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시절 작품활동을 하면서 시심(詩心)을 키웠던 담양에 둥지를 틀고 여생을 집필과 후진양성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국내 유명 시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한 황지우(60세) 작가가 내년 대학 정년 퇴임을 앞두고 담양에 집필실을 마련코자 최근 군에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성사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황 작가는 지난 1988년부터 1994년까지 6년여 동안 스스로 외양간을 개축해 마련한 고서 후산마을 소재 명옥헌 연못가 인근 민가 작업실에 칩거하며 주옥같은 작품들을 완성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가 지난 80년대말 기거 당시부터 소유하고 있는 명옥헌 인근 부지는 공교롭게도 현재 문화재보호 구역으로 지정돼 사실상 건축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더욱이 후산마을 내 1종취락지구 밖에서는 일체의 건축행위가 제한돼 있고 마을 안쪽의 경우도 적합한 부지를 찾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땅값이 만만치 않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군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황 작가가 의사를 타진한 본인 소유의 명옥헌 인근 민가 부지는 현재 문화재구역으로 일체의 건축행위가 제한돼 있어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가 담양에 큰 애착을 갖고 있는 만큼 적정 부지마련과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한편 1952년 해남에서 태어난 황지우 시인은 1973년 서울대 미학과 재학시 유신반대 시위에 연류돼 강제입영을 당했고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옥고를 치뤘다.

이어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제적돼 서강대학교 대학원으로 옮겨 1985년 철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문학계간지 ‘외국문학’과 ‘세계의 문학’ 주간을 역임했으며, 1994년부터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했다.

시작(詩作)활동뿐만 아니라 극작 및 미술평론에서도 능력을 보인 황 작가는 김수영문학상, 백석문학상 외에도 현대문학상(1991), 소월시문학상(1993), 대산문학상(1999)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현재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유명 시인이나 가수, 소설가 등 작가나 예술인들에게 거주할 곳을 제공하거나 노래비 등을 세워주면서 지자체를 홍보하고 이를 지역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황 작가의 담양 정착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