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는 특별사면권이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몇 차례에 걸쳐 이 제도를 이용하여 사면 취지에 맞는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예외 없이 임기 말에는 자신이 아끼던 인물들에 대한 은전을 베풀기도 하여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헌법재판소장을 임명하기 전에 국회 청문회를 실시하는데 국회에서는 인준을 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청문회를 요청한 대통령이나 내정자는 철회나 사퇴에 대한 양보를 하지 않는다.
또 대통령 당선자가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를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요청하려는데 자녀들의 병역문제와 재산 형성에서 문제가 되 결국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대통령 당선자의 밀실 인재 선발 방법과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 인재 선발 시스템에 대하여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쓸 인재를 잘 선발해야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어떤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가. 그 인재는 어떻게 보직을 부여하고 승진 등 인사 관리를 해야 하는가가 무척 중요한 것이다.

위수(渭水)에 빈 낚시 대를 던져 놓고 세월을 낚았다는 강태공이 지었다고 하는 육도(六韜)에는 ‘장군을 고르는 8가지 원칙’이 나와 있다. 세월이 지났지만 그 원칙을 만든 태공의 입장에서 선발할 인재를 바라보고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실시하고 조직의 리더들은 인사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모두는 인재의 자격에 부합되는지 되새겨 보고 열심히 살자는 취지에서 그 원칙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 사람이 담당할 전문 분야에 대하여 질문을 던져 그 사람이 그 일에 대하여 어느 정도 상세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하여야 한다.(問之以言以觀其詳). 인사에 대해 항상 뒷말이 많은 것은 능력보다는 자신과의 연줄이나 부정한 방법이 따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위기관리 능력이다. 세상풍파를 견뎌 낸 인재는 위기에 강하다. 모두가 두려워하고 안 된다고 생각할 때 주저하지 않고 자신감을 보여주는 그 사람은 오너가 요구하는 인재다. 그래서 인재를 선발할 때는 위기상황을 설정하여 그 사람의 대처능력을 살펴보라고 했다.(窮之以辭觀其變)

셋째는 충성심이다. 앞에서만 잘하고 뒤돌아서면 배신하는 사람, 조직의 리더가 바뀌자마자 전임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본다. 믿는 사람이 조직을 배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은밀히 사람을 보내서 그 사람의 충성심을 관찰하라고 했다. (與之間諜以觀其誠)

넷째는 인격과 도덕성이다. 명백하고 단순한 질문으로 그 사람의 됨됨이를 관찰하라고 했다.(明白顯問以觀其德) 서양에서는 노블리스 오브리제(Noblesse Oblige)라고해서 국가를 관리해야 하는 인재들은 마땅히 국가를 위해 먼저 헌신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국가방위라는 차원에서 시행되는 병역의무를 필하지 않은 지도자가 과연 국방을 말할 수 있느냐고 질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섯째는 청렴함이다. 돈 앞에서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재무관리를 맡겨 그 사람의 청렴함을 관찰하라고 했다. (使之以財以觀其廉) 요즘 추천되는 인사는 하나같이 재산이 많다. 그래서 청렴함을 검증하기 위해 그 형성과정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여섯째는 정조라고 한다. 좀 의외의 내용이지만 인재는 정조관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색으로 시험해서 그 사람의 정조를 관찰하라고 했다. (試之以色以觀其貞)
일곱째는 용기다. 조직이 위기에 처해 있는데 막상 자신은 뒤로 물러서면서 부하들만 닦달하는 사람은 절대로 인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어려운 상황을 알려 주고 그 사람의 용기를 관찰하라고 했다. (告之以難以觀其勇)

마지막 여덟째는 인재는 술에 강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술로 취하게 하여 그 사람의 자세를 살펴보라고 했다. (醉之以酒以觀其態) 요즘 불리하면 술을 먹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술김에 실수를 범했다는 사람 등 술 먹고 실수하여 말꼬리 잡힌 사람들이 많다.

인재를 선발할 때 인재의 능력이 하루아침에 관찰되고 검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인재도 남들이 볼 때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시간도 언론은 차기 정부의 인선이 지연되고 그 선발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조직개편에 대한 법도 개정되어야 하고 국무총리와 장관들에 대한 청문회도 개최해야하는데 답답하게도 오로지 자신만의 방법대로 인재를 선발하여 너무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차기 정부 출범 시기에도 맞춰야 하고 능력 있는 인재도 선발해야 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데 자칫 다 놓칠 수도 있지 않을 까 걱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우려는 이래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먼 길을 가봐야 천리마인지를 알 수 있고, 시간이 지나봐야 인재를 알 수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미래에 자신이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을 보고 강태공이 말한 8가지 원칙을 지금부터 잘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