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이영학 씨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오는 20일부터 9월 26일까지 3개월간 호남지역에서는 최초로 대담미술관에서 열린다.

쓰다 버린 부엌칼과 부러진 가위, 연탄집게 등 낯익은 잡동사니를 새로운 생물로 빚어내는 이영학은‘미다스의 손’을 가진 작가로 불린다.

청동, 돌, 무쇠, 돌쩌귀나 부젓가락, 부지깽이까지 그의 손을 거치면 한국적 정서가 넘치는 조각품으로 태어난다.

이영학은 대학시절의 고철 작업을 시작으로 청동으로 만든 사과와 돌, 무쇠를 담금질한 새와 호랑이, 엿장수 가위로 형상화한 소 등 전시회마다 독특한 재료를 소화해내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중 ‘새’와 ‘호랑이’ 연작은 호미, 가위, 쇠스랑, 대못, 돌쩌귀, 낫 등 대부분 선인들이 사용하던 옛 농기구나 가재도구들에 작가의 창작적 개성을 첨가해 재구성한 것이다.

자연을 닮으려 하는 것도 이영학의 발상법이다. 최근까지 작업한 ‘石, 水, 草’ 시리즈는 옛집의 자재로 쓰인 돌의 질박한 모양을 그대로 살려두고 가운데를 기역자나 사각형, 원형으로 움푹하게 파낸 뒤 물을 담고 이끼나 풀 등을 덮어 한옥의 댓돌이나 절 마당에 놓인 물확처럼 담백한 멋을 풍긴다.

작가가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며 모은 향교의 바닥석, 댓돌, 집터 둘레석, 주춧돌 등 다양한 돌을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조각해 가운데에 물을 담거나 이끼, 생이가래 등 다양한 야생풀들을 채웠다. 이 야생풀들은 지리산 500∼600m 고지 등 전국의 산하에서 채집한 것들이다.

이러한 이영학의 작품은 자연, 사람, 문화, 예술과 조화롭게 공존하고자 하는 대담미술관과도 닮아있다.

22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이영학의 ‘石 水 草’ 시리즈를 비롯한 대표작들이 대거 출품돼 그의 40년 조각 인생을 되짚어보며 그의 예술혼을 재조명해 보는 자리로 기대를 모은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돌 시리즈는 돌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이는 단순히 자연에 굴러다니는 돌이 아니라 작가의 손길을 통해 생명력이 불어 넣어진 돌이다.

그는 단순한 형상을 통해 한국적인 선과 자연의 융합을 추구한다. 국전에서 6차례 입선하고 동아미술대상전, 중앙미술대상전에서 특선했다. 1981년 미술회관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84년 Roma Galleria Porto di Ripetta에서의 개인전을 포함해 21차례 개인전을 개최했다.

공공조각으로 수도경비사령부 충정상(1976), 수원 선경도서관 내부부조(1994), 강남포교원 철불상(1996), 이중섭 거리이름 기념비(1997) 등을 제작했고,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욱진 화백, 중광 스님 등 국내 저명인사 100여 명의 두상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