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있는 남편이 워낙 담양을 좋아해서 남편의 뜻을 따르는 내조겸 지역에 봉사도 하고 행정을 아는 기회도 될 것 같아 주윗분들의 권유로 이장 일을 맡게됐는데 10년 가까이 봉사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96년 담양읍 지침리 1구 이장을 맡아 9년째 마을 일을 돌보고 있는 여성 이장 조애순씨(55)의 소감이다. 첫 대면에서부터 성실하고 부지런함이 물씬 풍기는데다 밝고 화사한 미소속에 세상을 참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농산물품질관리원에 근무하는 남편의 유별난 고향사랑이 자신을 담양읍 첫 여성이장으로 나서게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조애순 이장. 가정에서는 아내와 세 자녀의 어머니로, 밖에서는 147세대 500여명의 주민이 살고있는 지침리 1구 이장과 직장인(보험설계사)으로 열심히 살아가면서 그리 많진 않지만 농사도 지어 보았던 그녀지만 여지껏 자신의 어깨에 짊어 진 일들이 힘들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서 한 일인데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로 매사를 챙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일이 재밌고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여자가 고지서나 반상회보 등을 들고 다니며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 남들 눈에는 그리 않좋게 보였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장으로서 항상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즐겁게 일 했어요. 특히 마을 여자분들이 너무나 좋아해요. 사소한 일, 가정사 할것없이 서로 흉허물없이 터놓고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때론 위로도 해주고...하여간 남자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던 크고 작은 일까지도 비록 여성 이장이지만 남들 하는 것처럼 다 하다보니 정말 이웃사촌처럼 정답게 느껴지고 잘 지내게 됐거든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않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정말 이웃과 동네 일을 내일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조애순 이장은 지침리 마을회관을 지을 때 가장 큰 보람과 고마움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해동주조장 고.조인훈씨가 부지를 희사하고 건축비까지 큰 돈을 선뜻 내놓고 군 보조금을 보태 노인당까지 갖춘 버젓한 회관을 지을 수 있었던 것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는 것.
모아둔 마을기금도 없었고 집집마다 돈을 거둘 수도 없었던 상황에서 고.조인훈씨가 마을을 위해 큰 뜻을 펼쳐준 것에 고마움을 느껴서이다.
이외에도 좁은 골목길 집집마다 상하수도가 들어올 수 있게 한 것과 생계가 어려운 이웃들을 이장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일, 이웃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하면서 끈끈한 인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에 긍지와 보람을 갖고 있다는 그녀는 구역내에 소재한 중앙공원을 지금보다 더 아름답고 쾌적한 공원으로 만들어 지침리 주민들은 물론이고 담양읍민 모두가 사시사철 애용하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작은 소망이다. 비록 작고 아담한 쌈지공원이지만 주민들이 언제든 쉽게 찾아 잠깐의 휴식을 통해서나마 생활의 여유와 삶의 의미를 사색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조애순 이장에게 한가지 욕심이 더 있다면 구역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에 모범을 보이도록 노력하는 일이다. 얼마전 삼만리 쓰레기 매립장을 견학하고 난 뒤 음식쓰레기 만큼은 철저하게 분리수거 해야하고 우리 마을부터 실천, 모범을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제가 이장으로 있는 동안 쓰레기 문제에 관한 한 주민들을 적극 설득하고 이해시켜 이 일을 꼭 성사시키고 싶어요. 중앙빌라와 추성빌라 등 다세대 주택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힌 조애순 이장은 그녀만이 가진 화사한 미소로 강한 의지와 자신감을 내보였다. 조애순 이장에 대한 칭찬은 읍내 다른 마을 이장들의 부러움과 읍사무소 직원들의 호감으로 대변할 수 있을 것 같다.
1·2·3구 3개 마을로 구성된 지침리는 여성 이장인 조애순씨로 인해 세 마을 이장들의 화합이 잘 되고 마을간 단합도 대단하다고 한다. 세 마을 이장들이 자주 회합을 갖고 머리를 맞대고 지역발전에 공동으로 노력하는 시간과 기회를 갖고 있기 때문. "지침리 세 마을 만큼은 행정적인 업무와 일처리가 척척 손발이 잘 맞는다"는 읍사무소 직원들의 얘기고 보면 비록 여성이지만 이웃과 마을일에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나서는 조애순 이장의 열의와 긍정적 사고, 특유의 친화력이 지침리와 지역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밝게 만드는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