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이 넘도록 타향에 살면서 할 만큼 하고 대접받을 만큼 받고 살았으니 이젠 고향을 위해 봉사해야죠. 광주시 문화재 선정 기회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보다는 고향 담양에서 내가 가진 문화적 자산과 전통기술을 후진양성과 지역을 위해 쓰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진다리 붓’ 과 ‘소천 붓’을 만드는 대한민국 최고의 명장 소천 채태원(71세) 선생이 고향으로의 귀향을 준비하면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사람들은 통상 대나무 붓을 ‘진다리 붓’ 이라고 이름하는데 이는 예로부터 광주시 백운동의 한 마을에서 따온 명칭이라고 한다.

소천 채태원 선생은 대나무를 소재로 전통 붓을 만드는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으로 이름 나 있는 명필장(名筆匠)이다.

그가 만드는 진다리 붓의 필간은 대나무를 주소재로 하며, 필호(붓의 심지)까지도 대나무를 잘게 쪼개 만드는 죽필, 칡줄기로 만드는 갈필 외에도 볏짚을 쓰는 고필, 태아의 머리털로 만드는 태모필, 양호필,황모필,장액필,닭털필,마필,낭모필에 이르기까지 붓의 종류는 10여 가지가 넘는다.

그가 오랜 타향생활을 접고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의 전통문화 발전과 후진양성에 일조할 목적으로 자리잡을 터를 찾고 있으니 우리 담양으로서는 문화적 자산의 큰 축복이자 행운이 될 만하다.

특히 그를 아는 지인들은 “명성 있는 문화재급 장인(匠人)이 고향이 아닌 타지에서 수십년 동안 광주의 옷을 입고 붓 명장으로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에 교류하고 소통하는 게 무척 안타까웠다” 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향 담양에 정착해서 그가 가진 전통기법과 문화적 가치를 지역에 전승, 보전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들 지인들은 “지역 정서가 문화예술인과 전통문화 전승자들에 대한 대우나 인식이 그리 협조적 이거나 높지 않아 고향에 정착하는 것도 그리 녹록치는 않을 수 있다” 면서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문화가 곧 지역의 경쟁력 이자 최상의 문화콘텐츠 상품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지역 출신 문화예술가나 전통문화 전승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정말 좋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소천 선생의 고향은 창평 오강리.
그는 어릴적부터 조부(祖父)에게 배운 붓 만드는 기술을 25세가 되던 1960년말경 스승인 대하 김복동 선생(광주시 무형문화재 4호)에게서 사사하면서 우리나라 전통 붓 제작기법을 완성했다. 사적으로 그와 동서지간 이기도 한 대하 김복동 선생은 지난 2009년 작고했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문인,서예,화백 등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진다리 붓 명필장으로 칭송받던 무형문화재 이다.

소천 선생은 그의 수제자로 3년 남짓 전통 붓 제작기법을 전수받았지만 대하 선생이 작고하는 통에 당시에 ‘진다리 붓’ 광주시 무형문화재 전수자로 선정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한다. 수제자의 경우 통상 5년 이상 스승에게서 사사를 받아야 전수자로 인정하는 조건에 부족했던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다리 붓 제작기법을 뛰어넘어 ‘소천필(小泉筆)’로 그만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전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호평을 받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명필장 자리에 올랐다.

그의 붓은 특히 박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가 좋아해 대한민국여성회관 문예부서에 정기적으로 납품이 되었고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도 고위 공직자는 물론 내로라 하는 국내 문인,서예가들의 호평속에 중앙으로 매년 상당량이 팔려 나갔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이 지역에서도 의제 허백련 선생이 그의 붓을 좋아해 붓의 재료로 쓰이는 필호(털)를 추천하고 권장하기 까지 할 정도였다. 남도 붓글씨의 대가로 손꼽히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송곡 안기동 선생이 그의 붓을 주로 사용했고, 우리나라 서예와 한학자로 명성을 날리는 담헌 전병옥 선생, 가암 송성용 선생, 소암 현중화 선생과 초정 선생은 물론 담양출신인 학정 이돈흥 선생도 그의 붓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전국규모 각종 공예대전과 전라남도공예대전 수차례 입상을 비롯 중앙일보 ‘家業’ 코너 연재, MBC TV ‘남도의 향기 진다리 붓의 명맥’ ‘뉴스쇼 진다리 붓의 명맥’ ‘차인태의 아침살롱 진다리 붓 제작소개’ ‘남도사랑’ 방영 외에도 KBS ‘88올림픽 공예품 소개’ ‘전국일주 진다리 붓 명제 출연’ ‘진다리 붓 진가소개’ ‘남도기행’ ‘6시내고향’, 그리고 광주일보 ‘천직에 산다’ 연재, 금호문화 ‘살아숨쉬는 진다리 필장’ 소개 등 방송과 신문에도 여러차례 그의 일대기가 소개된 것을 보아도 그의 명성과 진가를 알 수 있다.

“고향으로 돌아올 생각에 마음이 한껏 기쁘다”는 그는 “우리나라 유명 문인,작가들로부터 받은 대작(大作)과 명작(名作) 글씨와 그림 150여점을 갖고 있는데 이를 고향의 문화발전에 쓰고 싶다” 며 “담양군이 대나무박물관 등 합당한 곳에 전시체험관을 마련해주면 이를 모두 기증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 장광호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