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사마란치 위원장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던 날,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고 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대한민국 국민의 환호성은 밤하늘을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메아리쳤다.
외국에 나가서 보니까 88서울올림픽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외국인들에게 의미가 컸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중국이나 일본의 속국정도로 알고 있거나 아예 존재자체도 모르고 지낸 사람들이 대부분의 유럽인들이었다.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되고 나서야 대한민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또 다른 독특한 문화를 지닌 동방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로 그들에게 인식되어졌다.
우리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88올림픽의 계기가 된 곳,
사마란치 위원장이 ‘쎄울~! 꼬레아~!’를 외쳤던 곳이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위스의 ‘로잔’ 이라는 도시다. 로잔은 인구 11만 오천 명의 자그마한 소도시다. 유럽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중세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깨끗하고 아담한 도시였다. 국제 올림픽위원회와 올림픽 박물관이 있는 올림픽 도시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우리 일행은 파리에서 늦은 오후에 출발하여 떼제버를 통해 로잔에 밤 아홉시쯤에 도착했다.(파리에서 약 4시간 정도 걸렸음) 일단 로잔 중심가에 있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이른 아침 폰네이사(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제약회사, 담양군과 대나무 신약에 관해서 협의하기로 함)를 들리기 위해 로잔에서 버스로 출발했다.
폰네이사로 가는 길은 레망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너무나 멋진 환상적인 도로였다. 레망호수는 우리나라 인천 면적의 2배정도 되는 서유럽 최대의 호수이다. 우리가 보기에도 호수라기보다는 끝이 안 보이는 바다처럼 보였다. 레망호수를 경계로 프랑스와 스위스가 나뉘어 진다. 레망호수를 따라 가는 아름다운 길 호수 저편에는 알프스산맥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엄청난 자태로 웅장하게 서있었다. 그리고 길 옆 언덕에는 끝없이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고 언덕이나 산 중턱 사이사이 그림 같은 집들이 너무나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 일행 중 누군가 그 경치를 보고 “와~! 한 폭의 달력이다! 달력에 나온 그림과 똑 같다.”면서 “이러한 경치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 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가이드는 다음과 같은 스위스의 슬픈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스위스는 정말 경치는 빼어난 곳입니다. 특히 이 레망호수 주변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의 하나로 세계적인 대부호와 유명한 예술가들의 초호화 별장이 밀집된 곳입니다. 아까 우리가 지났던 조그마한 마을이 피카소가 말년에 살았던 곳입니다. 그리고 레망호수의 찬 기운과 아침에 짙게 깔리는 안개 덕택에 최고의 품질의 포도(포도는 안개가 많이 끼는 지역일수록 당도가 높은 고품질의 포도가 나온다고 함)가 생산되어 가장 질이 높은 포도주가 생산됩니다. 그렇지만 포도주나 산 중턱에 키우는 젖소 등에서 나온 치즈 등을 제외하고는 다른 농작물은 잘 자라지도 않고 자랄만한 농토도 없는 척박한 땅이 또 스위스입니다. 그리고 스위스는 현재는 영세중립국으로서 평화롭게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에 하나이지만 바로 얼마전만해도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한 중심으로서 모든 나라가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스위스를 꼭 거쳐가야만 하는 전략적인 요충지입니다. 지금도 스위스는 유럽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4개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과 접경을 이루고 있고
언어도 4개국어(독어, 불어, 이태리어, 고대로마어)을 국어로 하고 있습니다. 영세 중립국이 되기 전 스위스에서 남자들의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은 먹고살기 위해서 목숨을 파는 용병이었습니다. 또 스위스 용병은 가장 용맹하여 유럽 각국들이 가장 선호하는 용병이었다 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하여 남자가 성인이 되면 거의 대부분 유럽 어느 나라의 용병으로 팔려갔습니다. 실제로 아버지와 아들이 따로 따로 용병으로 팔려나가 전쟁터에서 서로 죽이고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여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픈 상처를 많이 가진 나라가 스위스입니다.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경치 뒤에는 또 이렇게 슬픈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자 역시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뇌리 속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 같이 항상 평화로운 전경의 스위스 모습만 간직하고 있었는데.....
경치와 가이드이야기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느새 로잔이 자랑하는 올림픽 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올림픽 공원에서 보는 레망호수와 맞은 편 거대한 알프스산맥은 정말 장관이었다. 여기에서 조금 가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융프라요흐산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곳이라는데 우리 일행의 일정상 갈 수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올림픽 공원은 정말 정갈하게 잘 가꾸어진 공원이었다. 올림픽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조형물들이 있어야 될 위치에 정확하게 있으면서 그 주변의 경치와 조화가 잘 되어 보였다.
폰노이사가 있는 곳(스위스와 프랑스 접경지역 조그마한 마을에 있었음)까지 가는 길은 레망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두 시간 정도의 정말 잊지 못할 환상의 드라이브코스였다.
우리일행은 폰노이사에 들려 협의를 하고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으로 향했다. /박철홍(군 정책협력담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