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의하면 우리 潭陽에는 근대이전 관직에 나가 나라에 헌신 봉사한 충신·청백리로 칭송을 받았던 인물은 250여명에 이르며 충의·열사는 50여명, 학자·명현 100여명, 효자·효부는 200여명에 달하고 있고 의병·독립투사로 활약했던 救國義人은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배출된 고장이다. 담양을 빛낸 자랑스런 이들 선조들의 업적과 위훈을 오늘에 다시 조명시켜 이를 담양정신으로 승화,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일이 아닐수 없다.
충의·열사
* 고경명 : 제봉 고경명은 대사간 맹영의 아들로 이조 중종 28년(1533년) 潭陽인근 광주에서 태어났다. 詩文에 능해 명종때 문과에 급제 벼슬길에 나섰으며 임지를 다스림에 있어 청렴결백하고 선악을 가리는데 명쾌하여 고을백성들의 추앙을 받았다. 선조 25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관군의 무능함에 분개한 공은 전라도 명사들과 모의하고 그의 아들 종후, 인후와 더불어 의병을 일으키자 도내 유생·선비등 현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이에 고경명은 潭陽의 秋成館(현 담양동초교 부근)에 제단을 만들고 하늘에 맹세한 뒤 북향재배하고 의병기를 세우니 모든 사람들이 공을 의병장으로 추대하고 갈충보국을 다짐했다. 공은 담양에서 거병한 뒤 병력을 이끌고 북상, 충청도 금산성에서 첫 전투에 참가해 전라도 침략을 노리는 왜군을 맞아 싸워 승리를 거둔이래 수많은 전투에서 왜군을 격멸하며 간담을 써늘하게 하였고 결국 전투중에 장렬히 전사했다. 그의 둘째아들 인후도 의병을 거느리고 종횡무진 왜군과 싸우다 장렬한 최후를 마쳤으며 장남 종후도 나중에서야 父·弟의 전사소식을 듣고 전장에 버려진 시신을 찾아 산사에 장사한 뒤 복수군을 조직, 제2차 진주성 전투에 참가해 그곳에서 장렬하게 산화했다. 한편 고경명 3부자가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우다가 殉義한데 대해 왕을 비롯 조야에서는 크게 감명, 고경명에게 자헌대부·예조판서겸 홍문과대제학·춘추관성균관사 등을 추증하고 의정부좌찬성을 가증했으며 인조 6년에 충열공의 시호를 내렸다. 공의 아들 인후에게는 예조참의를 추증하고 義烈公의 시호가 내려졌으며 종후는 도승지를 추서했다가 후에 이조판서를 가증하고 孝烈公의 시호를 내렸다.
* 김천일 : 임진왜란때 유명한 의병장으로 활약한 김천일은 1584년부터 2년간 담양부사를 지냈다. 왜란 당시 '진주 3장사'의 한사람으로 왜군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맹장 김천일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경명, 최경희 등과 의병을 일으켰으며 왜군 점령하에 있던 서울에 결사대를 잠입시켜 적의 동정을 살피고 군자금을 마련하는 등 거사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적의 후방을 교란시키는 한편 연안에 주둔한 왜군을 소탕하고 병선을 확보하는 등 크게 활약하였다. 진주성 싸움에서 적의 대군에 성이 함락당하자 아들 상범과 함께 남강에 투신 자결하였다. 선조가 이를 애통히 여겨 좌찬성을 증직하고 文烈公의 시호를 내렸으며 진주 창열사에 제향했다.
* 김응회 : 이조 선조때 사람 청계 김응회는 담양도호부 향백동에서 태어났으며 우계 성혼 선생에게 수학했는데 어려서부터 남의 뒤따르기를 싫어하고 언제나 마을 아이들의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으며 무예도 출중하고 신의가 두터워 불의는 용납하지 않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倡義將이 되어 忠勇將 김덕령의 막중에 머무르며 수많은 전공을 세웠다. 조정 간신배들의 시기 질투로 김덕령이 반역죄를 뒤집어 쓰자 함께 투옥돼 고문을 당하던중 옥사를 주관한 金相이"그렇게 혹독한 매를 맞고도 어찌하여 고통의 빛마저 나타내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곤장을 맞아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데 어찌 아프니 않겠느냐 다만 가까이에 임금이 계시니 이 천한 신하의 신음소리를 임금이 들어 귀를 더럽혀 불충할까 두렵다"며 만신창이가 된 몸을 단정히 하고 다시 심문에 응하자 김상이 공의 의연함에 감탄하며 "만일 이 사람을 죽게하면 세상사람들이 나를 살인자라 낙인을 찍을 것이다. 참다운 義士로다" 하고는 그 자리에서 임금께 김응회의 목숨을 구명해달라는 장궤를 올리니 임금이 즉석에서 석방을 명해 풀려나게 되었다. 다시 정유재란이 일어나자 공은 노모를 모시고 추월산 바위틈으로 피신했으나 왜적이 그곳까지 쫒아와 모자를 해치려 하자 맨손으로 적을 막았는데 중과부적으로 끝내 어머니를 감싸안은채 적의 칼날에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충효의 본보기가 된 김응회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후에 담양부사로 재임한 이안눌이 제문을 지여 묘앞에 제사를 지냈는데 그 제문에 이르기를 "살아서는 나라에 충성을 다하고 아버지 묘앞에서 여묘살이를 하며 애통해 하였고 어머니가 죽음을 당할때는 두팔로 어머니의 몸을 감싸 적의 손에 닿지 못하게 하고 같이 죽으니 바람소리도 이를 슬퍼하고 햇빛마저 어두어지는구나 향백동은 그 터마저 어느곳인지 알지못하는데 공의 이름은 세월이 흘러도 언제까지나 향기롭게 남아있도다."하였다.
* 국동현 : 남송 국동현은 고려조 병부상서 국량의 18세손으로 1804년 담양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용력이 비범하고 정의감이 투철해 억강부약하는 기풍이 출중했다. 무과에 급제 최익현과 교분이 두터웠으며 시정을 규탄하는 상소에 참여했고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이를 비통히 여겨 항일의병을 모집하고 기회를 노리던중 1906년 최익현·임병찬 등과 더불어 의병 1백여명을 인솔하고 전라도 일대의 항쟁에 참전, 순창의 일본헌병분견대와 교전을 벌여 분견대 건물과 통신시설등을 완전 초토화시키는 등 많은 전과를 올렸다. 이후 최익현이 체포되고 일본군 구원부대가 쇄도해 중과부적 항일투쟁에 고전하다가 뜻을 펴지못한 채 울분으로 세월을 보내다 78세로 타계했다.
* 고광순 : 녹천 고광순은 1848년 창평 유천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재적인 재질을 가졌는바 학업에 임하여 침식을 잊고 오직 배움에 진력했고 부모를 섬기는데 지극한 효성으로 정성을 다 했다. 지조가 굳고 언행이 간결육중해 利에 유혹됨이 없고 오로지 憂國愛族의 충정이 충만했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자 동향사람 고제량·기우만·기삼연과 더불어 수천의 의병을 이끌고 북상, 일군 정벌에 나섰으나 고종의 선유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의병을 해산했다. 이후 고향에 돌아와 울분으로 세월을 보내다 58세 되던해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통분을 참지 못하고 창평 춘산에서 다시 起兵했다. 녹천이 대장이 되고 고제량이 부장, 선봉장에 고광수, 호군에 윤영기, 종사에 신덕균·조규현이 맡아 3백여명의 의병을 이끌고 남원,능주,동복 등에 주둔한 일군과 전투를 벌여 여러차례 승리를 거두었으며 이후에도 영호남 각지에 격문을 돌리고 義士를 모집한 뒤 구례,하동,영광 일대에서 일군을 격파하며 전공을 세웠으나 연곡사 전투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쳤다.
* 조경환 : 조경환은 창평 출신으로 천성이 효도우애 하여 몸가짐이 도의에 그르침이 없었고 박학다재 하여 절의 또한 높았다. 그의 선조가 창건한 수남학구당에서 벼슬과 명예를 구하지 않고 오직 후학의 교육에 힘썼다. 왜군의 침략으로 병오년에 의병이 일어나고 의병장 김태원이 남면 무동 전투에서 왜장 요시다를 사살하고 돌아가는 길에 조경환의 산장에서 여러날을 머물며 공과 더불어 시국을 논하였는데 이로인해 일군에 체포돼 광주감옥에 갇혔다. 수십일을 옥에 갇혀 있었으나 일군의 회유에 굴하지 않고 죽기로 항변하니 일군이 절개에 감복해 석방할 만큼 절의가 굳었다.
이들외에도 임진왜란 금산전투에서 공을 세운 의병참모 김언복을 비롯 진익신·최천범·이인경·김여물·국계정·이건·허익복·이언·신응율·신용희 등 훌륭한 충의·열사들이 왜란과 구한말 항일 의병투쟁에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여기며 나라를 구하는 일에 앞장섰다.
학자·명현
* 조수문 : 창평출신으로 세종 8년(1426년)에 태어났다. 죽림정사를 창건해 죽림선생이라 불렸으며 어려서부터 비범한 기상을 타고나 학문과 효행의 본을 보였다. 20대에 학업이 크게 늘어 과거를 보는 대신 성리학에 탐닉, 人心과 道心의 깊은 뜻과 과거와 미래를 가름하는 학설로 퇴계 이황과 더불어 성리학의 대가로 이름높았다. 역리학에도 능해 진퇴·길흉에 정통했고 점필제와 사귀어 서로 배우고 가르침이 많았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근엄한 생활로 일관했으며 향리에 머물머 죽림속에 정사를 세우고 죽림정사라 현판을 건뒤 講論經訓 하며 일생을 마쳤다. 여러차례 천거를 받았으나 벼슬에 나가지 않고 학문과 효행으로 향리민들의 귀감이 되었고 미풍양속의 진작에 공적이 높아 호남 儒學의 근본이 되었다.
* 양산보 : 양산보는 1503년 태어났으며 호를 소쇄원 이라했다. 어려서 천성이 총명하고 그릇이 커서 장래가 촉망되었고 일찍이 정암 조광조 문하에서 글을 배웠으며 대학에 출입하였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대관들이 나이 어림을 이유로 임금에 벼슬을 물리도록 주청해 임금(당시 중종)이 애석함을 이기지 못해 그를 불러 위로한 뒤 대관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기묘사화로 조정암이 능주로 귀양을 떠나자 공은 모든 것을 버리고 정암선생을 따랐으며 향리로 돌아와 지금의 소쇄원을 짓고 소쇄옹 이라 자처하며 학문과 후학 양성에 몰두하고 하서 김인후 등 당대 유명한 시인묵객들과 교류했다.
* 송숙 : 우유당 송숙은 대곡에서 태어났고 효행과 우애가 두터워 일거일동이 도의에 어긋남이 없고 부모에 효도함이 나라에 봉사하는 근본이라 하여 봉양에 정성을 다했다. 형제간에는 내몸의 分身이라해서 즐겁고 괴로운 일을 같이 했으며 네것 내것을 찾지않고 서로 도와 행하니 가정에서는 훈풍이 감싸여 스스로 이웃의 귀감이 되었다. 功名에 뜻을 두지않아 오로지 학문에만 진력하니 뭇 선비들의 추앙을 받았고 공의 학식과 인품이 조정에까지 알려져 여러번 벼슬을 제수 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고향에 정자를 세워 이를 우유당 이라 이름짓고 찾아오는 선비들과 학문을 논하고 도덕을 강론하며 평생을 마쳤다.
이외에도 고려 공민왕때 병부상서를 지낸 충절과 청렴결백의 선비 全新民을 비롯 천곡 최원도, 조선 성종때 학자 계월당 조여충, 이서·김언욱·김대기·나덕용·이후·송증·김정해·남몽구·여익길·이산거·유진석·김후옹·정민하·김이일·이종숙·김련·이승학·이최선·이봉우 등 수많은 학자, 명현들이 칭송을 들으며 후대까지 이름을 빛내고 있다.
효자·효부
* 정재기 : 담양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해 아버지가 오랜 병환으로 신음하자 자신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 약으로 쓰게하고 손가락을 잘라 수혈하여 3일간을 더 연명케 하는 등 지성을 다했다. 끝내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묘앞에 여막을 치고 3년간을 기거하며 한시도 자리를 뜨지 않았고 그의 부인 이씨도 효성이 지극해 6년 거상에 한시도 게을리함이 없었고 그의 손자 해균이 또한 하늘이 내린 효자여서 세칭 '鄭門三孝'라 칭하고 뒤에 향리 선비들이 효자비를 세우고 그 행적을 포상하였다.
* 박장경 : 창평출신으로 어려서 부친상을 당하자 애통해 하며 초상범절을 행하고 3년 탈상까지 죽으로 끼니를 이었다. 어머니가 병석에 눕자 아우 인경과 더불어 어머니의 대변을 맛보고 약효의 짐작을 하는가 하면 손가락을 잘라 수혈을 하여 회생키를 빌었으나 끝내 세상을 등지자 풍우를 가리지 않고 묘앞에 여막살이 하며 조석으로 곡배하면서 부모 생전에 못다한 효도를 정성으로 치루었다. 인조때 나라에서 정려를 세우고 그 효행을 기리기 위해 정려기를 써서 후세의 귀감이 되도록 했다.
* 해주최씨 6孝 : 임진왜란때 금성산성에서 왜적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최천범의 7세손인 춘흥·춘성·춘배·춘달 4형제는 형제간 우애가 두터울뿐 아니라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 학문에도 심혈을 기울여 經史에서부터 제자백가에 이르기까지 읽지않은 책이 없었고 학유의 칭을 들었다. 춘흥과 춘배는 담양에서, 춘성은 금성에서 각각 서제를 만들어 불우한 농촌 자녀들을 모아 글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오랜 병환중인 어버이를 위해 가산을 돌보지 않고 4형제가 서로 힘을 모아 좋은약이 있다하면 불원천리 달려가 이를 구해 복용토록 했으며 운명 직전의 아버지를 위해 형제가 서로 다투어 손가락을 잘라 피를 수혈하며 연명케 하였으나 부친이 세상을 뜨자 3년의 여묘살이를 했다. 춘배의 두아들 평룡과 평운 형제도 효성이 지극해 아버지가 죽기직전 단지수혈하였고 여묘3년을 행했다. 한 집안에서 효자 한사람이 나오기 힘든데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6효가 나오니 당시의 洞報·鄕報·邑報·道報 등에 수록되어 미풍순화의 본보기가 되었으며 사람들이 모두 칭송하였다.
* 조도석 : 대전면 사는 조도석은 어려서부터 부모를 섬기는 효심이 지극해 출가후에도 婦道를 행함이 극진하여 전형적인 동양의 효부로 칭찬이 자자했다. 남편이 병을 얻자 가난한 살림에 백방으로 약을 구해 간호했으나 약효는 없고 병세는 더욱 깊어가자 하루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4치 가량 오려내어 자탕 복용케하니 그후 남편의 병세가 차츰 회복되어 건강을 되찾았다. 이같은 열행이 하늘을 감동시켜 남편을 살렸다고 사람들이 칭송했다. 향리민들이 이를 기록해 표창하였고 1926년 담양군수가 그 열행을 칭찬해 포상했다.
이외에도 당대 이름난 효자로 양자징·전근·전인량·채문서·이담·이수창을 비롯 효부로는 송순의 딸 신평송씨, 이형의 처 경주이씨, 이순성의 처 광산김씨, 진학길의 처 인동장씨 등 수많은 효자·효부들의 행장과 함께 효자·효부비, 정려가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참고문헌 : 이해섭 편저 '潭陽三綱錄' 다음 下편에는 近代史에서 담양을 빛낸 인물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