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연이어 몰아닥친 태풍 볼라벤과 덴빈으로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해 사람들이 아우성을 칠 때 잘 아는 지인 몇 사람이 격앙된 목소리로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대체 한전하고 담양군 재난대책상황실은 뭐하는 곳이냐?”는 것이었다.

무슨소린가 들어보니, 태풍으로 마을과 상가가 온통 정전사태가 발생해 생활과 생업이 막막해서 한전에 전화했더니 하루종일 전화가 불통에다 먹통이어서 연락도 되지 않을 뿐더러 답답한 마음에 담양군 재난상황실 이라는 곳에 문의하자 “전기 나간 것을 왜 군에 문의하느냐, 한전에 신고해라” 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퉁명스럽고 짜증스런 목소리로....

재해와 재난으로 부터 군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행정기관에서 들어야 할 답변은 아니었다는 게 그 지인들의 불만스런 목소리였다.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공기관 재난관리 공조시스템이 아예 갖춰지지 않았거나 실종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의 지적이었다.

태풍과 호우 등 자연재해로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즉각적인 상황 대처가 쉽지 않고 예측하지 못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재난대처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당시 연이은 태풍으로 우리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00만 가구가 넘게 정전사고가 발생, 피해가 광범위한데다 지선뿐만 아니라 중심 고압선까지 망가진 터라 복구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손을 쓸 수 없었다는 한전의 하소연에 일면 수긍은 간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민원전화 폭주를 핑계로 정전 신고체계가 불통, 먹통 된 것과 담양군 재난상황실의 불성실한 민원대처는 차제에 반드시 개선해야 할 일이다. 재난상황실의 전화불통과 불성실한 응답은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으며,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재난으로 불편을 겪을 국민들의 어려움과 절박함을 먼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해와 재난에 대처하는 위기관리능력은 유관기관들의 공조시스템이 유사시 얼마나 잘 가동되고 운영되느냐에 달려있다. 재난관리시스템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본연의 목적에 따라 재난상황에 대한 신속한 안내와 예방대책, 사후조치에 대한 주민만족도 향상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만 한다. 따라서 재난관리 공조시스템 구축에 담양군을 비롯한 한전, 소방서, 경찰 등 유관기관이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

아울러 주민 체감서비스 만족도를 고려, 민원접수와 처리에 있어서 신청 주민의 휴대전화로 답변송부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문자메시지 전송시스템’도 장차 구축해야 할 일이다. 재해재난 민원 접수에서부터 처리결과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과 개선을 통해 효율적 위기관리능력 기반을 조성하고 군민 만족도 향상에 노력해 달라는 얘기다.

해마다 맞닥뜨려야 하는 태풍과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재난관리시스템도 이제는 뭔가 좀 달라져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OECD가입으로 비록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재해와 재난에 대처하는 위기관리능력을 보면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