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웰빙관광 1번지 죽녹원 죽향문화체험마을에 소문난 훈장님이 살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바깥세상과는 달리 대숲 가운데 자리한 ‘송강정’에는 시간이 멈춘 듯 자연의 여유로움과 풍류가 흐른다.

이 정자의 주인은 올해 예순 여섯의 초암 박인수 훈장님.

남종화가인 아산 조방원 선생의 제자인 그는 스승께서 말씀하신 “자연이 가장 큰 스승이다. 자연을 바라보고 맑고 고운 성품을 지녀야 그에 상응한 맑고 고운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라는 가르침을 늘 되새긴다고 한다.

틀어 올린 상투머리에 하얀 무명옷을 입고 서화에 빠져 살고 있는 그의 꿈은 안빈낙도.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하고 싶었던 글과 그림을 마음껏 즐기며 사는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한 훈장님이다.

어릴 때부터 글과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8남매 장남이자 처자식을 부양할 가장으로서 생업에 충실하다 둘째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던 1999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생을 지내기 위해 출가를 결심, 십수년간 예술에 정진하며 시(詩), 서(書), 화(畵) 삼절(三絶)을 완성시켰다.

한동안 자연을 벗삼아 전국 방방곡곡을 유랑하던 그는 순천 낙안읍성에 서당을 차려 훈장생활을 시작, 이후 무안 청례면 월선리 예술인촌에서 수년간 ‘낙안서당’을 운영해 오다 4년 전 담양 죽향문화체험마을에 거처를 정했다.

낯선 이들에게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두고 무료로 가훈을 써주며 담양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그의 정자는 손님이 끊길 새가 없다.

박 훈장이 관광객들에게 선물하는 것은 비단 가훈이나 멋진 그림이 그려진 부채뿐만 아니라 송강 정철의 가사문학을 비롯해 식사예절과 인사예절 등 웃어른을 공경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서도 가르친다.

내가 기뻐야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신 여유로운 풍류를 권한다.

박 훈장은 오늘도 죽향문화체험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공수예절 등 전통예절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국을 돌며 전통문화지킴이로서 왕성한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관석 記者