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월은 62년 전에 6.25전쟁이 발발하였고 10년 전에는 한일 월드컵이 한창일 때 연평도에서는 북한의 공격으로 6명의 해군 장병이 전사한 달이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당시 어린 나이에 징병이나 학도병으로 참전하신 분들이 이제는 모두 팔순을 넘기신 분들이다. 당시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은 이제 거의 호국 영령이 되셔서 이 나라를 지켜보시고 계신다. 살아계신 분들도 월 12만원의 참전 수당으로 어려운 삶을 보내고 계신다.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비해 호국을 위한 참전은 너무나 심한 홀대를 받고 있다.

道者는 令民으로 與上同意하여 可與之死 可與之生하여 而民不畏危也오. 국민들은 국가 지도자와 뜻을 같이할 때 生死를 함께하고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국가 민주화를 위한 헌신 이상으로 나라를 구한 일에 목숨을 바친 그들의 희생이 더 값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명칭을 붙이는 방법이 있다. 임진년에 일어난 왜의 란(임진왜란), 정묘년에 일어난 오랑캐의 란(정묘호란)이 그렇다. 그래서 1950.6.25 일어난 전쟁은 6.25사변, 6.25동란이라 부르다가 지금은 공식적으로 6.25전쟁이라고 부른다. 소련에 의해 세워진 허수아비(괴뢰)정부가 일으킨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적 사건이라는 것이다.
70년대 말 미국의 좌파 수정주의 학자인 시카고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Korean War)이라는 책에서 좌 편향된 시각으로 6.25전쟁을 왜곡하였다.

커밍스 교수는 625전쟁의 발발 원인을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 김일성의 남침이 아니라 일제시기에서부터 시작된 계급갈등(지주와 농부, 지배층과 피지배층, 경영자와 노동자의 갈등 등)이 해방 이후 더욱 증폭된 일종의 ‘내전(內戰)’의 시각으로 본다. 여기에서 계급 갈등은 공산주의와 좌파에서 쓰는 용어로 그들이 추구하는 지구상의 평화는 계급 갈등(투쟁)을 통하여 완전한 공산주의가 달성될 때 이룩된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한반도는 공산주의 혁명전술로 안 되면 전쟁을 해서라도 공산주의가 정착되어야 평화가 도래한다고 보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일부 지식인들조차 커밍스 교수와 같은 편향된 시각으로 625전쟁을 보고 있고 ‘한국전쟁’이라 부른다. 625전쟁이 우리 민족에게 큰 재앙과 슬픔을 안겨준 전쟁이 아니라 꼭 남의 집에서 일어난 전쟁처럼 보는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그때 '땅! 하고 전쟁이 터진 건 아니다. 이미 38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소규모 전투를 계속하고 있었고, 이승만 정권도 북진통일을 외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방아쇠를 먼저 당겼는가? (전쟁을 누가 일으켰는가)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북한 김일성이 남침했다는 것은 중요치 않다는 것)" 교육방송 EBS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선생님의 강의 내용이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그동안 감추어졌던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고 "625는 김일성이 제안하고 스탈린이 허가하고 모택동이 도와준 잘 짜여 지고 계획된 국제전"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밝혀졌어도 그런 건 보지도 듣지도 않겠다는 고집불통의 역사관이다.

남북 500만 명에 이르는 인명피해와 1,000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을 발생케 하고, 전 국토를 폐허화(廢墟化) 시켰던 피로 얼룩졌던 6.25전쟁!! 잊어서는 아니 될 이 전쟁이 기나긴 세월 속에 잊어져 가고 있다(Forgotten War).
요즘 젊은이들에게 625는 자신들의 아버지세대와도 무관한 과거완료의 역사일 것이다. 다만 할아버지세대가 겪었던 전쟁 정도의 옛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어떤 월간지에서 서울시내 초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5전쟁이 어느 시대에 일어났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조선시대 이전에 일어났다고 답하였다. 여론조사 기관의 전후세대에 대한 조사에서도 625전쟁의 성격을 절반이 ‘북한의 불법남침’ 절반이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쟁 또는 민족해방전쟁’으로 응답하였다.

6.25전쟁은 아직 참전자들의 고통과 눈물이 남아있기에 역사에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이르다. 6.25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휴전으로 전쟁이 중단된 채 지금도 수많은 북한의 도발 아래에서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평화통일을 위한 정부 간 노력과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고, 이산가족상봉과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등 화해와 긴장완화를 위한 노력도 있지만 최근의 북한 도발을 보면 안심할 수도 보장받을 수도 없는 명목상의 평화일 뿐이다.
그래서 손자는 無侍其不攻하고 侍吾有所不可攻也라,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믿지 말고 적을 맞아 사워 이길 수 있는 나의 든든한 대비태세를 믿으라고 했다.

세계에서 유일한 고립된 전체주의국가로 대대로 권력을 세습하며, 국민의 10%가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GDP 25%를 국방비에 쏟아 붙고, 선군정치(先軍政治)로 무력적화통일 의지를 버리지 않는 북한에 대해 한 핏줄 동족임을 믿고 도발하지 않을 것임을 믿어야 하는 것일까.
지금 부르고 있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돈다고 하지만 1950. 6. 25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평화는 전쟁에 대비한 자만이 지켜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조용히 손을 모으고 먼저 가신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