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활동이 시작되었다. 국민들은 여성 대통령이 그 동안 역대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여러 개혁 조치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부강한 나라 행복한 나라 국민이 하나 되어 튼튼한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래서 훌륭한 인재들을 잘 발굴하고 관리하여 진정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인재 등용과 관리, 참 어려운 일인가 보다. 지금도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치단체에서부터 중앙 부처에 이르기까지 선발과 승진에서 공평하게 잘했다는 평을 듣기 어려운 것은 그 만큼 어려운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서경(書經)에 ‘야(野)의 유현(遺賢)이 없다’는 말이 있다. 유현이란 관리로 선발되지 못하고 초야에 묻힌 인재를 말하는데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그를 알아주고 써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유현을 버려두고 또 끼리끼리만 재미 보겠다면 이번 정부도 결딴날 것은 분명할 것이다.

<논어>에는 일민(逸民)이라는 것도 있다. 일민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에서 버림받은 인재를 말하는 것으로 ‘일민을 쓰면 천하의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고 했다. <손자병법>에서는 ‘자신의 의도와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고 했다. 어쩔 때는 적에게 나를 강하게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어쩔 때는 무능하게 보이게 할 수도 있는 示形法을 가진 그런 인재는 난세에는 초야에 묻혀 자신의 능력을 감추며 사는 그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漢)무제 때 위발이라는 사람은 정승 조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정승의 부하 집 대문 앞을 매일 아침 청소했다. ‘소상문(掃相門)’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벼슬자리 하나 마련하려고 이렇게 치사한 짓 다하는 위발같은 무리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2월25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유능한 인재가 등용되어야 한다. 유현과 일민을 찾아야 하고 시형법을 부리는 재주꾼을 찾아야 하며 소상문을 버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인재를 등용하다는 것이 참 어렵다. 국무총리는 물론 장관 등 요직을 임명하기까지 인사작업은 끝이 없는데 검증이 어렵다. 묵은 사람들은 털다보면 반드시 먼지들이 나온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을 찾는데 검증을 마쳤다는 유현과 일민들도 소상문을 일삼았던 소인배 무리에 가까울 수도 있다.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났을 때 미국은 독일의 로켓 전문 과학자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인공위성의 선두자리를 지켰고 악명 높은 일본의 731부대 연구원들을 살려두면서 생화학전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것은 자기편에서의 인재 발굴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적진에서 인재를 수용과 포용으로 등용할 때 더욱더 빛이 날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새로운 정부에서는 측근을 배제하고 능력위주의 참신한 인물을 등용할 것이라고 했다. 여당 안에서도 개혁의 발목을 잡는 인재는 배제하고 야당이라도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인재라면 모두 다 수용할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들도 무조건 지역안배나 탕평책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인재가 선발되고 있는지 우선은 지켜보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춘추 전국시대 위나라 왕이 자신의 스승인 이극에게 인재등용의 지혜를 구했다. 이 질문에 이극은 5가지 인재 선별법을 제시했다.

첫째는 등용하려는 사람이 일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과 가깝게 지내려고 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힘 있는 사람과 친하고 눈치만 보는 사람은 버리고 실력과 소신과 배울 점 있는 사람을 찾아 모셨던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 비록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고 자신의 출세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일지라도 국가를 위해 천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고 비위를 맞추는 무능한 사람을 천거하거나 등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셋째로 그 사람이 가난할 때 어떤 것을 취하지 않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어려운 형편에 처하면 대부분 물질의 유혹에 넘어가기 마련이지만 훌륭한 인재는 자신의 소신을 태산처럼 여기기 때문에 명분 없는 돈과 물질은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넷째로 부자가 되었을 때 그 사람이 누구와 함께하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후한의 송홍은 힘들고 가난할 때 사귀었던 친구는 부자가 되었다고 잊어서는 안 되고, 고생과 어려움을 같이 했던 아내는 부자가 되었다고 친정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려울 때 함께했던 부인과 친구를 부자가 되었다고 바꾼다면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째로 궁지에 몰렸을 때 그 사람이 행실을 살펴보라고 했다.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면 살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한다. 자신이 모셨던 상관을 배신하기도 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하여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기도 한다. 인재는 자신이 위기에 처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안 한다. 목숨을 걸고 의리와 신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인재라 할 수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별의 별짓을 다보고 느끼면서 살게 된다. 내 부하가 상관이 되기도 하고 파렴치한 자가 선거에서 이겨 관리자가 되기도 한다. 가난했다가 부자가 되기도 하고, 헤쳐 나가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훌륭한 인재는 그런 상황에서도 대의를 저버리지 않고 그 상황을 당당하게 맞이한다. 그런 당당함을 가진 진정한 인재가 다음 정부에서는 많이 등용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