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 교육감이 장학관 승진 시험 비리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기 위해 음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문을 보니 평교사가 교장이 되기 위한 방법 중에서 장학관을 거치는 방법이 그래도 기간도 짧고 승진이 쉬워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제도에서 생긴 부작용의 한 단면인 것 같다.

정부 각료를 임명하는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자격여부를 검증하기도 전에 청문회를 여느냐 마느냐를 두고 국회가 싸우고 있다. 언론도 매일 부적합 여론을 만들어 이를 부추긴다. 그러나 이것은 시험 보러 온 학생을 ‘너는 보나마나 떨어질 거야’ 하면서 시험을 못 치르게 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청문회는 공정한 검증 평가를 통해서 인재를 검증해 주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있는 어느 조직이든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있어 만족과 기쁨이 있으면 불만도 있게 마련이고 그 결과 과정을 두고 여러 설이 난무하고 비리제보가 따르기 마련이다. 어쨌든 승자에게는 공정한 게임이고 패자에게는 불공정 게임으로 보이는 것이 사람을 다루는 게임의 결과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라도 공정한 포폄(褒貶)으로 여론을 합리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또 한 번 상처받는 사람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든 위의 두 가지 사례도 조사와 검증을 통해 밝혀지면 될 것을 미리 예단하여 상처를 주었다면 언론의 역할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참모총장을 지낸 마샬(George C. Marshall)장군은 어느 날 그는 저명인사로부터 인사 청탁 전화를 받았다. Marshall 장군은 즉석에서 “만약 그 사람이 당신이 도와주어야 할 친구라면 그를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은 그의 이름을 나에게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청탁을 거절했다. 이런 Marshall 장군의 결단은 도덕적 용기가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는 사람을 다루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도덕적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한쪽으로만 치우쳐 사람을 평가하는 편견도 버렸으면 좋겠다. 아마 어느 조직이든 이런 도덕적 용기를 가진 사람이 많을수록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 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 여론들은 이런 도덕적 용기를 존중하고 지켜줘야 할 것이다.

도덕적 용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재를 선발하는 시스템이다. 필자가 평생을 몸담았던 군의 인재 선발제도는 도덕적 용기가 통하는 시스템이다. 불시에 불려 들어온 심사위원들은 3개 반으로 구성되어 분리된 별도의 심사장에서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토론과 토론을 거쳐 한 사람을 선발한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방식과 유사하다. 대상자가 누구이든 그 사람이 그동안 쌓아 온 공과를 놓고 자기의 선발 견해를 주장하여 다른 위원들을 설득한다. 5명의 위원들은 만장일치를 이루기 위해 자료를 꼼꼼히 검토하고 밤을 새며 논쟁을 한다. 그렇게 하여 선발된 인원을 3개 반이 모여서 다시 토론을 한다. 한 사람이 선발되는 데는 이처럼 2차례에 걸친 전원 만장일치를 이뤄야 하는 시스템이기에 오로지 도덕적 용기만이 통용될 뿐 청탁은 통할 수 가 없는 시스템이다.

더구나 이런 과정들은 녹화되고 선발 현장 방문까지 허용된다. 또한 다녀온 위원들에 의해서 사실이 공개되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투명할 수밖에 없다. 결국 누구든 선발의 영광을 누리고자 한다면 열심히 근무하여 좋은 평가기록을 남겨야 하고 그 공적에 따른 표창과 교육성적, 자기발전을 위한 여러 노력들, 심지어 사생활까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군대에서는 어떤 사람을 도와주고자 한다면 그 사람이 열심히 근무하고 업적을 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에 보직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마저도 자격조건이 법규로 정해져 있고 보직 심의 위원회를 거쳐야한다. 그리고 모든 자료는 공개되고 검증위원들의 사전 검증을 거친다. 평가자의 편견이 있었는지 억울한 면은 없었는지를 검증하고 소명의 기회까지 준다.

손자병법 제 6장 병세(兵勢)편에 “ 무소불비(無所不備) 무소불과(無所不寡)”란 말이 있다. 부족한 것이 하나도 없게 만든다는 것은, 부족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전부를 다 잘하려고 하다가는, 전부를 다 망가트릴 수도 있다는 손자의 경고 메시지다.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것은 옳다. 그렇지만 너무 완벽한 인재를 고르려다보면 결국 인재를 선발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청문회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 그리고 군대에서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 모두는 집단 속에서 가장 최선의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지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인재 선발을 하기 전부터 낙마를 결정해 버린다든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고의적으로 낙마를 시키려는 행위는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심지어 이를 감독해야 할 언론기관 마저 자기의 이익을 찾으려고 한다면 답을 구할 수가 없다.

요즘 언론의보도 내용을 보면 우리 국민들 모두가 애국자 같다. 바른 장관 하나 만들어 내기 위해 후보자들의 사생활까지 파고 또 파고 독자들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분개하고 쾌감까지 느끼는 것 같다. 그런 기자나 독자들은 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지금 북한은 정전협정을 무력화하고 곧 공격할 것처럼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권은 언론의 주도권을 놓고 정부 조직법과 흥정을 하고 있다. 더 많은 자유를 얻고 싶은 언론은 어떤 쪽으로 기울까. 나라의 안보를 위해 우선 정부부터 제대로 가동시켜 놓고 감독을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