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17 : 1의 열세한 전투력으로 승리를 쟁취한 동양의 지략가 공명의 박망파 전투에 대해 알아보았다. 박망파 전투의 핵심은 나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적을 유인하여 그 곳에서 상대적 전투력의 우위를 점하여 싸우는 것이었다.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였던 란체스터(F.W Lanchester)가 연구한 법칙이 전쟁에서 뿐 아니라 요즘 기업 경영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이 법칙은 제 1, 2차 세계대전의 공중전(空中戰) 결과를 분석하여 만들어진 것이지만 공중전은 물론 기업경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최초 란체스터가 연구한 결과는 2가지 법칙으로 제 1법칙은 적과 1 : 1 전투에서 전투 능력은 양(量)과 질(質)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병력의 숫자가 많은 쪽이 당연히 우세하지만 숫자가 동일하면 질적인 면이 우열을 판가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압도적인 물량으로 승부하던지 혹은 우수한 무기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제 2법칙은 싸우는 집단을 만들어 가면서 싸우는 경우로서 전투력의 강약은 병력수의 제곱과 무기의 성능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법칙은 전투에서 손실을 입을 경우 손실도 병력수의 제곱 비율로 증대되므로 병력수가 적은 쪽은 기하급수적인 피해를 입는다는 논리다, 예를 들면 성능이 같은 아군 전투기 5대와 적군 전투기 3대가 공중전을 벌인다면 계산상으로는 아군 전투기 2대가 살아남겠지만 연구결과로는 그 차이의 제곱인 4대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결국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하급수적 힘의 격차관계를 란체스터 법칙이라 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왜 과거의 병서를 읽고 병법을 깨우쳐 기업을 경영하고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삼을까? 거기에는 험한 세상 파고를 넘어 승리를 할 수 있는 비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힘이 있는 강자에게 제곱의 힘을 더해주는 란체스터 법칙이 강자보다 약자가 더 많은 기업 경영에서 연구되고 적용되는 것일까. 언뜻 보면 란체스터의 법칙은 싸움에서 강자가 유리하다는 당연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법칙은 약자와 강자가 동일한 장소, 동일한 무기, 동일한 방법으로 정면대결을 벌였을 경우에는 그렇게 적용되지만 만일 약자가 전투 조건을 다르게 만들어 나간다면 약자도 강자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란체스터 법칙은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7대의 적군 전투기와 5대의 아군 전투기가 정면 대결을 펼친다면 란체스터 법칙에 따라 적군 전투기 3대가 격추될 때 아군 전투기 5대가 모두 격추당하게 된다.

그렇지만 전력상 열세에 있는 아군이 우선 5대의 전투기로 후미의 적군 전투기 3대와 교전할 때 적 3 : 아 1의 비율로 손실을 입게 된다. 4대의 아군 전투기로 다시 적군 전투기 2대와 교전하고 이어서 남은 2대의 적군 전투기와 교전을 한다면 아군 전투기 4대는 모두 무사할 수 있다. 이것이 란체스타가 말하고자 하는 약자가 강자와 싸우는 방법이다.

손자의 후예 제갈공명은 조조의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투의 조건을 달리 해야 했다. 결국 위나라와 오나라의 허를 찌르는 박망파의 비책으로 유비군 한 명이 조조군 1000명과 싸울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조조의 10만 대군이 유비가 있는 신야로 쳐들어오던 때 유비의 군은 겨우 수천에 불과했다. 양측의 무기성능은 비슷했다. 승패를 가르는 것은 바로 병사 수였다. 　
공명은 가마 한필이 간신히 다닐 정도로 좁았던 박망파의 지리적 상황을 이용하여 전투의 조건을 변형시켰다.

란체스터 법칙으로 보면 조조군은 전투에서 절대 질 수 없었다. 하지만 공명은 선정된 제한된 지역에서 란체스터 법칙이 유리하게 적용되도록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공명은 10만 병력의 조조군을 좁고 험한 길로 유인해 싸움에 가담하는 실제 병력을 극소화시켰다. 적 전체가 아닌 적의 일부와 싸우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약자는 정면승부가 아닌 국지전을 전개해야 한다는 교훈이 여기에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강자가 원하는 싸움은 전력을 총동원한 한판승부다. '정정당당하게 싸우자'라는 말에 오기로 정면대결을 펼친다면, 약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패배뿐이다.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란체스터의 전제조건을 뒤집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된다. 강자의 전략을 분산시켜 하나씩 각개 전투를 펼치는 것이다. 강한 적도 어딘가에는 반드시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강한 적군과 처음부터 넓은 공터에서 싸우는 것은 이미 지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명의 비책처럼 산 속 깊이 숨어서 강자를 좁은 계곡 안으로 들어오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다음호에서는 란체스터의 법칙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떻게 적용되는지 현대 기업경영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