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5월 8일, 기자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고서면 장산마을에서 전원생활중인 박충년 교수를 찾았다. 마침 텃밭에 풀을 뽑던 박 교수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집 구경을 한 후, 담양에서의 생활과 근황에 대해 취재했다.

■ 담양에 둥지를 튼 지 얼마나 됐고, 그 계기가 무엇인지?

☞ 지난 2011년에 이 집을 구입했으니 한 2년 됐나요. 처음엔 허물고 새로 지을까 하다가 원래 시골집 정서대로 두는 게 좋을 듯싶어 뼈대는 두고 여기저기 수리해서 2012년 3월에 입주했지요.

학교에서 출퇴근하기 가까운 곳을 찾던 중 때마침 고서면 장산리에 적당한 집이 있기에 마음을 정했어요. 마을의 전체적인 전망이 조용하고 아늑한데다 어릴적 시골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져 우선 좋았지만, 무엇보다 동네 어귀에 마치 일주문처럼 서 있는 오래된 왕버들 두 그루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근무하는 학교(전남대)에서도 15분 거리 밖에 안돼 아주 적당하다 싶었지요.

■ 지내보니 담양에서의 전원생활 느낌과 소감은 어떠신지요?

☞ 이제 1년가량 지내고 있는데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 잠을 잘 자고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어 좋은데다 일어나면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텃밭을 둘러보고 하루하루 쑥쑥 자란 채소와 화초들을 바라보면서 물 주고, 풀 뽑고 하는 일상들이 너무 재밌고 즐겁습니다. 아침녘 이런 시간들은 도시에서 살던 지난 수십년간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너무 좋아요.

전원생활에 익숙해진 얼마전부턴 이웃 할머니들과도 친분이 쌓여 시골인심을 제대로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학교에 출근하고 집에 사람이 없는 날이면 된장, 간장이며 호박, 고구마, 쌀까지 당신들이 손수 농사지은 것들을 나눠 주신다고 사립문앞에  가끔 두고 가시기도 해요.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오리지널 시골 인심이지요.

■ 전원생활 중에 특별히 하시는 일이나 관심거리가 있으신지?

☞ 글쎄요, 전원생활 이라는 게 소일거리로 텃밭 가꾸고 시골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것인데 그건 그것대로 행복한 일이구요, 본래 연구분야가 제 전공이라 이곳에서도 시간 나는대로 담양의 대나무를 소재로 여러 가지 아이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어요.
제가 신소재공학을 전공한 교수여서 대나무와 관련한 건축소재 개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 고향에 전원생활 겸 연구공간을 마련한 것이고, 이곳에서도 꾸준히 대나무 연구를 하고 있지요. 지난 2004부터 시작한 대나무 평판화특허기술(대나무를 원목 상태에서 평평하게 펴는 기술)은 계속 업그레이드 해서 현재 대량생산 기술까지 완성한 상태입니다.

2015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와 관련해서 얼마전 세계대나무협회(WBC) 관계자들이 저희 집을 방문했는데 제가 만든 대나무 평판소재를 보고 “유 아 챔피언(YOU are Champion)” 하면서 깜짝 놀라더군요. 중국에서 개발한 것하고는 감히 비교가 안될 만큼 담양의 대나무 평판화기술이 세계 유일의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참고로, 박충년 교수는 신소재 공학박사 답게 10여년 전부터 대나무 건축소재 연구를 진행중이며 현재 대나무 평판화기술을 완성하고 실내인테리어용 대나무 건축소재를 개발, 대량생산이 가능한 상태이며, 상품화 및 산업화를 모색중에 있다. 그의 전원주택에는 그가 연구개발한 평판 대나무인테리어 자재를 활용한 거실,침대,소품 등이 전시장 처럼 꾸며져 있다.
또한 그는 대나무 천연소재와 인공재료를 합성한 ‘함침기술’을 활용한 반영구적 재질의 실외용 대나무 인테리어 소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대통술 담그는 기술을 연구개발, 통상 3년 가량이 걸리는 대나무 원통에 술이 흡수되는 기간을 단 2일만에 가능케 하는 기계장치를 개발, 특허출원 하는 등 대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특허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 담양에서 전원생활 하면서 특별히 불편하거나 애로사항 있다면? 또 담양에 보탬이 될만한 제안 이나 희망사항이 있다면?

☞ 만족하면서 지내니까 전원생활하면서 특별히 불편한 것은 아직 없어요.
다만 대나무에 관심있는 사람 이다보니 담양군이 대나무에 관한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요. 제가 느끼기엔 현재 담양군의 대나무정책은 아직은 보여주기 위한 전시적 이랄까 홍보성 성격이 더 많은 것 같아 아쉬워요.
담양의 브랜드가 ‘대나무’ 라면, 대나무 소재의 실용화, 산업화를 추진하는 여건조성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아요.

특히 2015년담양세계대나무박람회를 개최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보면, 정작 담양의 대나무는 외면하면서 자꾸 외부에서 대나무를 가져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담양의 대나무는 기술,상품화, 산업화에서 결코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이런 기술개발과 산업화에 실효적인 관심과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결국 담양의 대나무산업은 죽고 홍보만 남게 될 수도 있어요. 보여주기 위한 대나무정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추진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교수님이 왜 ‘대나무 박사’ 라는 말을 듣는지 새삼 이해가 되는군요. 교수님이 추진중인 대나무에 관한 다양한 아이템과 기술, 연구개발건에 대해서는 다음에 별도로 취재에 다시 응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충년 교수는 1955년생으로 봉산면 연동리 죽림마을이 고향이다. 광주시 오치동에 본가(本家)가 있으며, 2년전 고서면 장산마을에 터를 잡고 전원생활 중이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유학 후 전남대학에 교수로 스카웃 됐다. 현재 신소재공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며 보직으로는 전남대 교무처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담양에서는 담양군뉴-비전위원회 위원, 2015담양대나무박람회 조직위원회 기술위원장, 담양대나무협회 회원, 대나무연구회 회원 등으로 봉사 또는 사회활동 중이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