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소설가 문순태 님이 고향마을인 남면 구산리 생오지에 창작공간인 ‘문학의 집’을 열고 정착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두 차례 찾아가 본 후,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記者가 다시 그곳을 방문하게 돼 나름 감회가 새로웠다.

무엇보다, 찾아보지 못했던 요 몇 년동안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문순태 작가께도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함이 찾아가는 길을 더 재촉했다.

지난 22일 오후 약속시간에 맞춰 기자가 ‘생오지’에 도착할 즈음, “삐거덕” 소리가 나는 커다란 나무 문을 열고 언제나처럼 반갑게 맞아주시는 문순태 님을 보고서야 참 오랜만이지만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 봄에 손수 햇쑥을 뜯어 말려 쑥차(茶)를 만들어 마셔보니 맛이 아주 좋더라는 문 작가님의 적극 추천에 연거푸 쑥차 몇 잔을 마시고 나서야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 담양에 정착한 지 꽤 됐는데 그 계기와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오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마을에 ‘문학의 집’을 열게 된 것은 여생을 좀 한가롭고 조용한 곳에 지내면서 작품활동도 하고, 또 농촌에서도 문학을 한번 활성화시켜 보자 하는 생각에서 였지요. 그러다 여건이 되면 문학을 알고 배우고자 하는 후진양성에도 뜻을 두고자 했었지요. 지금은 그와같은 생각, 계획들이 어느정도 이루어져 열심히 작품을 쓰고 후진양성에 힘을 쏟고 있어요.
지난 2006년에 고향마을인 이곳 생오지에 사재를 모두 털어 ‘문학의 집’을 개설했으니 벌써 7년여가 됐네요. 그 세월만큼 하는 일도 많아지고 바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 담양에서의 전원생활, 그리고 작품활동은 어떠신지?

☞ 우선 담양에 큰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담양의 자연과 생태환경이 너무 좋은데다, 문화적 자산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고장에서 내고향을 위해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드리고, 또 고향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에 일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지요.

작품활동은 더 말할 나위가 없지요. 고향, 그리고 고향사람들의 이야기는 제 작품의 가장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 ‘생오지’에서의 삶과 문학은 도시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자연과 가까워짐을 체험하게 할 뿐 아니라 제 자신을 낮추게 하고 겸손하게 하는 삶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이곳에서 생활하는 하루하루는 욕심을 버리게 하고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합니다.
무엇보다 농촌, 그리고 고향에는 아직 때묻지 않은 ‘참인간’이 많이 남아있어 고향의 의미와 정체성을 깨닫게 해주는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을뿐 아니라 작품활동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 생오지 ‘문학의 집’에서 평소 하시는 일이나 요즘 관심 갖고 하시는 일은?

☞ 평소에는 아침 9시에 글방에 나와 12시까지 글을 쓰거나 작품 구상을 하고, 오후가 되면 독서나 산책을 합니다. 또 여기저기 전국의 초중고 학교에서 문학기행을 오곤 하는데, 방문객들을 맞아 안내하고 문학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특히 고등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찾고 있는데, 아마도 고교 문학교재에 제 작품 ‘징소리’ ‘철쭉제’ 두편이 실려 있어서 학교에서 ‘문학기행’ 차원으로 방문하고 있는 것 같아요.

토,일요일에는 문예창작대학에서 강의 하거나 외부 강연을 나가기도 하는데, 이곳이 농촌이고 말 그대로 “쌩오지” 지만 생활은 하루하루가 쉴 틈 없이 무척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연간 행사로는 일년에 한 두차례 ‘생오지문학제’를 열고 있고, 대학의 정규과정 처럼 2년과정의 학기별 문예창작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전국규모 문예지(계간) 창간을 모색중에 있는데 올해내에 발간할 계획으로 열심히 준비중입니다. 필진과 운영위원회 구성은 물론 편집과 발행 모든면에서 전국 최고수준의 문예지로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 지금 양산보 선생의 ‘소쇄원’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데요, 제목은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 이며 약 300쪽 분량의 장편소설이 될 것 같아요.
지금껏 사람들은 소쇄원에 대해 공간적 개념만 살피고 중요시하고 있는데, 사실 소쇄원을 조성한 양산보 선생의 뜻과 정신세계, 즉 철학적 접근이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소쇄원을 조성한 양산보의 도학사상과 유학정신, 당시 호남사림의 담론을 담아낸 창작공간으로서의 소쇄원을 인물 중심의 문학으로 표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의 소쇄원이 문화유적으로서의 공간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이제 정신적 공간으로서의 소쇄원에 방점을 한번 찍어볼 생각입니다.

(참고로, 문순태 작가는 지난 2007년부터 ‘생오지문학제’ 개최를 비롯 2008년 이후 ‘생오지 문예창작대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생오지문학제’는 문학제를 통해 지역민은 물론 남도의 수많은 문학도들의 참여로 누구나 쉽게 문학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어 우리나라 문학계의 신선한 풍토로 자리잡았다.

나아가 ‘생오지문예창작대학’은 개설 첫 해에 소설분야로 시작했으나 올해부터 시,수필 분야로 확대해 수강생이 크게 늘고 있다. 문예창작대학은 2년과정으로 교육수료자들의 수준이 웬만한 4년제 대학의 문예창작과 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이며, 실제로 이곳 생오지문예창작대학 출신 수료자들이 대한민국 내로라 하는 문단에 이미 18명이나 등단함으로써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올해 생오지 문예창작대학에 등록한 수강생은 모두 105명으로 농업인, 주부, 학생, 교사, 교수, 직장인, 자영업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고 있다)

■ 담양에서 전원생활 하면서 특별히 불편하거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또 담양에 보탬이 될만한 제안, 희망사항이 있다면?

☞ 담양이 워낙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문화적 자산이 풍부한 곳이라 진심으로 만족하면서 생활하고 있어요. 불편함이 있다면 이 노구에 거의 혼자 생오지문예창작촌을 관리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심신이 좀 고달프다는 것이 어려움이랄까요(웃음)......

생오지문예창작촌을 운영하면서 한가지 애로사항이랄까, 혹은 제안이라면.... 다른 시군의 사례를 살펴보고 담양군에서도 과거의 문화적유산 뿐만아니라 현재 담양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현대문학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애초 제가 사재를 털어 ‘생오지문학의 집’을 고향에 조성했지만, 개인이 관리,운영하는 문예공간 으로서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어 몇 년전 재단법인으로 전환시켰는데, 이제 담양군이 좀 나서서 제가 못하는 부분을 잘 활성화 시켰으면 좋겠어요.

몇 번 만나보니 최형식 군수의 문화적 마인드가 상당함을 느꼈는데 그런면에서 바로 인근에 있는 과거문학의 요람 ‘한국가사문학관’ 과 현재문학의 현주소인 ‘생오지문예촌’을 접목하는 ‘신구 문학의 명소화 사업’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마침 가까운 곳에 폐교된 인암분교가 있어 이곳을 잘 활용해 ‘가사문학관-인암분교-생오지’를 연계,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는 문화교육공간으로 모색하면 새로운 문화관광 상품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 작가님이 집필중인 장편소설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에 관해서는 표현하고자 하시는 주제나 화두가 특별히 관심이 가는데요,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음에 별도로 취재에 다시 응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순태 작가는 1939년생으로 남면 구산리가 고향마을 이다. 남면초교를 다니다 6.25전쟁이후 공비토벌작전중 살던집이 화재로 소실돼 고향을 떠났고 광주에서 학강초등학교, 동성중학교, 광주고등학교를 다녔다. 고3때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입선(詩), 전남매일에 단편 ‘소나기’ 가 당선돼 본격적인 문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전남대 철학과, 숭실대 기독교철학과, 조선대 국문학과 등에서 수학한 후 조선대 부속고에서 잠깐 독일어 교사로 있다 이후 전남매일신문 기자, 조선대 독일어과 교수, 전남일보 편집국장, 광주대 교수 등을 지냈다.

이 기간동안 <현대문학> <한국문학> <소설문학> 등 다수의 문예지를 통해 문단에 데뷔 및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남도의 빛’ ‘백제의 미소’ ‘흑산도갈매기’ ‘말하는 징소리’ ‘마지막 징소리’ ‘뿌리깊은 나무’ ‘난초의 죽음' '어머니의 땅’ 등 수백편의 중,단편 및 장편소설을 집필했다. 담양으로 정착하던 해인 지난 2006년에 소설집 ‘울타리’와 에세이집 ‘꿈’을 발간했으며 광주대 정년퇴임 기념작으로 ‘문순태의 소설세계 고향의 한의 미학’을 출간했다.

세간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장편 ‘걸어서 하늘까지’ 와 연작장편 ‘징소리’, 그리고 장편 ‘타오르는 강’, 소설집 ‘생오지 뜸부기’ 와 에세이집 ‘생오지 가는 길’ 등 수십편이 있다.
문 작가는 담양에서 (사)담양대나무축제 추진위 이사장을 지냈고 현재는 송순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현재 광주문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으며, 전.조선대 재단이사, 전.아시아문화전당 조성위원회 부위원장, 전.광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