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이라면 제주공항에서 내려 신제주 해태동산에 이르는 길가에 심어진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가로수길을 지나면서 탄성을 질러 보았을 것이다.
사시사철 푸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다 다른 지방에서 보던 가로수와는 색다른 모습으로 여행자들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푸른 녹음이 짙게 두리운 상록수길이 이어지는 공항로 주변은연중 가장 울창한 모습을 띠고있어 이 길을 지나는 것만으로도 공해에 찌든 도시인들과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한결 여유를 갖게한다.
제주시를 중심으로 제주도내 가로수의 관리상태와 수종선택은 전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특이하면서도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로수로 심어지는 나무들은 대개 은행나무와 플라타너스, 수양버들 등 낙엽수가 많지만 제주도는 지역에서 자생하는 토종수종을 가로수로 식재하는 정책을 펼쳐 성공한 대표적 케이스로 호평받고 있다.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국내가로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변 가로수중 은행나무가 40%이상으로 가장많고 다음이 플라타너스 30% 가량으로 이 두 수종이 국내 전체 가로수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반해 제주도는 상록수의 식재비율이 도내 전체 가로수의 80%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높다. 이는 외래수종 보다는 향토수종을 심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두는 한편 따뜻한 기후 특성을 살려 지역에 맞는 나무를 심으려는 제주도의 가로수정책 때문이다. 더욱이 제주도는 학술적으로 가치 있으면서도 희귀한 향토수종을 번식시켜 심음으로써 수종 보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제주도의 가로수정책은 한때 나무의 외형에만 의존한 나머지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실제로 도는 지난 70년대 플라타너스를 심었고 80년초에는 국제적 관광도시 정책에 따라 이국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자 종려나무와 워싱턴야자나무 등을 심기도 했으나 이제는 이들 수종을 거의 심지않고 있다.
특히 한라산 견월악 주변-북제주군 조천읍간 2㎞ 도로 구간과 숲터널등 4-5곳에 일본에서 들여온 삼나무를 심었던 것은 대표적인 가로수정책의 실패로 지적되고 있다. 견월악 주변은 지난 80년대 초 도로변 미화작업을 이유로 박달나무와 꽝꽝나무 등 자생수림을 베어내고 키가 크고 매끈한 삼나무를 심었으나 울창한 잎이 햇빛을 가려 키가작은 관목의 생장을 완전히 차단했을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 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종려나무 등의 외래수종도 관광객들이 열대지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도심에 심기를 권장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향토수종에 밀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을 빼고는 심지않고 있다. 지난 94년 제주시가 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에 맡겨 시민들을 대상으로 가로수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가로수 정비가 잘된 곳으로 공항로 주변과 신대로, 전농로 등이 꼽혔다.
공항로 주변 1㎞ 구간에는 70년대 초반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 500여 그루가 심어진 뒤 30년 이상 잘자라 여름철에는 울창한 거리숲을 형성, 가장 볼만한 가로수 거리로 꼽히고 있다. 구실잣밤나무와 후박나무는 둘 다 상록수이면서 나무 모양이 뛰어나게 아름답고 휴양림의 기능을 하며 자동차 등에서 내뿜는 배기가스 등 공해에도 강해 바람이 많은 제주지역에 알맞은 나무로 자리잡았다. 여름철이 되면 황록색 꽃이 피는 후박나무 껍질은 한방에서 약으로 쓰기도 하며 풍치수와 방풍림 등 조경수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新大路의 경우는 협죽도, 후박나무, 담팔수나무 등이 거리별로 나뉘어 심어져 상시 푸르름을 더해주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의 남쪽해안이 생육조건상 북방한계선인 담팔수는 식물지리학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어 서귀포시 천지연 주변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는 나무이다. 이와함께 제주도가 원산지로 이미 학술적 가치가 입증된 왕벚나무도 3㎞에 이르는 연삼로를 비롯해 노형로터리-한라대, 전농로 등에 심어져 봄철이면 형형색색의 꽃소식을 전한다. 신제주로타리 주변 공원은 제주도 자생나무의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담팔수, 굴거리, 황칠, 까마귀쪽, 구실잣밤, 비파, 동백, 녹나무 등 갖가지 나무들이 자태를 과시하며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철이면 이 공원에는 주변 도청 등 관공서와 회사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쉬는가 하면 일부 직장인들은 아예 점심도시락을 싸들고 이곳을 찾는다. 연인들의 단골데이트 장소인 것은 물론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다른 지방의 경우 제주도 만큼 상록수를 위주로 한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가로수나 공원수로 사용한 지역은 찾아보기 힘들며 또한 지역 향토수종을 가로수로 개발한 곳은 거의 없었다"며"앞으로도 나무 모양이 좋은 향토수종을 위주로 가로수를 심어나갈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潭陽의 가로수 정책
우리군 역시 사계절 꽃이 피고 숲이 우거진 가로숲·하천숲·마을숲·도시숲을 조성, 아름다운 녹색의 생태전원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도시 녹화정책을 민선 3기들어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다. 예를들면 가로수 정책에 있어 '테마가 있는 멋있는 가로 길 경관' 조성사업을 이미 수립하고 현재 관내 국도와 지방도, 군도 등 14개 노선에 대해 테마별로 차별화된 특색있는 가로수 식재 사업을 벌여 나가고 있다. 모든 거리를 특성화해 다양한 상징적 가로수길을 조성하고 주요 도로변엔 쌈지공원 등을 만들어 4계절 꽃이 피는 꽃화단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도시의 거리미관 개선을 위해 푸르름이 있고 꽃 향기나는 아름다운 도시경관 사업과 함께 주요 하천별로 특색있는 수종을 식재하는 수변공원화 사업과 고수부지내 대단위 포토단지 조성도 추진중에 있다.
테마별 가로수길의 경우 전국에 잘 알려진 담양읍 학동구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관광명소화 하는 계획을 비롯 담양-무정간, 담양-월산간, 고서-창평-무정간 도로는 기존 메타세쿼이아 수종을 중심으로 가로수길을 가꾸어 가고 고서-남면간 지방도 887호선과 대전월본-평장간 지방도898호선 ,봉산-창평간 군도5호선, 대덕입석-가암간 군도 2호선은 배롱나무 가로수길, 이외에 대덕문제-갈전간 군도 3호선, 고서보촌-용면용치간 국도29호선은 왕벚나무를 위주로 한 가로수길을 조성하는 등 오는 2005년까지 사업비 42억원을 들여 총연장 395㎞에 64000 그루의 가로수를 식재할 계획이다.
특히 아름다운 '관문길' 가꾸기 사업으로 광주-담양간 국도 30㎞에 대나무 가로수길 조성을 이미 마쳐 지역특색을 가장 잘 살린 가로수길로 호평을 받고 있으며 또한 4차선 확포장중인 광주첨단-담양읍간 21㎞ 가로변 등 외지에서 담양으로 들어오는 관문 도로마다 대나무 가로수를 식재, 담양 대나무골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담양읍권 9㎞에 이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관광자원화를 위한 특별관리 지역으로 보존하고 기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식재된 6개 노선은 일반관리 대상으로 보식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또 배롱나무 가로수길, 벚꽃나무 가로수길, 산수유꽃 가로수길, 이팝나무 가로수길 등 담양읍을 중심으로 12개 읍면을 연결하는 14개 전 노선에 테마가 있는 가로수길 조성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전국 최고의 생태전원도시를 가꾸어 가는 가로수 모범 자치단체를 만들어 갈 원대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벤치마킹 포인트
담양군이 수립, 추진중인 가로수 정책을 보면 사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국제적 관광도시인 제주도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가로수길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숲으로 지정받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도로변 가로수가 단지 가로수로써의 단순한 역할만 한다면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가로수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의 녹화를 위한 기능에서 더 나아가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고 통행하는 차량과 주민, 그리고 자연이 함께 호흡하고 공존하는 거리공원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제주도 신제주로타리 가로공원 처럼 갖가지 수종의 가로수가 녹음을 드리운 그늘 아래서 주민들이 한낮의 휴식을 취하면서 도시락을 까먹고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녹지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면에서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하겠다. 그러나 이는 현재 신설 외곽도로로 인해 단절된 관방제림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하루속히 연결하는 방안이 마련돼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내의 경우 대한통운 주변 공터와 금강래인보우 아파트 인근 폐철로 일대를 군이 매입해 대나무숲과 갖가지 꽃, 나무로 거리공원화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로수는 차를 타고 지나치면서 경관을 감상하는데 있기 보다는 걸으면서, 쉬면서 쾌적한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느끼는 거리숲으로 남아 있을 때 보다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