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이 없는 곳 박수갈채가 없는 곳
그곳에 홀로 서 있을 때
나만이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곳
거기서 웃을 수 있을 때
난 그런 나를 믿어요.
날 사랑해 줄 수 있는 내 모습을

이 노래 말 가사는 김연아와 최고의 아이돌 가수 아이유가 함께 부른 얼음 꽃이다. 우리는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피겨 여왕 김연아가 시상대에서 흘린 눈물을 기억한다.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금메달리스트의 눈물을 화려하게 피었다가 녹으면 그냥 평범한 물이 되어버리는 얼음 꽃에 비유한 것 같다. 김연아의 화려한 연기 뒤에는 그녀의 남다른 수고와 땀의 결실이 있었다는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그리고 함께 부른 가수 아이유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부르고 또 부르면서 아이돌의 최고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고한 그녀의 피와 땀을 그녀의 팬들은 얼마나 이해할까.

이 두 젊은이를 보면서 그리고 이 노래를 듣고 가사를 생각하면서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이 있다. 바로 17세기 일본에서 최고의 검객으로 알려진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다. 무사시는 병법서 오륜서를 저술했고 두 자루의 칼을 쓰는 二天一流의 시조이며 60회의 진검 승부에서 살아남은 전설의 검객이다. 무사시는 원래 날렵한 검객의 이미지와 다르게 무거운 거구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어떻게 일본을 제패한 최고의 검객이 되었을까. 필자는 그가 말하는 鍛鍊이라는 단어에서 그의 피나는 노력을 찾는다. 그는 千 번의 연습을 鍛이라하고 萬 번의 연습을 鍊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 鍛鍊을 수없이 반복해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최고의 자리에 선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피 땀나는 훈련과 연습을 해야 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는 결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을 순방 중인 박대통령은 미국 상하의원 합동 연설에서 국가 위기관리 역량이 지속되는 한 북한의 도발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기관리는 바로 미리준비하면 걱정될 것이 없다는 有備無患이다. 春秋左傳에 등장하는 이 말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항상 너무 자주 쓰기 때문에 그 의미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산다. 그렇지만 국가를 수호하는 군인들에게는 자주 강조하는 문구로서 원래는 書經에 있는 미리 준비해두면 질 리가 없다는 有備無敗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렇게 강도를 높여가던 북한의 위협 도발 언행도 비록 개성공단이 폐쇄된 상태에 있긴 하지만 주춤한 상태다. 세계가 침체 경제에서 몸부림 치고 있고 우리도 경기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 것이고 그 비결은 오로지 든든한 국가 안보에 있다. 오자병법에서는 국가를 안정시키는 최고의 방법은 경계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安國之道 先戒爲寶)

우리 국민들이 존경하는 역사적 위인 중에 한분인 이순신 장군은 23전 23승 연승기록으로 壬辰倭亂에서 조선을 지켜냈는데 후세의 전략가들은 그 비결을 이순신 장군의 철저한 준비성에서 찾는다. 亂中日記는 이순신 장군이 오래 전부터 써온 일기 중에서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후 조정에서 이순신 장군의 일기 중 임진왜란 발발 시점에서부터 따로 정리해서 제목을 붙인 게 난중일기다. 난중일기를 읽어보면 국가 수호를 위한 이순신 장군의 대단한 선견지명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이순신 장군이 없었다면 우리 조선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난중일기를 보면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임진년 2. 8일 일기부터 거북선 제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여 4.12일에는 거북선 제작과 시험 운행을 완료하였고 그리고 이틀 후 4.14일 임진왜란이 발발하였다. 아주 기막히게 나라를 구하려는 듯이 거북선이 완성된 것이다. 이와 같이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의 신화는 가능하였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뒤 늦게 벼슬길에 오르지만 유성룡이란 출세한 친구 덕분에 전라좌수사라는 높은 벼슬에 올랐다. 이순신 장군은 이 벼슬에 만족하고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순신 본인은 물론이고 조선 왕조도 임진왜란과 함께 일찍이 그 명맥이 끊겼을 것이다.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함을 손자병법은 이렇게 표현한다. 昔之善戰者 先爲不可勝 以待敵之可勝 싸움을 잘하는 사람은 승리를 빼앗기지 않도록 준비하고 적을 이길 기회를 기다린다. 오자병법은 또 이렇게 표현한다. 준비를 하지 않고 전쟁을 벌이는 것은 譬猶伏鷄之搏狸(비유복계지박리) 乳犬之犯虎(유견지범호) 마치 알을 품은 닭이 들 고양이와 싸우는 것과 같고 새끼달린 어미개가 호랑이에게 덤벼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끼를 품고 있으니 새끼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해 암탉이나 암캐가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것이다. 새끼를 지키겠다는 뜻은 가상하지만 애시 당초 되지도 않는 싸움이다.

꾸준한 준비가 없었더라면 준비되지 않은 싸움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 客氣로서 어려운 난관을 결코 헤쳐 나갈 수는 없으며 준비하지 않으면 결코 최고의 자리에도 올라갈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