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그 지역의 자연지리와 생태를 닯는 법이다. 담양은 영산강의 큰 흐름이 시작되는 곳답게 예로부터 영산강 상류의 문화적 중심지로 다양한 문화가 생성되고 예술성 높은 문화가 전승돼왔던 곳이다. 상층문화로 분류되는 화려하고 정제된 시가문학에서 부터 세시풍속과 민속놀이, 풍물·들노래·판소리 등 민초들의 삶과 애환이 그대로 배어있는 투박하고 소박한 저층의 민속문화에 이르기까지 담양은 풍부하고 우수한 문화유산의 寶庫로 자리매김 하고있다. 유형의 문화자원도 소중한 문화유산 이지만 담양인의 얼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무형의 문화유산은 더욱 고귀하고 값진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우리 담양사람들의 삶과 생활속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무형의 문화유산은 우리들의 삶의 내력과 정서가 담겨 있으며 우리고장의 문화적 전통이 갈무리 되어 있기에 실로 대단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 것이며그 문화적 저력을 보존·전승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겠다.
그러나 급속한 공업화와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오늘날 이러한 무형의 문화유산과 전통민속문화들이 사람들의 외면속에 경시되고 소홀히 여겨지며 무관심으로 맥이 끊기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담양만이 간직한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과 담양인의 얼, 그리고 정신문화를 찾아서 보존·전승하고 오늘에 되살려 후손 대대로 물려주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담양의 얼이 담긴 자랑스런 무형문화재
* 낙죽장(烙竹匠)
오래전부터 죽세공예가 발달한 우리 고장은 죽제품을 보다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대의 겉면에다 그림을 그리는 낙죽이 성행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널리 애용되고 있다. 이 고장에서 유일하게 전통적인 낙죽 기법을 간직해 온 담양읍 향교리 국양문옹이 낙죽장(중요무형문화재 제31호)으로 지정돼 기능보유자로 활동했는데 국옹은 합죽선·도병·직류·화죽·침통·현판·병풍 등 대나무 겉면에 한국적인 여러 전통문양을 그려 그 정취를 더 한층 돋구어 주는 그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기법과 능란한 솜씨를 가진 인간문화재로 칭송을 받았다. 낙죽은 불에 달군 인두로 십장생도를 비롯 산수·국화·송학·매화·포도·탑·난초·잉어·사슴·그름·수복·박쥐·거북 등 다양한 도안을 자유자재로 그려넣었는데 특히 인두는 도안을 그리는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연장으로 그림의 묘미가 바로 이 인두에서 비롯됐다. 숯불에 가열시킨 인두 끝의 열의 조정 여하에 따라 검정색·다갈색·밤색 등으로 색상과 도안을 표현했는데 이는 과학적인 온도의 측정방법 이라기 보다는 오랫동안의 경험과 수련을 통해서만 가능한 기법이었다. 죽세공예가 발달한 우리 고장에만 있었던 낙죽장은 처음 이동연 옹이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가 사망하자 1987년 국양문 옹이 전수했으나 1998년 국옹이 사망한 뒤로는 전수자가 없어 기능보유자로 다시 지정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 채상장(彩箱匠)
채상(彩箱)은 대나무를 얇고 가늘게 쪼개어 빨강·노랑·파랑의 색깔을 채색해 짜 만든 '대나무상자'로 삼합·오합·칠합 등이 있는데 용도는 신부의 혼수감을 담거나 여인의 반지그릇 또는 옛 선비들의 궁중 야근때 입을 옷을 담아가는데 주로 이용됐다. 특히 임금이 승하할 때 서울로 봉물을 담아 보내는 용도로 쓰여 귀한 물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채상에 대한 옛 기록을 보면 이규경의 '임원십육지'에 "호남사람들은 대를 종이같이 다듬어 청색과 홍색 등 여러 가지 물을 들여 옷상자 등으로 썼다."라 나와있고 '죽점침'에는 "옷 상자는 호남의 담양이 가장 뛰어났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을 볼 때 潭陽의 채상은 예로부터 나라에서 가장 유명했음을 알 수 있다. 채상 기능보유자(중요무형문화재 제53호)인 담양읍 양각리 서한규씨는 김동연 옹으로부터 전통적인 채상기법을 전수받아 오늘날까지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채상은 온갖 정성을 다 들여 만들기 때문에 다산 정약용은 그의 저서 '목민심서'에서 "무늬와 촉감이 비단을 바른 듯 고운 것"이라고 기록했다.
* 참빗장(匠)
빗은 형태에 따라 빗살이 굵은 것을 소(梳), 가는 것을 비(批)라고 한다. 참빗은 대소·중소·어중소·밀소 등이 있는데 '대전회통' 등 문헌에 의하면 전라도에서는 담양·영암·나주 등이 참빗 산지로 유명했다. 특히 예로부터 담양은 죽세공예가 활발해 근세에 들어서 빗의 경우 1917년 진소계가 설립되고 1922년 담양산업조합으로 발전했으며 당시 일본·대만·만주에까지 참빗을 수출했다. 담양참빗은 대소·밀소·써울치·음양소·호소 등이 있고 재료는 담양 일대에서 생산되는 왕대를 사용했다. 현재 참빗장 기능보유자는 고행주씨(지방문화재 제15호)로 고씨는 할아버지 고학진씨(1867-1936)가 일제강점기때 참빗 조합의 진소계원으로 활동했고 아버지 고제업씨(1901-1979)에 이어 가업으로 기능을 전수하고 있다.
* 죽렴장(匠)
죽렴은 '대나무 발'을 말하는 것으로 대나무를 가늘게 쪼갠 다음 실로 엮어서 만든 일종의 가리개로 옛날부터 해를 가리거나 실내장식 등에 널리 쓰여왔다. 담양의 대발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죽세공이 발달한 점이나 16세기 후반에 건립된 죽헌(竹軒)이란 정자의 기둥·들보·서까래가 모두 대나무로 되었다는 '추성지(秋成誌)' 기록으로 보아 당시 건물에 대발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종류로는 조련하지 않은 대를 그대로 사용하는 쪽발, 가마발, 죽피렴,내죽렴,귀문렴,보통조각렴,장조각렴,족자발,김발,붓발,병풍발 등이 있다.
죽렴의 원래 제작지는 대덕면 용산리 였다고 하며 김병권(1857-1900), 창평면 장화리 이달수(1891-1961), 광덕리 조병권·오철수, 봉산면 송산리 김두옥(1905-1982)·박상언(1917-1987) 등이 죽렴을 짜는 匠人으로 유명했다. 현재 기능보유자(지방문화재 제23호)는 박성춘씨로 고조부·조부, 부친 박상언에 이어 대대로 가업으로 전수하고 있다.
* 우도농악(右道農樂) 설장구
농악은 본래 신을 위한 종교음악으로 민족신을 제사하는 의식에서 연행되었다. 따라서 명칭도 굿·매구·매굿 등으로 불렸으며 한편으론 마을 공동 노동이나 기금모금, 군사행동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그 기능을 중시하여 풍물·건립·걸궁·금고·군구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당산제, 갯제, 마당밟이와 같은 마을굿에서 마을신을 제사하기 위해 연행하는 것이 농악 본래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남도의 농악은 연행방식이나 복식, 음악성 등을 기준으로 크게 좌도굿, 우도굿, 도서해안굿 으로 분류하는데 예로부터 담양지방에서 성행했던 굿은 바로 우도농악이다. 봉산면 와우리 설장구의 명인 김동언씨가 기능보유자(지방문화재 제17호)로 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는 작고한 설장구 명인 김명선(예명 김오채)의 설장구를 이어받았다. 어릴때부터 대보름 농악에서 무동의 역할을 하였고 봉산면 양지리의 이동래 선생에게서 사사하기 시작하여 광주사람 채막동에게 5년, 여수출신 임재식 선생, 그리고 김오채 선생에게서 사사한 김동언은 이들보다 더욱 특색있고 화려한 우동농악 설장구를 익혀 지금껏 우도농악의 진수인 설장구를 계승 발전시키고 있다.
담양의 세시풍속
우리고장의 세시풍속은 여느 지방과 마찬가지로 음력 정월 특히 설날을 기점으로 정초와 대보름 시기에 거의 행사가 이뤄졌다. 이는 정월이 일년이 시작되는 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월 한달 내내 휴식을 취하다가 2월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가한 정월에 다양한 민속놀이와 세시풍속이 행해졌던 것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를 '설날' 혹은 '초하루'라고 하는데 우리고장에서는 아침 일찍 차례상을 차려놓고 차례를 모셨으며 차례상은 성주상·조상상·삼신상을 차리는데 가정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고 차례를 모시고 난 후엔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며 무병장수를, 아랫사람에게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덕담을 나누었다. 또 가까운 조상묘에 성묘를 다녀온 뒤엔 어른들은 주로 윷놀이를 즐겼으며 아이들은 연날리기로 설날을 즐겼다. 설을 쇤 후 사업하는 사람들은 한 해 장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초사흘날 성주에게 음식상을 차렸고 가정에서는 정초 토정비결을 보아 일년의 신수를 점치곤 했다. 음력 정월 그믐날 밤에는 '산제'를 모시고 2월 초하루날 아침부터 깽맥이를 치면서 각 가정의 마당을 밟아주는 마당밟기도 성행했다. 각 가정에서는 자신의 집 마당밟이를 해주면 돈과 쌀 등을 내놓았고 이는 마을 공동기금으로 쓰였다. 입춘에는 사립문이나 대문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글자를 써서 八자 형태로 붙여 놓았고 마루위 기둥에도 복을 기원하는 글자를 써서 걸었다. 대보름날에는 설날과 마찬가지로 아침에 찰밥과 각종 나물을 준비해 성주상과 조상상을 차렸고 장독대와 외양간에도 찰밥을 놓아 귀신에게 밥을 주는 의식을 행했다. 정월대보름 놀이로는 보름 며칠전부터 마을 뒷동산에 짚을 걸어두고 주민들 모두가 함께 새끼를 꼬아 줄다리기를 만들었고 보름날 줄다리기와 개고다리, 연날리기 놀이를 즐겼는데 담양 일대에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설날과 대보름을 전후한 정초에는 마을 주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시누대로 만든 복조리를 집집마다 걸어두고 한 해의 복을 기원했으며 노지놓기·수세하기·더위팔기·액막이 연날리기·두부먹기·쥐불놓기·디딜방아 세우기·세 집 찰밥 얻어먹기·남의 집 찰밥 훔쳐먹기·달점치기·마당에 댓불피우기·댓불에 액막이하기 등을 행했다. 2월에는 '산제'를 모신 다음날인 이월 초하루를 '하리드랫날'이라 하여 동네사람들이 모두 모여 함께 놀며 콩을 볶아먹었다. 3월에는 삼짓날 시제(시앙)을 모시기도 했으며 마을 귀목나무 잎이 피는 것으로 한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고 부녀자들은 가까운 산으로 화전놀이를 가곤 했다. 한식·청명일에는 지상에 신이 없는 날이라 하여 조상의 묘를 돌보거나 집안의 허물어진 곳을 고치면서 하루를 지냈다. 4월에는 절에 다니는 사람들이 초파일날 가까운 사찰에 가 복을 빌었다. 5월에는 단오, 6월 삼복에는 복달음을 위해 이웃과 마을 공동으로 개를 잡아먹거나 삼계탕을 해 먹었다. 7월에는 칠석·백중 행사를 마을에 따라 하는 곳이 있었고 백중에는 조상들이 우리집 농사의 수확량을 정하는 날이라 해서 아침에는 들에 나가지 않았고 또 머슴날 이라해서 농사짓느라 고생한 머슴들을 위로하는 잔치를 열기도 했다. 8월은 추석이 있어 미리 조상묘를 벌초하고 추석날에 설날과 같이 상을 차리고 송편을 만들어 먹었다. 추석날에도 역시 조상이 농사수확량을 정하는 날이라 해서 아침에는 들에 나가지 않았고 널뛰기등 민속놀이를 즐겼다. 9월에는 제비가 돌아가는 날인 중구, 10월엔 시제(시앙) 등을 지냈으나 마을마다 가정마다 하기도 하지않기도 했다. 11월에는 동지날 동지팥죽을 쑤어 조상께 먼저 올리고 난후 가족과 이웃끼리 나누어 먹었다. 동지팥죽점보기, 동짓죽 뿌리기 등을 했고 초가지붕을 새로 이거나 김장을 담그는 일이 많았다. 12월 섣달에는 집을 고치거나 문종이를 바르지 않았고 섣달에 내리는 첫눈을 받아먹으면 눈이 맑아진다 하여 첫눈받아먹기, 집안청소를 깨끗이 하는 대청소하기, 설에 입을 설빔 만들기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