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4회째를 맞은 대나무축제 개막식 공연행사에서 유독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프로그램이 있다면 아마도 대나무악기 연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수한 대나무악기 연주 실력자들이 대거 참여, 국악의 진수를 보여준 이번 공연은 대나무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과 신나는 장단에 절로 흥이 나고 어깨가 들썩 거렸고 시종일관 청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전국 최초의 대나무악기연주단 ‘울림’(가칭)이 오는 7월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연주단의 산파역이자 단장을 맡게 될 국악인 김종혁(45세)씨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도 아랑곳 없이 대나무악기 제작에 여념이 없었다.

무정면사무소 옆 자택 한켠 5~6평 남짓한 공방에는 그가 직접 대나무를 절어 만든 대나무장구를 비롯한 모듬북, 풍물북, 요고, 법구, 소고 등 대나무악기로 가득했다.

수십년 전만해도 담양에서 대나무장구를 비롯한 대나무로 만든 갖가지 악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목재로 만든 악기보다 훨씬 맑고 청아한 소리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산업화의 물결속에 여느 죽제품처럼 차츰 잊혀지게 됐고 조만간 맥이 끊겨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정에 10여년 전부터 직접 대나무악기 복원에 나서게 됐다는 김종혁씨.

대나무악기 복원에 나서기 전까지 단 한번도 대나무를 절어 본적이 없는 그가 손이 부르트고 손목이 부어 오르는 고통을 감내해 가며 오로지 농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나무악기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 하나만으로 집념을 불태웠다.

그가 현재까지 약 10종류의 대나무악기를 재현해 냈는데 농악 연주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나무장구만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귀뜸한다.

보통사람들은 나무장구 소리나 대나무장구 소리나 똑같이 들리지만 그가 원하는 소리는 이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김씨가 특히 관심과 열정을 갖고 복원에 올인하고 있는 또 하나의 악기가 바로 생황(笙篁)이다.

인류 최초의 대나무악기로 알려진 생황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의 고대로부터 전승돼 온 궁중 음악에서 가장 핵심적인 악기로 알려져 있다.

생황은 1객의 박과 13개의 죽관으로 만들었는데 생김새가 봉(鳳)과 같고 소리는 봉의 울음소리와 같다고 한다.

대나무악기 중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생황이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에 이미 맥이 끊긴 상태로 전북국악원 등 일부 뜻있는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복원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것.

전북국악원 등 전국 국악인들과의 교류에도 열심인 그가 악기의 하드웨어라 할 수 있는 생황의 외형은 거의 재현해 냈지만 미세한 소리를 전달하는 핵심 부분만큼은 복원이 쉽지 않아 손수 자비를 들여 수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 오기도 했다.

사라진 대나무소리를 살려 내는 데 젊음을 바친 천상 소리꾼인 그는 섬세하고도 단정한 매무새가 핵심인 전통고깔 제작이수자이자 담양향토무형문화재 제1호인 죽산매구굿의 꽹과리 이수자이기도 하다. /김관석 記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