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국 마다 뉴스를 내 보낼 때 뭔가 긴급하고 중요한 이슈를 다룰 때는 뉴스 특보라는 큰 자막을 타이틀로 방송을 시작한다. 요즘은 중북부의 장마로 인한 기상 이변과 피해를 보도하느라 매일 매시간 뉴스특보를 내보낸다. 그런데 요즘의 날씨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사는 남쪽은 매일 저녁 모기와 시달리며 열대야로 무더운 밤을 보내다가 날이 새기가 무섭게 이글이글 태양이 머리를 곧 태워 버릴 듯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얼마나 멀다고 중북부 지방은 물 폭탄을 맞아 매일 뉴스 특보의 대상이다.

지난 2011년 발생한 집중호우로 서울에 물난리가 나면서 우면산 산사태로 많은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있었는데 하늘의 노여움은 인간이 어찌할 수가 없는지 이번에도 서울의 공사장에서는 작업하던 인부가 익사를 하고 강원도 춘천은 차량이 물에 떠내려가는 장면이 뉴스에 생생하게 보도가 되고 있다.

매년 여름철에 무더운 날씨를 피할 수는 없다지만 무더위와 함께 피할 수 없는 또 다른 무서운 것이 바로 장마와 태풍이다. 그래서 손자는 병법에서 훌륭한 장수는 하늘의 이치와 현상을 읽어 내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장마는 항상 피해가 따르고 또 피해가 발생하면 인재냐 자연재해냐 말이 많다는 것은 오늘날 현대의 어떠한 시설과 장비라도 장마가 주는 피해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고 이런 장마를 사전에 대비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엄청나고 한 나라의 운명도 장마의 영향을 받아 역사가 뒤집어 지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장마란 동북아시아 지역에 나타나는 특이한 기상현상으로 여름철 북쪽의 차가운 기단과 남쪽의 무덥고 습한 기단이 마주치는 곳에 장마 전선이 형성되면서 한 달 이상 비가 자주 내리는 현상이다, 집중호우를 동반하고 있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도로유실 및 저지대 침수 하천의 범람과 교량파괴 등의 피해를 준다.
또한 장마는 호우로 인한 식수 오염과 고온 다습한 날씨는 이질이나 장티푸스 등의 수인성 전염병이 일어나게 만들어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장마는 국가의 운영과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는 엄청난 토목공사와 폭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하였다. 그런 시황제가 죽고 다음 황제가 국가를 이끌어 가는데 날씨는 궂은 날이 많고 농사도 안 되어 민심이 극도로 나빠졌다.
기원 전 209년 초여름 진나라는 국경을 방어하기 위해 900여명의 병사를 어양으로 파견하였다. 병력이 행군을 하여 안휘성을 지날 무렵 장마가 시작되었고 큰비가 계속해서 내리면서 모든 강과 하천이 범람하여 길은 막히고 진창으로 변하였다. 병사들은 이동을 멈추고 근처 안휘성에 머무르는 사이 국경에 도착해야 할 날짜가 지나버렸고 당시의 법에 따라 정해진 날까지 도착하지 못해 참수형에 처할 위기에 봉착하자 지금의 부사관 정도의 계급을 가진 진승(陳勝)이 동료였던 오광(吳廣)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더냐(王侯將相 寧有種乎) 진승은 스스로를 장군이라 칭하고 오광과 함께 중국 최초 농민정권을 세웠다. 승승장구하던 진승의 농민군은 진나라가 국력을 총 동원하여 농민군을 진압하면서 밀리기 시작하였고 진승과 오광은 내분에 의해 부하들에게 살해되면서 중국 최초의 농민 반란은 6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진승은 실패했지만 이 농민반란으로 진왕조는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고 기원전 206년 마침내 진왕조가 망하고 한왕조가 탄생하게 되었다.

우리의 역사에도 날씨가 전쟁에 미친 사례가 많지만 고려가 조선으로 국호가 바뀐 위화도 회군 사건도 어쩌면 장마 비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려 공민왕은 원나라에 속국으로 수모를 당하던 차에 새로 생긴 명나라와 가깝게 지내는 정책으로 바꾸었다. 그런 공민왕이 폐위되고 우왕이 집권하던 시기에 명나라의 사신이 고려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명나라는 엄청난 배상을 요구하면서 지금의 강계에 철령위(鐵嶺衛)를 설치하고 고려의 북쪽 땅을 통치하겠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격분한 고려는 요동을 정벌하여 수모를 씻고 옛 땅을 회복하기로 하고 1392년 최영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하여 조민수와 이성계를 좌우 도통사로 삼아 명나라 정벌을 시작하였다.
원정군이 압록강 하류의 위화도에 도착했을 때 장마로 인해 압록강 물이 불어나 많은 군사들이 익사를 하였고 이성계는 우왕에게 강을 건너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리고 요동정벌을 중단하고 철병할 것을 요구했지만 우왕은 속히 진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성계는 장마로 전쟁이 불가함에도 무리하게 독전하는 우왕에게 항거하기로 주위의 참모들과 정변을 모의하여 위화도 회군을 감행한 후 정권을 장악하여 조선을 건국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두 사례가 示唆하는 바는 손자가 말하는 道天地將法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하늘이 부리는 조화와 이치로 큰 재앙이 닥치면 지도자는 백성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국민과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두 사례는 국민들의 민심이 국가와 이반되어 있었다. 진승과 이성계가 당시 반란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민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쪽은 장마라는 기상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반면 다른 쪽은 이를 역전의 계기로 삼았다. 항상 전투를 승리로 이끈 리더들은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의 소유자였고 또한 훈련이 잘된 군대는 하늘과 땅의 조화와 이치를 알고 이를 극복하여 승리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에 장마는 여름철이면 계속 될 것이다. 하늘의 이치를 알고 정치를 잘하여 지도자와 백성이 한마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