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6.25전쟁이 일어난 지 63주년이 되는 해이며 휴전협정을 체결한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4월을 1년 중에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도 우리나라의 6.25전쟁의 참상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6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불렀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6.25전쟁은 참혹한 전쟁이고 우리민족에게 최대의 시련을 준 전쟁이었다.

통계적으로 6.25전쟁은 한국군 66만 명, 유엔군 15만 명을 포함하여 80여만 명이 전사하거나 다쳤고 실종되었으며 이산가족은 천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것은 당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전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우리나라가 전쟁터로 변했고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당시 사상자나 실종자의 가족과 이산가족들이 아직도 6.25전쟁 연장선상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6월은 신록이 우거지고 만물이 소생하는 활기차고 약동하는 달이다. 그야말로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의 계절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호국보훈의 달이며 6.25라는 아픈 기억 속에 1999년 6월 15일에는 제1연평해전 발생하였고 2002년 6월 29일에는 제2연평해전 발생하는 등 참 힘든 달이다.
나이든 사람들은 6.25전쟁이 舊 소련과 중공의 지원을 받은 북한이 대한민국의 赤化를 위해 일으킨 남침전쟁이라는 것을 잘 안다. 당시 북한군은 전차와 자주포, 항공기 등 우세한 전투력을 앞세워 기습남침으로 개전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였고 무방비 상태의 우리 군을 2달도 안되어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어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UN 21개국의 도움으로 인천상륙작전을 거쳐 압록강까지 진격하였으나 다시 중공군에 밀려 현 휴전선에서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수많은 국민들과 우방국의 장병들이 희생된 것이다. 숭고하지 않는 희생(sacrifice)이란 없겠지만 그때의 희생은 국가와 사회의 공공이익과 안녕을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다는 점에서 값진 것으로 국가는 이 희생에 대하여 보상을 하고 기리는데 이것을 호국보훈이라 한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접하는 오늘의 일부 젊은이들은 6.25전쟁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6.25전쟁은 미국이 일으켰다고 하는가 하면 유엔이 참전하여 민족의 통일을 막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오늘날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은 나라와 겨레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값진 희생덕분임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희생을 부정하는 꼴이 되 버린 것이다.

정부에서는 1956년에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하였고 1985년부터는 6월을 원호의 달로 지정하여 범국민적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다. 국가보훈처에서는 현충원에서 국가 행사로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행사를 비롯하여 UN참전용사를 초청하고 국립묘지 한 송이 헌화 캠페인, 나라사랑 콘서트, 6.25상기 안보 마라톤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과성 호국보훈의 달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를 떠 올리며 그들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생각해보고 국민적 화합과 연대를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훈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진국 일수록 나라를 위한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기억의 정치’라 하여 과거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희생한 사람을 가슴깊이 기억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여 국민적 화합과 연대의식 향상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도 호국보훈 정신을 되살릴 수 있도록 6월 한 달은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의 정신과 위훈을 기리는 마음으로 경건한 6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강한 보훈의식으로 무장한 민족은 고난이 닥쳐와도 나라가 굳건하게 유지되었다. 세계의 역사가들이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즈칸을 꼽는 이유는 공에 대해 반드시 보상하는 보훈 정신과 전쟁에서 죽은 자들의 가족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여 국가를 위해 용감하게 싸울 동기를 부여하였다는 점이다. 손자병법 작전편에서도 車戰 得車十乘以上 賞其先得資 전차전에서 전차 10대 이상을 노획하면 최초 노획자에게 상을 주라고 했다. 항상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와 국가유공자에 대한 위상이 바로 서야 국민의 가치관과 사회 정의가 바로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제는 추모분위기도 많이 퇴색되었고 안보의식도 시간이 갈수록 약해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6.25전쟁은 잊혀 진 전쟁이 아니라 잠시 포성이 멈춘 현재 진행형의 전쟁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 6.25와 같은 참혹한 전쟁을 쉽게 잊어버리는 민족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동시에 깨달아야 한다.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은 우리가 호국의 정신으로 일치단결할 때 가능한 것이다. 오늘도 오로지 한반도 적화만을 목표로 다양한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 호국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의 확고한 대비태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