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이 되면 사람들은 항상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입에 오르내린다. 그만큼 사람을 쓰는 인사가 중요하고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인사와 관련해서 간혹 사람들은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를 비유하여 거론하기도 한다.
“나의 벗이 몇인가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月)이 오르니 그것이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로 시작하는 이 ‘오우가(五友歌)’의 비유를 통해 쓸만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잘 쓰라는 교훈적인 용어가 아닌가 싶다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에 소재로 나오는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의 오우(五友)가 공직사회 인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찬찬히 그 의미를 비유하여 살펴보면 “인사가 만사”라는 말과 일맥상통함을 알 수 있다.

水, 즉 물은 조직 구성원과 물 흐르듯 소통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쓰라는 것이며, 석(石)은 강단과 소신을 가진 바위처럼 굳건하게 외풍을 잘 견뎌내는 사람을 중용하라는 의미가 있다.
또 송(松)은 소나무이니, 무엇보다 청렴하고 자신에게 엄격하여 조직의 신망을 받는 사람을 써야 한다는 것이고 대나무, 곧 죽(竹)은 대나무 처럼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고 곧은 절개를 가진 사람을 써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끝으로 월(月)은 맑은 달빛처럼 청아한 성품과 과묵하면서도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을 중용하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사람들은 또 “疑勿用, 用勿疑(의물용,용물의)” 라 하여 “의심이 나거든 쓰지말고 썼으면 의심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혹은, 순자에 나오는 “諂諛我者 吾賊也(첨유아자 오적야) 나에게 아첨하는 사람은 나의 적(賊)이다“ 는 말로 ‘물불 안가리고 아부하는 사람 또는 인사청탁 행태’를 경계하기도 한다.

담양군이 1월21일자로 2013년 계사년 새해들어 첫 대규모 인사발령을 했다. 민선5기 군정을 잘 마무리 하고자 적재적소에 인력을 잘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인사에서는 승진한 사람과 보직을 이동한 사람이 물경 145명에 이른다.
승진한 사람들은 좋아라 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실망감에 시무룩한 모습들이다. 자기가 원하는 부서에 발령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표정도 사뭇 다르다.

이번 인사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놔라 배놔라” 했을 것이다. 인사권자의 고민과 애로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군정을 원활하게 잘 운영하고 조직을 통솔하기 위해 수백명에 이르는 공직자들의 면면을 세심히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쓰고자 많은 고민도 했을 것이다.

인사철에 인사를 잘 하는 게 바로 ‘인사가 萬事’ 이다. 이는 변함없는 진리이다. 그럼에도 청탁인사, 정실인사, 보은인사, 연공인사만 하게되면 결국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고 만다. 사람을 잘 쓰지 못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곧‘亡事’ 이다.
망사(亡事)의 결과는 곧 조직분열과 갈등의 확대 재생산이며 군민의 신뢰상실로 연결된다. 한번 돌아선 민심을 다시 돌리기는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이번 담양군 인사는 ‘망사(亡事)’ 가 아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