어가자 난방을 한 것 같이 아주 따뜻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난방을 전혀 하지 않는데도 성 내부는 한 겨울에도 이렇게 따뜻하다고 한다.
성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띤 것은 22만 리터를 담을 수 있는 큰 와인통이었다. 중소형 아파트 한 채의 크기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시,공을 초월하여 귀족이란 사람들의 고상한 취미(?)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저 커다란 통에 와인을 채우기 위해 뼈가 빠지도록 고생했을 서민들 생각하니 와인도 별로 맛이 없어 보였다.
우리 일행은 고성에서 나와 오랜만에 하이델베르크에서 상당한 시간을 개인적인 자유시간을 가졌다. 쇼핑도 하고 카페에 들려 맥주도 마셨다. 몇 개의 카페를 돌면서 먹은 맥주 맛이 지금도 삼삼하다. 맥주의 고향답게 각 카페마다 고유의 맥주 맛이 있었다. 맥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날 만큼은 멋진 곳에서 맛있는 맥주를 편안한 마음으로 취하지 않을 만큼 맘껏 마셨다.
오래되어서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프라이부르크에서 하이델베르크 가는 길이었는지 하이델베르크에서 프랑크푸르트 가는 길이었는지) 도중에 들렸던 조그마한 호수도시가 인상에 깊이 남는다.
그 호수도시 주변에는 멋들어진 저택과 건축물이 줄지어 서 있었고 또한 기념품을 파는 상가가 길게 늘어서져 있었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도 상당히 많은 관광객들이 그 호수 주변에서 관광과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호수 그 자체는 우리 담양댐에 비해 풍경이 별로 뛰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주변의 건축물들과 좋은 상품을 파는 상가들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가이드에 의하면 독일은 처음 건설 때부터 자연과 어울리는 설계를 통하여 자연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아름다운 저택이나 건축물 짓는다. 그래서 그 건축물 자체가 원래의 자연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고 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연을 재생산해냈다. 바로 그 호수도시가 멋진 건축물과 어울려 더욱 더 멋진 호수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호수도시보다 더 뛰어난 자연 풍경을 가진 우리 담양 댐 주변도 철저하게 자연과 어울리는 설계를 통하여 멋진 건축물들이 들어선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담양이 가야 할 길이 바로 그 호수도시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