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는 도시가 두개 있다고 한다. 하나는 파리시민들이 살고 있는 지상의 도시이고 또 하나는 하수도로 미로처럼 얽혀있는 지하의 도시를 말한다. 파리는 100년 전에 하수도 정책을 펼치면서 하수도를 지상의 도로와 똑 같이 지하에 설계했다. 100년 전에 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현재에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하수도를 가지고 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파리에 사는 주부가 설거지를 하다가 반지를 하수구에 빠뜨렸을 경우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 시간 내에만 연락하면 하수도를 담당하는 관청에서 곧 바로 찾아 주니까 말이다. 각 개인 집에 번지수가 있듯이 하수도에도 각 집마다 지정된 번지가 있어서 그러한 것이 가능하단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여러 정책을 펼쳐서 정상적인 도로를 몇 번씩이나 파헤치고 또 파헤쳐 땜질 해놓은 것 같이 만들어 놓은 것을 자주 보게 된다. 100년 이상을 내다보고 먼 안목으로 도시를 설계해서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사용하는데 아무런 불편을 못 느끼게 하는 파리의 모습은 우리가 반드시 본 받아야 할 부분이다. 100년 전의 프랑스의 도시설계나 건축물 설계기술은 현재 기술에도 뒤지지 않은 그 무엇이 있었나 보다. 그것을 상징하는 건축물이 바로 파리 ‘에펠탑’이다. 에펠탑은 정말 상상이상으로 훨씬 크고 높았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인 1889년 세운 높이 320.75미터의 철골로만 된 강철탑으로 ‘구스타프 에펠’이 설계하고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여 2년 2개월 만에 세웠다. 그리고 현재는 파리의 상징이 되어있다. 파리를 다녀간 관광객들에게 파리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 어디이냐고 설문해보면 에펠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고 한다. 에펠탑은 피라미드처럼 현재의 건축전문가들에게도 불가사의 중에 하나다. 나 또한 300미터 높이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기도 아찔하던데 요즘같이 대형 기중기도 없이 그 높은 곳 까지 그 무거운 철강을 어떻게 올렸으며 또 그것을 일일이 벨트로 조여 가면서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상상하기 힘들었다. 에펠탑 최고의 높이(300미터)에서 보는 파리의 전경은 장관이었다. 파리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8쪽으로 뚫린 도로를 따라 원형으로 퍼져 있는 도시라고 들었는데 에펠탑 최고층에서 보니 사실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인데 파리하면 에펠탑, 뉴욕 하면 자유의 여신상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도시에나 그 도시를 상징하는 구조물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담양 하면 떠오르는 인위적 구조물이 아직은 없다. 그래서 우리 일행 중 한 분이셨던 정금연 부의장님께서 “우리 담양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면서, “2018년 이면 현재의 담양이라는 지명으로 불리게 된지 꼭 천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우리 담양도 천년의 담양을 상징하는 천년 탑을 지금부터 준비해나가야 한다” 고 제안 하셨다. 우리 일행 모두들 공감했고 내 개인적 생각에도 천년 탑을 만드는 것은 의미 있는 일처럼 생각되었다. 프랑스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베르사이유 궁전이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은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넓고 잘 정리되었다고 해서 담양에 아름다운 대나무 생태공원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일행은 그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파리 남서쪽으로 약 20키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파리에서 차로 약 20분 정도 가야 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프랑스 루이14세가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로 상징되는 절대왕권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세운 궁전이다. 궁전 내부는 그 유명한 거울의 방, 전쟁의 방, 평화의 방 등으로 나누어져 호화롭게 꾸며져 있었고 방마다 그곳에 살았던 왕과 왕비 그리고 주변인물 등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별 감회는 없었다. 중국 자금성에 가서도 느낀 바이지만 일반 백성들과는 괴리된 채 닫힌 궁전에서 자기들만의 초호화판의 잔치를 매일 벌렸다는 것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루이 16세 때 와서 왕과 마리앙트와네트 왕비의 사치는 도를 넘었다고 한다. ‘베르사이유 장미’라는 유명한 만화책에서 그 시대 이야기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절대 권력자들의 부패와 사치들은 동, 서양과 시차를 막론하고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만 확인 되었을 뿐이다. 오죽하면 프랑스 대혁명당시 제일 먼저 습격한 곳이 베르사이유 궁전이었고 루이16세와 마리앙트와네트 왕비를 공개된 콩고르드 광장에서 단두대의 제물로 바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사이유 궁전 뒤로 끝없이 펼쳐진 정원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현재의 정원은 루이 14세 시절의 20% 밖에 안 남았다고 하던데 그 당시의 규모는 감히 상상이 안 되어졌다. 말이 정원이지 그 곳에서 야생동물들을 사냥을 하고 인공호수를 크게 파서 뱃놀이도 했다니까 하나의 잘 가꾸어진 숲으로 봐야 옳을 것 같았다. 그것을 만드느라고 고생했을 일반 백성이나 다른 생각안하고 정원 그 자체만 보자면 참으로 아름답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이 보이는 잘 꾸면 진 정원이었다. 미로 형으로 공원을 조성하여 호기심을 유발시켜 놓았고 다양한 종류의 분수대로 보는 사람의 눈길을 끌어 잡았다. 또 분재형 가로수들이 정원의 호화로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은 그 정원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았다. 여담이지만 베르사유 궁전에서 줄을 길게 늘어선 곳은 화장실이었다. 하루에 수 만 명이 방문하는 그 넓은 궁전 안에 화장실이라고는 딱 한군데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조그마한 간이 화장실 이었다. 왕이 사는 곳에 화장실을 만든다는 것이 불경스럽다고 해서 만들어놓지 않았다고 한다. 길게 늘어선 줄에는 사색이 다된 여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남자들이야 그 넓은 정원에서 어떻게든지 해결 할 수 있겠지만 .... 이럴 때 보면 남자로 태어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서구 유럽 프랑스에서도 그러한 잔재가 남아 있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베르사이유 궁전 뿐만 아니라 파리는 화장실에 아주 인색했다. 공중화장실은 반드시 돈을 내고 들어가야 했고 아주 적고 별로 깨끗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음식점 등에 있는 화장실도 마찬가지였다. 화장실을 못 찾아 상점에 들어가서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엄청난 눈치를 주었고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옛말에 그 지방의 문화의 정도를 알려면 화장실을 가 보아라고 했는데 문화와 예술의 도시라는 파리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중국은 조금 지저분하고 열려있는 공간이라 황당했지만 화장실 찾기가 파리처럼 힘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파리는 아예 화장실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것이 우리 일행 공통된 의견 이었다. 해외를 여행하면서 느낀 것인데 옛날에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현재로만 봐서는 화장실 문화만큼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훨씬 앞서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실의 화장실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큼 잘 되어 있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