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노이사를 들려 오늘의 목적지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에 가는 길에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에 들리기로 했다.
로잔에서 베른이 가까워질수록 거대하고 웅장한 알프스 산맥은 희미해지고 영국에서 보았던 아름답고 푸른 목초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영국과 달리 스위스의 푸른 목초지에는 수천 마리의 얼룩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영국에서는 소는 거의 보이지 않았고 양떼들만 보였음)
또 영국과 다른 점은 푸른 목초지 사이사이에 눈이 시릴 정도로 깊고 푸르른 거대한 호수들이 언뜻 언뜻 보였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알프스 산맥 만년설로부터 내려온 물이라 고기도 살지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차갑다고 했다.
그리고 집들은 한 채 한 채 독립적으로 띄엄띄엄 있는 영국과 달리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푸근한 것이 보기에 더 좋았다.
폰노이사가 있는 곳으로부터 2시간 정도 가자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에 도착했다. 난 솔직히 베른이란 도시는 그 날 처음 와 봤을 뿐만 아니라 지명 이름조차 처음 들어 보았다.
그런데 가이드가 스위스의 수도라고 설명하자 우리 일행들은 모두 의외라면서 놀랬다. 아마 이글을 읽는 대부분의 여러분들도 스위스 수도가 제네바나 쮜리히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여행을 끝나고 나서 ?베른의 기적?(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그 당시 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세계최강의 무적함대 헝가리 축구팀을 결승전에서 꺾고 서독이 처음으로 월드컵에 우승한 것을 영화화 한 것, 2002년 독일에서 최고의 흥행성적을 낸 영화라 함)이란 비디오를 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월드컵 결승전을 치룰 만큼 유명한 도시였는데도 지명조차 처음 들어본 내 무지가 부끄럽기도 했다.
베른! 이번 여행기간 중 가장 인상에 깊이 남는 참으로 아름답고 산뜻한 도시였다. 인구는 12만 8000명밖에 되지 않아 한 국가의 수도라고하기에는 ?너무 적고 아담한 도시다. 하지만 베른은 스위스와 유럽대륙의 한 중앙에 해당되는 교통의 요충지이다.
베른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가 모두 3, 4시간 거리에 있다. 베른에는 아직 중세적인 아름다운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특히 놀랐던 것은 베른 도심지 한 중앙을 통과하는 ?아레강? 이었다. 한 국가 수도 한 중심부를 흐르는 강인데 우리나라 깊은 계곡에서 보는 물보다 더 맑아 보였다. 그리고 그 강 사이로 우거진 숲과 그 숲속에 너무나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 고풍스러운 집들, 환상적 이었다.
한 국가 수도라기보다는 어느 고급스런 휴양지의 모습 이었다. 베른의 모든 도로는 바닥에 온통 돌을 박아 포장하여 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더욱이 특이했던 것은 건물 속에도 도로가 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시내 높지 않은 아파트처럼 보이는 집이나 사무실에는 각 창문마다 예쁜 꽃들이 걸려 있어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었다.
베른에 있었던 오후시간동안 촉촉한 비가 내리고 있었고 깨끗한 도로 사이로 영화에서나 보던 전차가 소리 없이 달리는 모습들이 내가 진정 유럽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다.
차로 길거리를 지나면서 가이드는 우리에게 어떤 표시가 되어있는 점포들을 가르키면서 바로 저곳이 그 유명한 스위스 비밀은행이라 했다. 그 모습이 우리가 생각한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창문도 없는 아주 조그만 하면서도 육중한 사무실 같이 되어 있었고 우리나라의 전당포와 비슷하게 보였다.
물론 스위스 은행의 크기나 규모는 천양지차라고 했는데 아주 소규모의 저런 은행들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스위스의 은행은 비밀 엄수로 유명하며,
스위스 프랑은 안정된 통화로 인정받아 외국 자본의 피난처로 이용되기도 하여 세계 금융과 은행업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외화가 엄청나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베른에서 역사적인 시계탑과 시의 아름다운 분수, 15세기 대성당, 베른의 상징인 곰 공원과 스위스의 매혹적인 수도의 풍경이 보이는 장미 정원 등을 보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독일 ?프라이 부르크? 로 출발하였다.
베른에서 2시간 정도 가자 독일 접경이 나타나고 가이드가 간단하게 여권을 거두어 간단한 입국절차( 말이 입국절차지 우리나라에서 불심건문에서 주민등록증 확인 하는 수준)를 거치고 독일로 넘어왔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넘어 올 때나 프랑스에서 스위스, 그리고 독일로 넘어 올 때 어떤 복잡한 입국수속을 밞은 적이 없다. 가이드가 여권만 받아가 혼자 내려서 간단히 확인만하고 올라왔을 뿐이다. 정말 유럽대륙은 한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스위스에서 독일로 넘어가자 풍경이 달라졌다. 낮게 깔린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을 듯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고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띤다는 그 유명한 독일의 흑림지대가 우리를 조금은 우중충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