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강 고정주(高鼎柱1863-1933) : 우리나라 근대화 1백년사에 파란만장한 역사적 사건과 개화기 문명의 일대 대변혁, 사회상황의 급격한 변동이 숱하게 전개됐지만 비록 지방의 작은 고을에 불과했던 潭陽땅도 역시 개화기 문명의 급물살속에 결코 뒤쳐진 지방은 아니었다. 바로 담양땅 특히 창평에는 춘강 고정주 선생이라는 선각자가 있어 개화기 우리 담양은 교육의 고장이란 칭송을 들었으며 신학문을 통해 한국 근대화에 공헌한 인촌 김성수, 고하 송진우, 가인 김병로 같은 인물을 다수 배출할 수 있었다.
고종때 문과에 급제, 규장각 직강을 지낸 춘강 고정주 선생은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인 창평에 낙향, 전재산을 신학문 교육에 헌납하고 국력을 키우기 위한 후세교육에 헌신하게 된다. 그는 나라 잃은 설움속에 국권회복은 신학문의 연구·보급에 있다고 先覺하여 1906년 4월 고향에 2개의 신학문 학교를 세웠으니 바로 英學塾과 昌興義塾이 그것이다. 영학숙은 외국 유학을 위한 예비 영어학교 였으며 그의 아들 광훈, 사위인 인촌 김성수(고창출신), 그와 절친한 친구의 아들 고하 송진우 등이 이곳에서 동문수학 동창생으로 배출됐다. 또 창흥의숙은 법조계의 원로 김병로(순창출신)를 비롯 박석윤(매일신보 부사장), 고정주의 손자 고재욱(동아일보 사장)등이 동창생이다. 영학숙을 나온 김성수·송진우는 함께 일본에 유학하며 현상윤·백광수·장덕수·김준연 등 인재를 모아 김성수씨 부친의 재정적 뒷받침으로 중앙중학교와 동아일보를 만들게 된다. 또 창흥의숙을 나온 김병로는 당시 민족진영을 대표한 법조인으로서 정부수립 초기 수많은 법관을 배출시켰으며 우리나라 헌법을 기초한 장본인이다. 이 창평의숙이 바로 지금의 창평초교이며 호남 근대교육의 先覺者 춘강 고정주 선생이 당시 임야 50여정보와 약간의 전답으로 학교를 설립하고 인재를 육성하였던 결과이다.
* 고하 송진우(宋鎭禹1890-1945) : 담양이 낳은 우리나라 최고의 애국지사요 민족지도자로 일컬어지는 고하 송진우 선생. 금성면 대곡리에서 출생한 그는 3살 때 한학을 배우고 7살에 성리학자이며 의병장이던 기삼연의 훈도를 받았다. 古下라는 아호도 기삼연이 동네 고비산의 꿋굿함을 가리키며 지어준 것이었다. 그는 인촌 김성수와 함께 담양의 창평의숙에서 신학문을 배웠고 한일합방 이후 광복운동을 위해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단군·세종대왕·이순신 등을 통해 일제하 민족정기를 고취하는데 진력했다. 이후 인촌과 더불어 민족주의·민주주의·문화주의 3대 社是를 내걸고 '동아일보'를 창간하여 언론을 통한 항일 독립운동에 나서게 된다. 민족주의자로서 그가 동아일보를 운영하면서 벌인 각종 운동 및 사업에서 그의 정열과 항일 애국정신을 옅볼 수 있다. '안창남 고국방문 비행' 주최와 '물산장려운동', '민립대학 설립운동' 제창, '만보산 사건 한·중 보복중지' 캠페인, '이충무공 유적 보존운동' '마라톤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사건' 등은 유명하다.
그는 한마디로 조국광복과 민주건국 그 자체를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났던 인물이다. 절망과 무지와 빈곤속에 헤매는 겨레의 품안으로 뛰어들어 일제의 압박에 항거하고 겨려의 자주독립을 위해 선생이 이룩하신 온갖 업적은 애국정신과 불굴의 투지와 위대한 경륜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혹 절조를 자랑할 수는 있어도 지략과 포부를 갖춘 이는 드문데 이를겸해 갖춘 선비가 바로 송진우'라고 후세 사람들은 칭송하고 있다. 그는 한국근대화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폭넓은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의 하나일뿐 아니라 그 추진세력의 집결에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높은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언론인이라는 관점에서는 독립신문이래 한국언론의 정통을 계승·발전시킨 이른바 대기자였고 항일독립운동의 지도자로서는 국내에서 합법·비합법의 아슬아슬한 선에서 때로는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혹은 협박과 회유를 받으면서도 굽힘이 없이 민족운동을 전개해 온 투사였다. 그러므로 해방후 국가건설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어느 혁명가 보다도 정치가로서 경륜과 기반을 갖추었으나 불행히도 그것이 해방 4개월만에 정치 테러의 첫 희생자로 만들었던 원인이 되고야 말았다. 탄신 100주년을 맞는 1991년 5월 담양읍 만성리 관어공원에 고하 송진우 선생 추모비가 세워졌다.
* 담양·창평의 항일 독립운동가 : 1919년 기미 3.1운동의 소식이 전해지자 담양에서는 정기환·임기정·정경인·임민호·국한종·장한진 등을 비롯 당시 담양교보생 김흥섭·김길호·김탑쇠 등 9명이 거사를 계획하고 태극기와 격문을 제작, 읍내 요소요소에 격문을 첨부하고 태극기를 담양시장내에 은닉한 뒤 3월 12일 장날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시위운동을 벌였다. 이 일로 주모자 9명이 일경에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으며 집행유예 3년에서 각각 1-2년의 징역형에 이르는 옥고를 치렀다. 이에앞서 3월10일 창평에서도 만세운동이 일어나 조보근·한익수 등 주모자들이 6개월 이상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이외에도 기미독립운동을 전후, 임민호·서인현·정경인·강재완·허엽 등 8명이 校風會를 조직해 은연중 애국운동을 전개했으며 그 행동체로 義成劇團을 결성 활동하면서 얻어진 이익금과 애국유지들의 성금을 모아 담양청년회관(현 담양읍 담주리 청운식당 별관 옆)을 건립하고 담양애국청년운동의 거점으로 삼았다. 이 단체는 후에 新幹會로 이름을 바꾸었다.
일제하의 암울한 시기에 나라를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들도 깨어있는 先覺者 이기는 마찬가지. 광주학생운동과 관련 담양출신 학생들로 주동인물 전준만(광주고보생)을 비롯 국보현(광주고보)·이기호(광주고보)·김유곤(광주고보)·국승준(광주고보)·김영철(광주고보)·송돈효(광주고보)·김병우(광주농고)·서정구(전남여고생) 등이 참가했으며 이들은 1928년 광주고보 교장의 조선학생 차별교육 반대와 불법감금 및 강제퇴학처분 등을 규탄하는 진정서제출,격문, 통고문발송 그리고 잇따른 동맹휴학 등 항쟁에 앞장서 싸웠고 1929년 나주학생사건(한2004년 4월 21일 한·일학생 난투극)을 계기로 동맹휴학, 11월3일 광주역전 한·일학생 격돌사건, 광주형무소앞 시위운동 등에 적극 참여하였다. 당시 항일 학생운도에 가담했던 국승준 노인회장은"당시 우리 담양출신 동지들은 대부분 광주형무소에 감금됐거나 형무소가 만원이 되어 광주무덕전에 구금당했고 학교에서는 강제퇴학 처분을 받았다"고 회상하며 "이들 담양학생들의 총책임은 전준만씨였고 집결장소는 현 담양대학 뒷산 소나무 아래로 이곳에서 학교간의 연락 및 정보교환을 취하며 행동계획 등을 모의하곤 했다"고 밝혔다. 창평출신 학생들도 항일운동에 많이 참가했는데 주요인물로는 고인석(광주고보)·정동수(광주농고)·고광신(광주고보)·박무길(광주고보) 등으로 1928-1929년에 걸쳐 광주학생운도에 갇담해 옥고를 치렀으며 퇴교처분을 받았다. 또 창평출신 고재천은 수원농고 재학당시 조선학생(기숙사생 위주)을 대상으로 농촌계몽반, 조기회,신흥기백건아단을 조직해 야간을 이용, 인근 농촌계몽사업 및 야간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동지를 규합해 민족사상 고취에 힘쓰다가 일경에 발각돼 서대문형무소에서 5년의 옥고를 치렀다.
* 이한기(李漢基) 박사 : 1917년 창평 장화리 출생으로 일본 동경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롬비아 대학에 유학했다. 서울대 법학박사로 법대 교수를 지냈으며 관직으로는 감사원장, 국무총리 서리를 역임했다. 구한말 항일 거병을 했던 조부 이광수 義士를 비롯 그 윗대 이승학·이최선 등 선조 3대가 병인양요와 을미국변에 창의한 충의열사 가문이다. 부친 역시 당대 학계에 저명한 이혁 박사로 가문이 대대손손 충신·의사·학자 집안이다. 청렴 결백한 성품과 대쪽같은 성정, 타고난 인품과 학식으로 존경을 받아온 터에 당시 공직 최고의 자리인 국무총리에 추천돼 재임기간 동안 깨끗하고 청렴한 국정수행으로 명성을 날렸으며 아울러 청죽골 담양인의 기개와 명예를 한껏 빛냈다. 그의 저서에 '한국의 영토' 외 다수가 있으며 국민훈장 동백장, 청조근조훈장을 수상했다. (다음편에는 '담양의 얼 찾기' 완결편 ⑤문화유산의 보호·전승, 주인의식 함양이 이어집니다.)【장광호 記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