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전쟁 나겠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난처한 질문이다. 길바닥에 엿장수가 엿가락을 몇 번이나 치겠느냐는 그야 엿장수 맘 아니겠는가. 이것도 그렇다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인물들이 펼치는 막장 드라마 같은 일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도 뭐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일치하는 견해는 지금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남한의 전쟁에 대한 두려움 조성과 여론 분열을 통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서 도발 위협을 계속하면서 전면 전쟁 보다는 드러내놓고 손보기 어려운 도발자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천안함같은 도발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개성 공단 폐쇄에 대한 일련의 북한 조치가 우리의 인내력과 북한의 줄다리기 싸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쟁이 일단 벌어지면 어느 한쪽이 반드시 손을 들고 항복할 때까지 싸우게 되며 전쟁 후에는 승자에게 입힌 손해를 배상하고 요구 조건을 들어주어야 한다. 패자는 강자에게 흡수되며 그 동안 지배하던 관할 지역도 승자에게 넘겨주게 된다. 그래서 어떤 국가든 전쟁을 하기 전에 勢를 과시하면서 나라 망하기 싫으면 미리 항복하라고 다그친다.

지금 한미 연합 전력과 북한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기세를 부리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가 알아주는 군사강국이며 국제 경찰국가로서 나라 간의 분쟁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가 이익을 챙긴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훼손하거나 자국을 위협하는 그 어떤 국가나 집단에는 단호히 대처한다. 북한을 향한 미국 현재 정책도 매 한 가지다.

반면 북한은 지구상에서 유일한 일인 독재체제이면서 주민은 가난에 쪼들리지만 지도자는 오로지 체제유지에만 신경 쓰는 집단이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그들의 노동당 규약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반도를 북한과 같은 체제로 만드는 혁명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갖은 방법으로 모은 달러로 무기를 구입하고 군대를 현대화시켜 항상 월등한 군사력으로 대남 정책의 주도권을 행사해 왔다. 그리고 혁명화 전략을 남측에서 지원할 친북 종북 세력을 양성하고 내부 분열을 유도해 왔다.

그렇지만 낙후된 경제력 속에서 체제유지에 한계가 있었고 계속해서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저렴하면서도 대량 살상을 가져올 수 있는 핵과 화학 생물무기 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은 북한 주변국으로부터 지지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미국의 국가 이익과 배치되어 미국의 견제를 받게 되었다. 중국이 북한 지지를 철회하고 강경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도 처음에는 철없는 어린애를 달래듯 북한을 6자 회담장에 이끌어 식량을 주고 기름을 주었다. 물론 여기에는 우리도 미국 이상으로 많은 대북지원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이 달라졌다. 더 이상 북한을 어린애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버릇을 단단히 고쳐 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한이 허세를 부리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장난질 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도 이를 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최대한 허세를 부려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얻고 한반도 정책의 주도자가 되려 하고 있다. 싸움을 걸어 놓고 제발 누가 말려주라고 애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 공관의 철수를 요구하기도 하고 개성 공단의 유통을 막아 우리나라 국민들 특히 좌파들의 적극 개입으로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은 더 이상 북한의 허세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미국과 과거와 같이 북한에 끌려 다닐 수 없다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북한의 입장과 팽팽하게 대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의 양보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이 때문에 전 세계가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의 문제는 북한이 자존심은 상하겠지만 이 정도 선에서 굴복하고 과거 체제로 회귀한다면 주변국으로부터 많은 대북지원과 그들이 염려하는 체제보장은 가능하겠지만 북한 내부 사정이 만만치 않다. 그 동안의 대북 심리전과 개성 공단의 초코파이로부터 젊은이들에게 밀어닥친 한류 문화는 김정은 체제유지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항상 이어 닥칠 개혁개방의 후폭풍의 두려움 때문에 선뜻 북한 지도부에서도 결심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勝已敗者也 승리는 이미 패배한 적을 상대로 거두는 것이다. 즉 손자는 전쟁은 승리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래서 勝者之戰 若決積水於千?之谿者 승리는 천길 계곡위에 막아둔 물을 터뜨리는 것과 같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戰力으로 싸움을 하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은 천길 계곡에 물길은 막았는데 물이 고이지를 않는 상황이다. 물이 고여야 勢가 형성되는데 물이 없으니 물막이를 해놓고 물이 잔뜩 고여 있어 곧 터뜨릴 것 같은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그리 쉽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지금 사람도 모자라고 돈도 모자란다. 악조건 속에서 젊은 지도자는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2300만 북한 주민을 볼모로 허세를 부리고 있다. 북한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그 허세를 실세로 대응해버리니 지금 북한은 고민이 큰 것이다. 이런 북한에 너무 익숙한 우리 국민들은 걱정은 하지만 전면전이 일어난다든가 개성공단이 영구히 폐쇄될 것이라 생각지도 않는다. 허세든 실세든 勢의 위력이 발휘되려면 상대방이 그 勢를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지금 북한의 勢는 어린애의 불장난처럼 그저 위험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